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현승 2

푸른 소금

이현승 감독의 '푸른 소금'은 간이 덜 밴 소금구이같은 영화다. '첩혈쌍웅' 같은 1980년대 홍콩 느와르 정서와 세련된 뮤직비디오를 닮은 영상이 어우러졌는데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느와르 액션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하고, 오히려 로맨스물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저격용 소총을 휘두르는 여자 암살자와 알고도 모른체 하는 조폭 두목의 연정이라는 설정 자체부터 부자연스럽다. 그 속에 한 없이 강한 척 하는 여전사와 마냥 쿨한 아저씨의 이미지는 오히려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영화의 성격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이야기 또한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어차피 영화라는게 허구이긴 하지만 손쉽게 오가는 총기 거래나 서부극처럼 총질이 난무하는 장면들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쳤다. 또 실종된 여주인공의 친구를..

영화 2011.09.10

시월애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뜻의 '시월애'(2000년)는 영상이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색을 중시하는 이현승 감독답게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장면들이 그림 같다. 내용은 집 앞에 세워놓은 우체통을 통해 1998년에 사는 남자 성현(이정재)과 2000년에 사는 여자 은주(전지현)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싹 틔우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뒤가 궁금해 끝까지 보게 만드는 줄거리도 완성도가 높고 물 위에 떠있는 섬처럼 표현된 집이 꿈같은 영상을 만들었다. 여기 출연한 이정재는 영화 속 집 이름인 '일 마레'에 반해 똑같은 이름의 카페를 만들었다. 그러나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아름다운 그림을 제대로 못 살렸다. 불과 5년 전 작품인데도 마치 50년 지난 작품처럼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