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크리스천 베일 5

배트맨 비긴즈(4K 블루레이)

5번째 배트맨 시리즈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 2005년)는 요즘 영화의 트렌드가 되다시피 한 프리퀄이다. 주인공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이 부모가 살해당한 뒤 힘든 시절을 보내고 배트맨이 되기 전 7년 동안 세상을 떠도는 과정과 배트맨 마스크를 처음 쓴 1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히 영화의 분위기는 무겁다. 놀란 감독은 끝없는 고뇌 끝에 영웅이 태어나는 과정을 공포물처럼 처리해 액션에 치중한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했다. 어지러운 액션과 탱크 같은 배트카 못지않게 볼 만한 것은 화려한 조연들. 리암 니슨,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케인, 와타나베 켄, 게리 올드만, 룻거 하우어 등 오히려 주연보다 유명한 조연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영화를 빈틈없이 꽉 ..

다크나이트 (4K 블루레이)

때로는 정의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악인조차도 마음대로 해치지 못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할 때도 망설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년)는 정의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서 출발한다. 한없이 못된 악당 조커는 절대 누구를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배트맨을 끊임없는 딜레마에 빠트려 결국 영웅 행위에 대해 회의하는 지경까지 몰아붙인다. 과연 정의가 모두를 이롭게 하는가. 배트맨은 영웅이 범죄자로 둔갑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어둠의 기사가 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철학적 물음을 화려한 액션과 결합해 이 작품을 여타의 수퍼 히어로물과는 다른 의식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매트릭스'처럼 잘 포장된 액션 속에는..

퍼블릭 에너미 (블루레이)

마이클 만 감독의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ies, 2009년)는 미국 역사상 유명한 강도였던 존 딜린저에 대한 찬양가다. 1930년대 실존했던 미국의 은행강도였던 존 딜린저는 대공황기에 자신들의 배만 불리던 은행들을 골라 털어서 서민들의 절대 지지를 받았다. 실제로 그는 은행을 털던 중 예금을 맡기거나 찾으러 온 사람들의 돈은 손대지 않고 은행 금고의 돈만 가져갔다. 딜린저는 머리도 좋고 신출 귀몰했기에, 초대 FBI 국장이었던 에드가 후버는 그를 공공의 적 1호로 규정하고 경찰력을 총동원해 그를 쫓았다. 이 같은 이야기를 작가 브라이언 버로우가 논픽션 책으로 펴냈고, 다시 마이클 만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마이클 만 감독은 '히트' '콜래트럴' 등 경찰과 범죄자와의 긴박한 대립을 다룬 ..

배트맨 (타카라 버전)

일본 타카라 사에서 만든 12인치 액션피겨 '배트맨'은 영화 배트맨 버전과 상당히 흡사하게 만들었다. 우선 돋보이는 것은 가면을 벗었을 때 맨 얼굴인 크리스천 베일의 얼굴과 배트맨 가면을 쓴 얼굴 등 2가지 가면이 들어있어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손 모양이 교환이 가능하도록 넉넉하게 3종류가 들어있다. 의상은 고무 느낌이 나는 재질로 제작돼 영화속 분위기를 재현했으며 권총, 표창 등 몇 가지 루즈가 함께 들어있다. 의외로 관절이 자유로워 다양한 포즈를 잡을 수 있는데, 의상 재질 때문에 팔을 위로 뻗어올리는 동작은 구현하기 힘들다. 아쉬운 점은 맨 얼굴이다. 크리스천 베일과 닮은 얼굴 모양은 좋은데, 재질 자체가 완구에 가까운 PVC여서 장난감처럼 보인다. 도색도 배트맨 얼굴에 비하면 좀 떨..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2004년)은 서구 지향적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 소속인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일본의 전통적 요소를 즐겨 사용하는 반면 하야오는 서양, 특히 근대 유럽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고집한다. 젊은 마법사 하울과 저주에 걸려 하루아침에 90세 노파가 된 소녀가 저주를 풀기 위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내용의 판타지 요소를 선택한 점부터가 지극히 서구 편향적이다. 여기에 언제나 인간과 자연에 대한 맹목적 사랑의 메시지를 얹는 것이 어느덧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렸다. 그러면서도 하늘을 나는 돼지, 소녀 마법사, 숲 속 도깨비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