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DVD 1461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블루레이)

애니메이션은 무엇보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그림을 잘 그리면 내용이 좀 떨어져도 보게 된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雲のむこう, 約束の場所 2004년)가 대표적 경우다.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일 연합군과 여기 맞서는 유니온 등 두 개로 갈라진 세력이 대치하는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유니온 지배하에서 살아가는 히로키와 타쿠야, 사유리 등 세 청소년은 홋카이도에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탑에 도달하는 것이 꿈이다. 이를 위해 두 소년은 비행기를 만들지만 어느 날 사유리가 사라지면서 두 소년마저 뿔뿔이 흩어진다. 사유리가 갇혀 있는 것을 알게 된 두 소년은 소녀를 구하기 위해 포기했던 비행기를 다시 가동해 탑을 향해 날아간다. 두 소년과 한 ..

본 투 킬

'본 투 킬'(1996년)은 '게임의 법칙', '걸어서 하늘까지' 등 청춘 누아르를 잘 만드는 장현수 감독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당시 청춘스타였던 심은하, 정우성의 파릇파릇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갑다. 내용은 조폭 두목 염 사장(김학철)에게 살인청부를 의뢰받아 먹고사는 킬러 길(정우성)이 술집에 나가는 여성 수하(심은하)를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염 사장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길에게 갓 출소한 대부(조경환)와 그의 오른팔 인학(명계남)을 제거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길이 거부하면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벌어진다. 감독은 한국형 누아르를 표방했으나 뻔하디 뻔한 청춘물에 그치고 말았다. 장 감독의 전작 '게임의 법칙'처럼 칼로 눈을 파내는 등 잔혹한 일부 장면만 부각됐다. 살인..

시민 케인(4K)

오손 웰즈(Orson Welles) 감독의 '시민 케인'(Citizen Kane, 1941년)은 따로 말이 필요 없는 교과서 같은 영화다. 전 세계 주요 영화 관련 단체 등에서 영화 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늘 꼽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천재로 일컬어지는 웰즈가 불과 25세 나이에 영화 데뷔작으로 내놓았다. 내용은 수많은 언론사를 장악해 언론 황제가 됐던 찰스 케인이 죽는 순간 남긴 '로즈버드'라는 유언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교과서 같은 영화 주인공인 찰스 케인은 당시 퓰리처와 함께 옐로 저널리즘 바람을 일으켰던 언론 황제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를 모델로 한 인물로, 실화와 허구가 섞이면서 막강한 힘을 가졌던 허스트를 정면으로 비판해 화제가 됐다. 케인..

추천 DVD / 블루레이 2021.12.25 (4)

소살리토

예전에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갈 때마다 자주 들렸던 곳이 바닷가 마을 소살리토다. 금문교에서 다리만 건너면 나오는 가까운 곳이어서 즐겨 찾았는데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다양한 집들이 들어선 부촌이다. 소살리토는 높다란 건물과 도회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유럽 마을 같다. 고풍스러운 중세도시 같다는 뜻이 아니라 높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거나 구획 정리가 잘 된 미국 도시 느낌이 덜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바닷가에는 요트들이 즐비하게 정박해 있고 언덕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로들을 따라 갖가지 상점과 여러 모양의 집들이 들어서 있다. 예전에는 이 곳에 헤밍웨이를 비롯해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미술품이나 공예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여럿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와..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년)는 전작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예상외로 크게 성공하자 제작사인 황기성 사단에서 서둘러 만든 속편이다. 전작의 인기를 업고 가기 위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두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감독은 전작의 각본을 쓴 김성홍이 맡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미연, 김보성이 주연을 맡았고 지금은 유명한 배우들이 된 공형진, 이범수, 최진영 등이 신인으로 출연했다. 음악도 전작처럼 산울림의 김창완이 맡아 주제가를 불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전작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서울의 경우 국도극장에서 개봉해 5만3,000명의 관객이 들었다. 전작이 16만 명이 관람해 대박을 쳤으니 그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당시 10만 명 관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