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하지원 6

색즉시공(블루레이)

윤제균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색즉시공'(2002년)은 청춘들의 성담론을 다룬 최고의 섹스 코미디다.걸판진 육담이 오가는 상황을 능청스러운 대사와 연기를 통해 끊임없이 폭소가 터지게 만든다. 무엇보다 윤제균 감독 특유의 재치있는 유머들이 빛을 발했다.컴퓨터의 윈도를 닫으라는 조언에 유리창을 닫는 아저씨 유머도 있지만 임창정이 무스가 없어서 머리에 딸기잼을 바르고 나갔다가 벌어지는 상황은 억지로 웃기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압권은 임창정의 코믹 연기다.좀 어눌해 보이면서 주눅든 청년의 촌스러운 모습을 아주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임창정은 '공모자들'처럼 무겁고 진지한 연기도 잘하지만 '시실리 2km'나 이 작품처럼 코미디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난다.이 작품은 임창정표 코미디의 진수..

코리아

실제 있었던 스포츠 시합을 영화화 하는 것은 사실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일이다. 이기던 지던 승부를 향한 극적인 드라마가 절반은 완성돼 있기 때문. 나머지 절반은 과정의 간극을 메우는 에피소드들이다. 그런 점에서 문현성 감독의 '코리아'는 이미 절반의 점수를 따고 시작했다. 1991년 제 41회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남북한이 한 팀을 이뤄 결승까지 올라가 극적인 금메달을 땄으니, 그야말로 가슴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이 각종 수식어와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아도 그 사실 만으로도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남한의 탁구영웅 현정화와 북한이 낳은 세계적인 탁구선수 이분희가 세계 1위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과정에 남북한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 우여곡절을 양념..

영화 2012.05.13

해운대

한국형 본격 재난영화를 표방한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는 쓰나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피서철 사람들이 몰리는 휴양지인 해운대를 무대로 선택한 점과 2004년 서남아시아를 덮친 재해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는 쓰나미를 소재로 삼아 현실감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내용은 최근 동해안에 자주 발생하는 지진이 대마도를 강타하면서 그 여파로 부산 해운대에 거대한 메가 쓰나미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등이 출연했다. 구성은 평범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거대한 자연의 파괴력을 동반한 재난으로 아수라장이 된 후, 다시 삶이 바뀌는 전형적인 재난물의 기승전결을 따른다. 결국 구성이 같을 수 밖에 없다면 승부는 얼마나 재난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가에 달렸다. 그런 ..

영화 2009.07.26

바보

김정권 감독의 '바보'(2008년)는 강풀이 그린 같은 제목의 만화가 원작이다. 토스트 장사를 하며 혼자서 동생을 키우는 승룡(차태현)은 발달 장애로 사람들에게 바보 소리를 듣지만 마음만큼은 더 없이 순수하다. 그래서 갖가지 고민과 삶의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지호(하지원)와 상수(박희순) 등 주변 친구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사람들의 삶은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이다. 반대로 순수한 모습을 지닌 채 변함없는 삶을 사는 승룡은 사람들의 이상이요, 꿈이다. 영화는 두 가지 대척점에 서서 거울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담백하게 그렸다. 특히 영화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과거의 흔적들이 묻어있는 풍경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정서를 만든..

1번가의 기적 (SE)

'1번가의 기적'(2007년)은 윤제균 감독의 4번째 영화다. 윤 감독은 '색즉시공' '두사부일체' '낭만자객' 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다. 재개발지역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과 철거용역 깡패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윤 감독의 전작들처럼 웃음이 빠지지 않았으면서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작품이다. 그만큼 전작들에 비해 성숙한 셈이다. 양아치 연기의 달인 임창정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 더 할 수 없이 훌륭했고 복서를 연기한 하지원의 연기도 그럴 듯 했다. 영상도 훌륭하다. 과거와 현재를 빠르게 넘나드는 교차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속도감있게 밀고 나가는 윤 감독의 연출 솜씨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지나치게 해피엔딩으로만 흐르는 결말이 흠 아닌 흠. 세상일이 어디 그렇게 녹녹하던가. 2.35 대 1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