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정운택 3

두사부일체(블루레이)

윤제균 감독의 코미디는 거침이 없다. 재미있어서 흥행이 될 만한 소재는 욕설이든, 주먹질이든, 질펀한 농담이든 가릴 것 없이 가져다 붙인다. 무턱대고 붙이면 난잡할텐데 있어야 할 위치를 윤 감독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코미디는 거칠면서도 재미가 있다. '낭만자객'을 제외한 '두사부일체'(2001년)와 '색즉시공'은 아예 작정하고 웃기는 코미디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윤 감독의 데뷔작인 '두사부일체'는 사학비리에 조폭 코미디를 접목한 작품이다. 자료 조사를 통해 부조리한 교육현장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꼬집은 부분은 나름대로 감독의 메시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만화 '차카게 살자'를 표절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확실하게 웃음 전달에 성공했다. 덕분에 개봉 당시 평단의 예측을 깨고 ..

투사부일체

차라리 이런 식의 속편이라면 만들지 않는게 낫다. 김동원 감독의 데뷔작인 '투사부일체'(2006년)는 전편에서 대사와 인물만 갈아끼운 억지 코미디다. 대사를 비롯해 상황, 설정이 전편과 너무나 흡사하다. 학생으로 돌아가 학교 불량배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대두목, 학교 여선생과 정웅인의 로맨스, 생활고 때문에 엇나가는 여고생, 학교 재단의 전횡이 빚어지는 사립고, 룸살롱 씬 등 대부분이 전편의 판박이다. 전편은 터지는 폭소와 더불어 추락한 교권과 사립고의 문제점을 지적한 메시지가 확실했는데 이번 작품은 온통 억지웃음 뿐이다. 우선 교생이 된 계두식의 반에 보스가 학생으로 배속된 점부터 시작해 고교생들 때문에 싸우던 깡패들이 인사하고 물러가는 설정까지 자연스런 것이 거의 없다. 그저 얄팍한 인터넷 유머와 슬랩..

친구 (UE)

어제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비를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두 편 있는데 하나는 프랑스 영화 '빗속의 방문객'이고 하나는 바로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년)다. 안타깝게도 '빗속의 방문객'은 프랑스에서도 아직 DVD가 출시되지 않아서 다시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우리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DVD로 갖고 있기에 비가 간혹 본다. '친구'와 관련해 두 가지 기억이 있다. 모두 사람에 대한 기억이고, 그것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다. 한 사람은 영화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이고, 또 한 사람은 배우 유오성이다. 2003년 여름,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에서 황기석 촬영감독을 만났다. 당시 그가 작업실로 쓰던 오피스텔에 '친구'의 조감독이었던 안권태 감독이 와서 입봉작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