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런 식의 속편이라면 만들지 않는게 낫다.
김동원 감독의 데뷔작인 '투사부일체'(2006년)는 전편에서 대사와 인물만 갈아끼운 억지 코미디다.
대사를 비롯해 상황, 설정이 전편과 너무나 흡사하다.
학생으로 돌아가 학교 불량배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대두목, 학교 여선생과 정웅인의 로맨스, 생활고 때문에 엇나가는 여고생, 학교 재단의 전횡이 빚어지는 사립고, 룸살롱 씬 등 대부분이 전편의 판박이다.
전편은 터지는 폭소와 더불어 추락한 교권과 사립고의 문제점을 지적한 메시지가 확실했는데 이번 작품은 온통 억지웃음 뿐이다.
우선 교생이 된 계두식의 반에 보스가 학생으로 배속된 점부터 시작해 고교생들 때문에 싸우던 깡패들이 인사하고 물러가는 설정까지 자연스런 것이 거의 없다.
그저 얄팍한 인터넷 유머와 슬랩스틱으로 일관하는 이 작품은 300만명을 상회한 전편의 인기를 이용했을 뿐이다.
그래서 국내 코미디물로는 가장 많은 600만명이라는 관객 동원 수치도 결국 관객들이 전편의 재미와 메시지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이트피크가 높아서 하얀색이 지나치게 튀는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문제삼을 만한 부분은 없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를 느낄 만한 부분이 많지 않다.
음량은 요란한 편이다.
<파워 DVD캡처 샷>
부족한 부분을 물량으로 메꾸기로 작정한 듯, 하남시에서 촬영한 계두식의 교생 첫 출근길 장면은 재규어 자동차와 BMW 오토바이까지 동원했다.
전편의 '카페' 유머가 이번 작품에서는 '싸이'로 바뀌었다. 여기에 식상한 도토리 유머도 덤으로 얹혔다.
'김샘'의 김홍식, 임성민, 이태란, 춘자 등이 카메오로 출연했는데, 춘자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빛을 못봤다.
장소 설정도 이해가 안간다. 강남구 접수를 위해 계두식이 관할 구역에서 교생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학교 주변에 논과 밭이 보인다. 학교 장면은 경기 신장고에서 촬영했다.
계두식을 연기한 정준호와 대두목 김상중이 교생과 학생으로 한 학교에서 만났다.
"원터치를 쪼개본 지 10년이 넘었고 쪽수로도 밀리는" 김상중은 학교 불량배인 하하 패거리들에게 얻어맞고 돈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한다.
전편에서 정웅인과 송선미의 로맨스는 이번 작품에서 상대역이 최윤영으로 바뀌어 재현된다.
'넘버 3' 베낀 장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인터넷에서 베낀 한자 욕풀이를 자막으로 처리한 장면과 정웅인이 고구려 역사를 놓고 홍콩 삼합회와 다투다가 재떨이로 싸우는 장면 등은 '넘버3'를 차용했다.
인물만 바뀐 노래방 장면을 보면 어지간히 웃음의 소재가 궁색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담임과 원조교제를 하던 여고생 한효주와 정준호가 친해지는 장면 또한 억지로 갈등의 요인을 만들기 위한 의도가 뻔히 보여서 부자연스럽다.
정준호, 김상중 패거리와 요란한 싸움을 벌이던 상대 깡패 조직들은 고교생들이 몰려오자 애들을 죽일 수 없다며 인사하고 순순히 물러난다. 참으로 헛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준호가 경찰에게 붙잡혀 학교를 떠날 때 아이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장면은 프랑스 영화 '코러스'를 노골적으로 베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