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헨리 골딩 3

젠틀맨(블루레이)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은 앞뒤 복선을 정교하게 깔아서 이야기를 뒤집는데 탁월하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스내치'(Snatch), '맨 프롬 엉클'(The Man from U.N.C.L.E) 등 그가 만든 영화를 보면 이런 복선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막판의 시원한 결말로 치닫는다. 마치 처음에는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으나 시간이 지나서 하나 둘 아귀가 맞으면 커다란 그림이 나타나는 퍼즐 같다. '젠틀맨'(The Gentlemen, 2020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정교한 추리소설처럼 복선을 깔아놓은 범죄 드라마다. 영국 최고의 대마초 공급책인 믹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 Matthew McConau..

라스트 크리스마스(블루레이)

크리스마스가 되면 캐럴 못지않게 라디오에서 많이 흘러나왔던 1980년대 팝이 바로 왬의 'Last Christmas'였다. 크리스마스에 헤어지게 된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이 노래는 안타까운 가사말과 달리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멜로디와 조지 마이클의 매력적인 목소리 덕분에 엄청 인기를 끌었다. 조지 마이클이 이 노래를 발표한 것은 1984년. 당시 고교 시절이었는데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듣고 왬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이후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꽤 많이 리퀘스트 송으로 방송됐고 덩달아 스키장을 배경으로 찍은 그들의 뮤직비디오도 인기였다. 조지 마이클의 노래 제목과 같은 폴 페이그 감독의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 2019년)는 한마디로 블링블링한 영화다. 크리스마..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블루레이)

존 추 감독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 2018년)은 시각적으로 화려한 영화다. 케빈 콴의 3부작 소설 가운데 동명의 1부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상상을 초월하는 싱가포르의 갑부 집안 아들이 평범한 중국계 미국인 집안 여성과 연애를 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언뜻 보면 우리네 막장 드라마와 비슷할 수 있는 내용인데,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들어서 그런지 이야기가 꽤나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작가가 주변 지인들과 겪은 실제 있었던 일들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갑부들의 노는 행태나 갑부 집안에서 겪는 가족과 친지들의 심리적 갈등과 부담, 시기와 질투, 갑부 집안을 둘러싼 경쟁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이 영화의 성공 포인트는 이 같은 아시아 갑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