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280

홀리 마운틴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광기의 시네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아닌게 아니라 '성스러운 피'를 시작으로 '엘 토포' '홀리 마운틴' '판도와 리스' 등 국내 상영된 그의 영화들을 보면 충격적이며 기괴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그 가운데 애잔한 선율과 더불어 발견할 수 있는 영상의 아름다움은 조도로프스키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함이다. '홀리 마운틴'(The Holy Mountain, 1975년)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의 경우 판권 분쟁 등 여러가지 사정상 뒤늦게 개봉했지만 무려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을 만큼 그의 영화는 요즘봐도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아울러 요즘 세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그의 작품은 다면적이고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이 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예수를 닮은 남자가 태양계..

M (엠)

'M'(2007년)은 순정파 이명세 감독의 스타일리쉬한 순애보다.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소설가 민우(강동원)가 백일몽같은 꿈과 현실을 오가며 첫 사랑 미미(이연희)와의 아름다우면서 가슴아픈 추억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다. 단순 명료한 이야기를 이명세 감독만의 뛰어난 영상화법으로 포장했다. 덕분에 '형사'에서 보여준 마약같은 중독성을 가진 독특한 비주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작인 '형사'도 아름다웠지만, 이 작품은 '형사'보다도 더 진일보한 영상미를 지닌 수작이다. 마치 고흐의 그림처럼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한낮의 거리, 강렬한 명암대비는 언뜻보면 왕가위의 '중경삼림'과 '아비정전'처럼 잠에 취한 듯 나른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여기에 정훈희가 부른 '안개'는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심지어 음악까지 사..

연을 쫓는 아이

마크 포스터 감독의 '연을 쫓는 아이'(The Kite Runner, 2007년)는 참으로 감동적인 작품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고 자란 할리드 호세이니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두 친구의 삶과 아픔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아미르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란 핫산과 뜻하지 않은 사건을 겪고 나서 헤어진다. 이후 아미르는 구 소련 군의 침공으로 아프간을 떠나 미국에서 작가로 성공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핫산의 소식을 듣고 탈레반에 의해 죽음의 땅이 돼버린 고향에 돌아가 우여곡절 끝에 핫산 대신 그의 아들을 데려온다. 정작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난 작가가 쓴 작품이어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편견과 미국 예찬론이 은연중에 배어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인생 여정은 그 자..

어톤먼트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오래된 사진첩을 보는 것처럼 따뜻하다. 그것이 가슴 벅찬 사랑 이야기든, 애잔한 이별 이야기든 상관없이 그가 만든 따뜻한 영상은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힘이 깃들어 있다. '오만과 편견'이 그랬고 후속작인 '어톤먼트'(Atonement, 2007년)도 마찬가지다. 이완 맥이완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질투에 눈이 먼 소녀의 거짓말이 가져온 가슴아픈 이별과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오만과 편견'처럼 창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과 은은한 촛불 등 국지 조명을 통해 인물들을 아련하게 표현한 영상이 일품이다. 마치 한 편의 영상시를 보는 것처럼 그림이 아름답다. 원작 소설만큼 복잡다단하게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감정의 깊이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

마녀배달부 키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마녀배달부 키키'(1989년) 역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고 따뜻하게 감싸준다. 이 작품은 13세가 되면 독립해야 하는 마녀의 규칙상 부모 곁을 떠나 낯선 마을에 정착해 살아가는 마녀 키키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마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못되고 심술궂은 악당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착한 존재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천진난만한 마녀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이 잃어버린 순수와 동심을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동화같은 이야기를 통해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안하고 있다. 특히 나는 법을 잊어버린 마녀 키키의 모습과 옆에서 키키를 위로하는 여류 화가 우르슐라의 "억지로 생각하지 마라"는 대사를 통해 재충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