사람들은 추억을 먹고 산다. 모치즈키 토모미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바다가 들린다'(1993년)는 박학기의 노래 '향기로운 추억' 같은 작품이다. 나른하면서도 아른한 음색으로 여름날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처럼 이 작품은 안타까우면서도 가슴 설레는 지나간 청춘의 한 때를 생각나게 한다. 일본 시골 마을에 전학 온 여학생과 두 남학생 사이에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을 담담하게 그려낸 점이 돋보인다. 미묘한 감정선을 이야기로 잘 다듬어낸 점도 훌륭하지만,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답게 단연 그림이 발군이다. 특히 수채화처럼 농담을 잘 살린 풍경과 색채, 은은한 트럼펫 소리가 가슴을 아리게 하는 서정적인 음악이 훌륭하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괜찮은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