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허슬러(블루레이)

울프팩 2020. 4. 20. 00:05

로렌 스카파리아 감독의 '허슬러'(Hustlers, 2019년)는 대놓고 남자들의 등을 치는 간 큰 여자 사기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제시카 프레슬러 기자가 뉴욕 매거진에 쓴 'The Hustlers of Scores'라는 기사를 토대로 한 만큼 실화다.

 

 라모나(제니퍼 로페즈)와 데스티니(콘스탄스 우)를 주축으로 한 여자 사기단 일당의 수법은 간단하다.

약물과 미모를 이용한 꽃뱀이다.

 

이들은 돈 많은 월가의 부유한 남성들을 노려 접근한 뒤 마약과 흥분제를 섞은 약물을 술에 타서 먹인다.

남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술집에서 신용카드를 마구 긁은 뒤 술집과 매출을 나누는 수법이다.

 

여러 명의 여성들과 조를 짜서 사기극을 벌이던 여성들은 처음에는 생계를 위해 남자들을 털었으나 나중에는 호사스러운 삶을 위한 범죄로 바뀐다.

그들은 그렇게 모은 돈으로 뉴욕에 고급 아파트를 얻고 모피 코트를 두른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여성 사기단은 일망타진된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비단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얘기는 아니다.

룸살롱이 성업이던 시절에 취객에게 술을 잔뜩 먹인 뒤 신용카드를 왕창 긁어 바가지를 씌우는 일은 국내에서도 흔한 사건이었다.

 

라모나와 데스티니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이들을 자본의 희생양처럼 묘사한다.

"이 도시, 이 나라 전체가 스트립 클럽이야. 돈 내는 사람 따로 있고 춤추는 사람 따로 있다"는 라모나의 대사처럼 가진 자들만 더 많은 돈을 벌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고생하다가 끝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감독은 이를 설득력 있게 다루지 못했다.

왜 그들이 노력해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지, 그들은 어떤 노력을 했으며 일말의 동정을 받을 만큼 정당한 삶을 살았는지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저 어느 날 스트립 클럽에 드나들던 여성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궁리를 한 끝에 사기극을 벌이는 식이다.

 

이런 인물들에게 어떻게 동정을 느끼며 어떻게 공감하겠는가.

과연 등장인물들은 스트립 댄서와 사기 행각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질문과 비슷한 장면이 나오기는 한다.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된 데스티니가 고급 화장품 매장을 찾아가 경력을 속이며 점원 면접을 보는 대목이다.

 

데스티니는 경력직만 뽑는다는 매장 직원의 말에 "뽑아주지 않는데 어디서 경력을 쌓으라는 말이냐"라고 항변한다.

데스티니의 항의는 번지수가 잘못됐다.

 

경력직을 뽑으려는 매장의 선발 기준에 문제는 없다.

나이 들도록 스트립 댄서 및 사기극으로 의류 판매와 동떨어진 삶을 살던 데스티니가 느닷없이 자신의 경력을 바꾸려니 쉽지 않을 뿐이다.

 

이를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포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요 과대망상이다.

그렇다고 감독은 이들을 따끔하게 단죄하거나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어정쩡하게 이런 사기극을 벌인 여성들이 있었다는 식으로 수다를 늘어놓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만큼 인물 묘사가 표피적이다.

 

인물들에게 공감 또는 비판을 끌어내려면 과거와 현재 등 인물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다루는 에피소드가 풍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것들이 없다.

 

자료가 부족했으면 이를 보완할 상상력이라도 제대로 발휘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 것 없이 우격다짐식으로 인물들의 관계만 강조해서는 결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것은 라모나와 데스티니가 쉽게 떼어내기 힘든 악연으로 얽혔다는 것뿐이다.

그마저도 강렬하고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얇은 선처럼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좋은 배우들을 쓰고도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수박 겉핥기식 영화가 돼버렸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이 부드럽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있다.

 

스트립 클럽 장면 등을 보면 리어 채널이 빵빵하게 울린다.

부록은 예고편뿐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제니퍼 로페즈를 비롯해 배우들은 촬영을 위해 폴 댄스를 따로 배웠다.
스트립 클럽 장면은 롱아일랜드의 실제 스트립 클럽인 쇼 팰리스에서 촬영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낯익은 콘스탄스 우가 데스티니 역을 맡았다.
'리버데일'에서 주연했던 릴리 라인하트가 애나벨 역할로 출연.
여성 사기단은 마취제와 엑스터시를 섞어 술에 탄 뒤 남성들에게 먹였다. 마취제는 남성들의 기억을 지우고 엑스터시는 흥분제로 쓰였다.
로렌 스파카리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제니퍼 로페즈는 제작에도 참여했다.
스트리퍼였던 사만다 바배쉬는 2019년 4월에 "제니퍼 로페즈가 내 이야기를 훔쳤다"며 로페즈와 제작사를 고소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연출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했다.
데스티니는 범죄의 전모를 털어놓는 대신 감옥에 가지 않았다. 라모나는 보호관찰 5년형을 선고받았다.
레이디 가가도 극 중 배역으로 고려됐다. 래퍼 어셔는 극 중 클럽을 방문하는 장면에 깜짝 출연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허슬러 (1Disc 풀슬립 600장 넘버링 한정판) : 블루레이
 
허슬러
감독 : 로렌 스카파리아 / 주연 : 제니퍼 로페즈, 콘스탄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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