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버트 리차드슨 3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블루레이)

1983년 10월 5일 니카라과에서 시작해 멕시코를 가로지르며 서해로 빠져나간 바람은 세력을 키워 4일 후 열대성 폭풍이 됐다. 다음날 다시 규모가 커져 허리케인이 됐고 여기에 레이몬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와이를 향해 길게 서진하며 바다를 갈아엎은 초강력 4등급 허리케인 레이몬드는 엄한 생명을 앗아갔다. 타히티에서 출발해 미국 샌디에이고로 향하던 44피트 길이의 요트 하자나를 허리케인 레이몬드가 덮쳤고 요트를 몰던 리처드 샤프는 불귀의 객이 됐다. 그의 연인이었던 태미 올드햄은 천만다행으로 살아남아 주 돛이 부러져 제대로 조종이 되지 않는 요트를 몰고 41일간 바다를 표류했다. 사실상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악착같이 버틴 올드햄은 하와이 근해에서 가까스로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그렇게 살아남은 태미 올..

어 퓨 굿 맨 (4K 블루레이)

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미군의 해외 기지에서 해병대원이 살해당한다.용의자는 두 명의 선임병들이다. 평소 훈련에 뒤쳐져 골칫덩이였던 후임병을 과하게 혼내주다가 탈이 났다.코드 레드(code red)였다. 우리는 군대에서 얼차려라고 부르는 기합을 미군들은 코드 레드라고 부른다.우리 군대에서도 병사들 간에 가혹행위를 금지하지만 미군도 코드 레드를 금지한다. 그런데도 코드 레드가 필요하다고 보는 지휘관은 이런 행위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지시하기도 한다.관타나모 기지의 해병 부대장도 코드 레드를 지시했다. 하지만 전도유망한 이 지휘관은 옷을 벗을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를 감추기 위해 병사들에게 살인죄를 덮어 씌운다.졸지에 살인범이 된 두 사병을 변호하기 위해 변호 경력이 일천한 해군 법무관이 선임된다. 그러나 평소 ..

삼나무에 내리는 눈

스콧 힉스 감독의 '삼나무에 내리는 눈'(Snow Falling On Cedars, 1999년)은 미국의 아픈 역사에 메스를 들이 댄 영화다. 그것도 인디언 학살이나 노예제처럼 먼 옛날이 아닌 그리 얼마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과거의 상처다. 이 영화는 미국이 미국 시민을 어떻게 다루었는 지 치부를 드러낸 작품이다. 어찌보면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기도 하다. 내용은 1950년대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주검이 발견되면서 마녀 사냥처럼 미국 시민권자인 일본인 젊은이가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 이야기다. 당시 미국은 일본을 상대로 제 2 차 세계대전을 치른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사실 여부를 떠나 일본인 피의자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다. 오히려 일본계 젊은이는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