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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바보

울프팩 2008. 9. 28. 16:34
김정권 감독의 '바보'(2008년)는 강풀이 그린 같은 제목의 만화가 원작이다.

토스트 장사를 하며 혼자서 동생을 키우는 승룡(차태현)은 발달 장애로 사람들에게 바보 소리를 듣지만 마음만큼은 더 없이 순수하다.
그래서 갖가지 고민과 삶의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지호(하지원)와 상수(박희순) 등 주변 친구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사람들의 삶은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이다.
반대로 순수한 모습을 지닌 채 변함없는 삶을 사는 승룡은 사람들의 이상이요, 꿈이다.
영화는 두 가지 대척점에 서서 거울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담백하게 그렸다.

특히 영화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과거의 흔적들이 묻어있는 풍경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정서를 만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연탄가스 중독은 1960~70년대 흔했던 사고이며 영화 속 공간인 백제 토성은 지금도 풍납동 아파트 숲 사이에 흔적이 남아 있기에 아련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다소 작위적이고 동화처럼 보이는 것은 동화적 감성이 풍부한 원작 만화에 충실했기 때문.
영화는 원작의 그림과 대사를 그대로 살려 강풀의 만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다가간다.

그러나 2시간이 안되는 상영 시간에 원작을 녹이다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생략과 비약이 늘어난다.
당연히 차분히 따라가야 할 감정도 함께 건너뛴다.

그렇다보니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다면 한 바보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정서적 메시지보다는 전형적인 신파성 줄거리만 보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그저 그렇다.
거친 입자도 눈에 띄고 색감도 바래보이며, 무엇보다 선명도가 떨어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히자만 서라운드 효과는 별로 없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제작과정, 삭제장면 등의 부록이 들어 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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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2006년에 촬영했으나, 개봉이 2년이나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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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둔덕같은 곳은 서울 풍납동에 있는 백제 토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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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발 기자촌에서 촬영한 장면.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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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마루, 연탄 아궁이, 기왓장 등 70년대와 80년대 정서가 묻어있는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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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사용하는 '펄프'라고 불리는 인공눈을 수입해 사용한 장면. 발자국까지 찍힐 만큼 정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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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에 따르면 하지원이 유럽에서 피아노를 못치고 돌아오게 되는 원인은 제작사에서 삭제했다고 한다. 그 바람에 영화는 관객들이 갖는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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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들이 토스트 500개를 한꺼번에 주문하는 장면은 원작에 없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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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상수가 술집 사장을 죽이려고 찾아가는 장면과 승룡의 동생이 토스트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 등이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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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은 이 영화를 위해 약 3개월 가량 피아노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일부 장면의 피아노 지도는 노영심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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