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2004년)은 서구 지향적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 소속인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일본의 전통적 요소를 즐겨 사용하는 반면 하야오는 서양, 특히 근대 유럽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고집한다. 젊은 마법사 하울과 저주에 걸려 하루아침에 90세 노파가 된 소녀가 저주를 풀기 위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내용의 판타지 요소를 선택한 점부터가 지극히 서구 편향적이다. 여기에 언제나 인간과 자연에 대한 맹목적 사랑의 메시지를 얹는 것이 어느덧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렸다. 그러면서도 하늘을 나는 돼지, 소녀 마법사, 숲 속 도깨비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