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커트 러셀 9

뉴욕탈출 (블루레이)

가끔 세상에서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난다.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알카에다의 911 테러가 대표적인 경우다. 여객기를 납치해 뉴욕의 쌍둥이 빌딩인 무역센터를 들이받아 무너뜨리는 장면을 TV 생중계로 보면서 '저게 설마 현실일까' 싶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911 테러를 예견한 영화가 있다. 존 카펜터 감독의 '뉴욕탈출'(Escape From New York, 1981년)이 바로 그 영화다. 황당한 설정과 치기어린 구성의 B급 정서로 가득한 이 영화가 컬트 영화로 꼽히는 이유는 911 테러 발생 20년 전에 비슷한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줬고, 세계적으로 히트한 콘솔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의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제작 시점에서 봤을 때 미래인 1997년의 상황을 ..

툼스톤 (블루레이)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1848~1929년)는 미국 서부개척사를 대표하는 실존 인물이다. 특히 카우보이 영화에 자주 등장한 정의로운 보안관의 표상으로 꼽힌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1881년 10월26일 미국 캔자스주 툼스톤에서 벌어진 OK목장의 결투다. 와이어트는 형 버질, 동생 모건, 친구 닥 할리데이와 함께 보안관을 살해한 클린턴 패거리를 찾아가 전광석화같은 총솜씨로 6명의 악당들을 무찌른다. 이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 '황야의 결투' 'OK목장의 결투' '와이어트 어프' 등 여러 편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실상도 과연 영화와 같을까.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표주자인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할리우드 서부극은 엉터리다. 실제 서부는 폭력과 공포, 생존 본능으로 가득찬 세계였다"며 "보안관 와이..

괴물(The Thing-4K)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The Thing, 1982년)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가져오는 극한의 공포를 긴장감 넘치게 묘사한 수작이다. 존 캠벨 주니어의 원작을 토대로 1951년 제작된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남극의 과학기지에 스며든 정체모를 괴물과 기지원들의 사투를 다뤘다. 1980년대 작품인 만큼 특수효과가 뛰어나거나 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전달하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모든 볼거리를 압도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빛난다. 영화를 보다 보면 1979년 개봉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이리언' 영향을 받은 장면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런 점에서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보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카펜터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포세이돈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만든 재난 영화 '포세이돈'(Poseidon, 2006년)은 1972년에 로날드 님 감독이 만든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리메이크작이다. 페터젠 감독은 이 작품을 '특전 유보트' '퍼펙트 스톰'과 더불어 그의 해양영화 3부작으로 꼽는다. 70년대 당시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타워링'과 더불어 재난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바다에서 뜻하지 않게 거대한 파랑(波浪)을 만나 전복된 호화 유람선의 생존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탈출을 벌이는 줄거리다. 리메이크작은 전체적인 구성이 원작과 갖지만 캐릭터, 갖가지 에피소드들은 약간씩 다르다. 리메이크작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선 컴퓨터 그래픽을 바탕으로 만든 화려한 볼거리. 30미터 높이의 파랑으로 배가 전복되는 장면과 7층 높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