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호아킨 피닉스 5

조커(4K 블루레이)

팀 버튼이 그린 배트맨 시리즈만 놓고 보면 조커는 배트맨의 원죄 같은 숙적이다. 조커가 아니었다면 배트맨의 부모는 죽지 않았을 것이고 배트맨 또한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커의 기원은 곧 배트맨의 기원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팀 버튼의 '배트맨', '다크나이트' 등 숱한 작품들이 조커의 등장을 그렸지만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Joker, 2019년)는 결을 달리 한다. 우선 초점을 배트맨이 아닌 악당 조커에 맞췄다. 그것도 단순 사건 위주의 피상적 전개가 아니라 어떻게 조커가 등장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심리적 성찰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배트맨과 조커의 한바탕 액션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아예 박쥐 마스크와 검은 망토를 휘날리는 배트맨이 등장..

인히어런트 바이스(블루레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다. '펀치 드렁크 러브'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그가 만든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인물의 내면에 천착한다. 그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했으며 왜 저렇게 변했을까라는 드러나지 않는 면을 강조하다보니 이야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범상치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관심을 끌지만 대부분 흥행에서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인히어런트 바이스'(Inherent Vice, 2014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미국에서 극장 개봉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아예 극장 상영을 해보지도 못하고 바로 부가판권 시장인 인터넷TV로 직행했다. 내용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사립탐정 ..

그녀 (블루레이)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는 독특하다. '존 말코비치 되기'처럼 특정인의 머리 속을 들어가 보거나, 괴물들과 소년의 우정을 다룬 '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 그는 항상 독특한 소재를 다뤘다. 그가 만든 '그녀'(Her, 2013년)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에게 손글씨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하는 주인공 테오(호아킨 피닉스)가 컴퓨터 운용체제(OS)인 사만다와 사귀는 이야기다. 사만다는 단순 OS를 떠나 애플의 '시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티나'처럼 이용자와 음성으로 대화하며 필요한 정보를 전해 준다. 그런데 시리와 코티나가 정보 전달에 치중한 반면 사만다는 한 술 더 떠서 사람의 감성까지 헤아린다. 그래서 때로는 피곤에 지쳐 시무룩한 테오를 위로하기도 하고 인생상담도 해주며 그와 감정적인 교류를 한다..

래더49

제이 러셀(Jay Russell) 감독의 '래더 49'(Ladder 49, 2005년)는 불을 훔친 영화다. 목숨을 걸고 화재 진압에 나서는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론 하워드 감독의 '분노의 역류'와 상당히 흡사하다. 신참 소방관(호아킨 피닉스 Joaquin Phoenix)이 베테랑이 되는 과정과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 때문에 가족과 빚는 갈등, 목숨까지 바쳐가며 다른 사람을 구하는 헌신적 활약 등 구성이 '분노의 역류'를 빼다 박았다. 아닌 게 아니라 러셀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 론 하워드 감독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당시 하워드 감독은 "불을 디지털로 만들지 말라"는 충고를 했고, 이를 충실히 따른 러셀 감독은 볼티모어 항구에 위치한 20층짜리 건물을 홀라당 태워가며 이 영화를 찍었다. 덕분에 화재..

브라더베어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그렇듯 색감이 예쁘다. 요즘 추세와 달리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셀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제작한 애론 블레이즈(Aaron Blaise)와 로버트 워커(Robert Walker) 공동감독의 '브라더베어'(Brother Bear, 2003년)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와이오밍강, 알래스카,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을 다니며 그린 배경이 오래된 유화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신비한 인디언의 전설이 흐른다. 인디언 소년이 자신의 토템인 곰을 죽인 벌로 곰이 돼 생활하다가 나중에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곰으로 살아가는 내용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유럽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를 연상하게 만든다. 곰에 대한 친근한 정서는 서구인들보다 동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