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제니퍼 로페즈 3

허슬러(블루레이)

로렌 스카파리아 감독의 '허슬러'(Hustlers, 2019년)는 대놓고 남자들의 등을 치는 간 큰 여자 사기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제시카 프레슬러 기자가 뉴욕 매거진에 쓴 'The Hustlers of Scores'라는 기사를 토대로 한 만큼 실화다. 라모나(제니퍼 로페즈)와 데스티니(콘스탄스 우)를 주축으로 한 여자 사기단 일당의 수법은 간단하다. 약물과 미모를 이용한 꽃뱀이다. 이들은 돈 많은 월가의 부유한 남성들을 노려 접근한 뒤 마약과 흥분제를 섞은 약물을 술에 타서 먹인다. 남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술집에서 신용카드를 마구 긁은 뒤 술집과 매출을 나누는 수법이다. 여러 명의 여성들과 조를 짜서 사기극을 벌이던 여성들은 처음에는 생계를 위해 남자들을 털었으나 나중에는 호사스러운 삶을 위한..

아이스 에이지4 - 대륙이동설 (블루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아이스 에이지' 는 3편부터 문학작품의 설정을 슬쩍 슬쩍 차용하기 시작했다. 3편에선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를 빌려 오더니 4편인 '아이스 에이지4 대륙이동설'(Ice Age : Continental Drift, 2012년)에선 호메로스의 '오딧세이'를 빌려 왔다. 스티브 마티노, 마이크 터메이어가 공동 감독한 이 작품은 지각 변동으로 땅덩이가 분리되며 가족과 생이별한 일행들이 빙산을 타고 가족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거대한 유인원인 기간토피테쿠스가 이끄는 해적 일당과 대결을 벌이고 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는 등 온갖 모험이 벌어진다. 싸이렌의 유혹, 온 몸을 마비시키는 과일 등은 모두 '오딧세이'에 나오는 소재들이다. 여기에 제작진은 제목이 말해주듯 판..

쉘 위 댄스 (블루레이)

1960년대말부터 70년대초 20대였던 일본 전공투 세대들은 당시 치열한 삶을 살았다. 1980년대 우리네 전대협같은 기구였던 전학공투회의, 즉 전공투 세대들은 도쿄대 점거농성 등을 벌이며 어떻게 살것인가로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이들은 198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철저한 성장의 논리에 파묻혀 세상에서 잊혀진 세대가 됐다. 오히려 1991년부터 시작된 주식과 부동산 경기침체로 일본이 소위 '잃어버린 10년'으로 부르는 장기불황에 빠져들면서 40대가 된 전공투 세대들은 가장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 '쉘 위 댄스'(1996년)는 바로 이러한 전공투 세대의 허무를 담고 있다. 언뜻보면 춤이나 배우는 한가로운 중년의 이야기를 다룬 것 같지만, 사실은 전공투 세대인 40대들의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