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칸노 요코 7

바닷마을 다이어리(블루레이)

어느날 바람이 나서 딴살림을 차린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서먹한 아버지의 장례식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이복 여동생을 만난다. 도저히 이복 동생만 홀로 놔두고 오기 힘든 환경에서 같이 살지 않겠냐는 말을 해본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인데 선뜻 그러겠다는 대답을 한다. 그때부터 배 다른 네자매의 한 살림이 시작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diary, 2015년)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룬 영화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네 자매가 한 식구가 돼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조용하게 짚어 나갔다. 부모가 모두 집을 나가서 배 다른 자매끼리 살아가는 과정은 언뜻보면 막장 드라마의 소재 같지만 결코 자극적이나 선정적으로 흐르지 않은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

공각기동대 S.A.C 2nd GIG(블루레이)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성공한 후 제작진은 이를 TV시리즈로 만들었다. 그 작품이 바로 2002에 나온 '공각기동대 S.A.C'(http://wolfpack.tistory.com/entry/공각기동대-SAC-블루레이)이다. TV 시리즈 역시 극장판 못지 않게 성공하자 2005년 제작진이 그대로 다시 모여 만든 속편이 '공각기동대 S.A.C 2nd GIG'이다. 역시 카미야마 켄지 감독이 시리즈 구성과 총괄 감독을 맡았고 칸노 요코가 음악을 담당했다. 마찬가지로 공안 9과라는 일종의 특수 경찰이 등장해 '개별 11인'이라는 강력한 테러 집단과 대결을 벌인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극장판 감독을 맡은 오시이 마모루가 참가했다는 점이다. 오시이 마모루는 전체 스..

허니와 클로버 (블루레이)

우미노 치카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한 타카다 마사히로 감독의 '허니와 클로버'(2006년)는 미대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영화다. 하지만 10권에 이르는 원작 만화를 2시간에 압축하다보니 이야기가 촘촘하지 못하고 성기다. 인물들의 감정 기복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지 못하고 이야기 쫓아가기에 급급하다보니 공감하기 힘든 작품이 돼버렸다. 원작 만화를 읽고 본다면 어느 정도 인물들에 녹아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징검다리를 건너듯 성큼성큼 진행되는 이야기가 마냥 지루할 수 있다. 특히 남녀간에 얽히고 설키는 감정선의 묘사는 마치 1970년대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늘어진다. 뻔히 전개의 양상이 보이는 데도 답답한 대사와 영상으로 일관한 것은 연출력의 한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나마 칸노 요코의 음악과 ..

카우보이 비밥 박스세트 (블루레이)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Cowboy Bebop, 1998년)은 말이 필요없는 명작이다. 총 26회로 구성된 이 작품은 먼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현상범을 쫓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다. 작품에 등장하는 우주선을 타고 다니는 카우보이들은 SF물에 서부극을 섞은 듯한 퓨전 스타일의 작품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즉, 배경은 미래이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성과 총기 등은 현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1970, 80년대 아날로그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이소룡의 절권도를 구사하는 주인공부터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액션 장면까지 감성은 지극히 올드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어색하지 않고 SF 배경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연출력을 발휘한 와타나베..

울프스 레인

TV시리즈와 OVA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울프스 레인'(Wolf's Rain, 2003년)은 명작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을 만든 본즈가 제작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만큼 기대를 많이 모았지만 '카우보이 비밥'과 비교하면 구성이나 작화 등에서 크게 미치지 못한다. 국내 케이블TV에서도 방영된 이 작품은 총 30회로 구성됐으며,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늑대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낙원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늑대인간들의 이야기다. 그만큼 이야기는 다분히 판타지에 가깝다. 여러 작품에서 울궈먹은 늑대인간부터 연금술을 연구한 귀족들이 악당으로 등장하는 설정 등은 판타지물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합을 이룬 소재들이 그다지 흥미롭지 못하다는 점이 한계. 더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