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패니메이션 '전투요정 유키카제'는 참으로 매니악한 작품이다.
가까운 미래에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들과 공중전을 벌이는 지구 방위군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전투기 및 현대 공중전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원작 소설을 쓴 칸바야시 초우헤이가 대단한 전투기 마니아였다.
칸바야시 초우헤이는 1979년부터 83년까지 일본 잡지에 이 작품을 연작 단편으로 연재했으며, 이를 묶어서 84년에 같은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이후 99년에 속편 격인 '굿럭 전투요정 유키카제'를 출간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OVA는 총 5회로 구성됐다.
워낙 원작이 난해한 작품인지라 애니메이션 또한 이해하기 힘들다.
전투요정이라는 제목이 말해 주듯, 영혼을 가진 기계라는 설정이 독특하다.
그러나 전쟁의 시작과 배경, 허무하게 끝나는 결말 등 이야기 진행은 매끄럽지 못하다.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한 덕분에 전투기 등 기기의 묘사가 굉장히 정밀하고 공중전 묘사가 사실적이다.
그러나 영화같은 앵글과 실감나는 묘사, 스토리 등은 오히려 손그림인 '지옥의 외인부대'(에어리어 88)가 더 낫다.
참고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유키카제는 영화 '스텔스'에 나오는 무인기와 상당히 흡사하다.
물론 '스텔스'가 나중에 제작된 만큼 유키카제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4 대 3 풀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화질이 떨어진다.
우선 샤프니스가 예리하지 못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뿌연 화질이 막처럼 덮여 있다.
또 한글 자막에 오자도 많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하다.
특히 일본 항공자위대 기지까지 방문해 녹음한 사운드 덕분에 전투기들의 비행 소리가 실감나게 묘사됐다.
DVD는 5편의 이야기를 5장의 디스크에 수록했다.
1편당 30분 안팎 분량인 만큼 굳이 5장에 디스크에 담지 않아도 됐을텐데, 쓸데없이 디스크 장수만 늘렸다.
별도로 일본 군사전문가가 등장해 전투기 및 항공전술에 대해 설명하는 일종의 해설판이 제공된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3 조계 경보기를 뒤집은 듯한 형상의 조계 경보기.
유키카제의 독특한 디자인은 난초같은 꽃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
공중 항모도 등장. 메카닉을 제외한 인물 그림 등은 떨어진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항모로 등장하는 애드미럴 56. 이름을 그대로 읽으면 이소로쿠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기습을 입안한 일본 연합함대 사령장관 야마모도 이소로쿠에서 따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소로쿠 함장의 이름은 나구모 제독이다. 이 이름 역시 진주만 기습에 참가한 일본 기동함대 지휘관 나구모 중장의 이름이다. 등 뒤에 보이는 욱일기 등 일본 군국주의의 잔재들이어서, 원작자나 제작진이 극우적 발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폭발 장면 등 공중전이 박진감있게 연출됐다. 감독은 오오쿠라 마사히코.
제작진은 이 작품 제작을 위해 이시카와현 코마츠에 위치한 항공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F-15 전투기 등을 타보고 작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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