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최영환 2

베를린 (블루레이)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2012년)은 새삼 분단국가라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이념 때문에 갈린 남과 북의 정보요원들이 한반도도 아닌 머나먼 이국땅인 독일 베를린에서 맞부딪치며 목숨을 걸고 싸우는 얘기다. 그런데 왜 하필 베를린을 택했을까. 베를린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 동백림 사건이라는 역사점 오점을 안고 있는 장소다. 동백림 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이던 1967년 중앙정보부가 독일에서 유학중인 학자나 예술인들이 동베를린(동백림)을 거쳐 북한에 들어가 간첩 교육을 받은 뒤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잡아들인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 요원들은 베를린까지 가서 작곡가 윤이상 등을 강제로 잡아다 고문하고 사건을 조작해 몇 명에게 사형까지 선고하며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결국 최종심에..

범죄의 재구성 (블루레이)

악인들의 세계를 즐겨 다루는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2004년)은 범죄 3부작의 시작이다. 사기꾼이 나오는 이 작품으로 출발해 도박꾼이 나오는 '타짜', 도둑이 나오는 '도둑들'로 이어진다. 이 작품들을 보면 일종의 패턴이 있다. 여러 명의 스타가 우루루 나와 저마다 가진 개성과 특기로 팀웍을 이뤄 한 탕 사건을 벌이는 것. '이탈리안 잡'이나 '오션스 일레븐' 같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이다. 여기에 마치 김수현 드라마를 보듯 캐릭터들은 어찌 그리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대사를 쉼없이 내뱉는 지 할리우드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의 영화는 지극히 이국적이다. 그 색다름이 그의 영화가 주는 재미이자 생경함이다. 즉, 재미있으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낯설음이 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