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280

다이하드 (SE)

존 맥티어난 감독이 1988년에 만든 액션 영화 '다이하드'는 주연 배우인 브루스 윌리스를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다. 크리스마스이브 파티가 열리는 고층 건물을 장악한 테러리스트들과 건물에 갇힌 형사가 홀로 대결을 펼치는 내용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비결은 형사가 아닌 악당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갔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냉정하게 보면 악당 두목인 한스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의 결정에 따라 사건은 시시각각 뒤바뀐다. 관객들까지 한스의 범죄 계획에 끌려다니며 형사가 이를 어떻게 뒤집을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봐야 했다. 탄탄한 구성, 긴박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봉쇄된 건물이 가져오는 묘한 폐쇄 공포감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이후 시리즈로 거듭났고..

내일을 향해 쏴라 (SE)

조지 로이 힐 감독의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년)는 참으로 독특한 서부극이다. 실화를 소재로 다룬 이 작품은 은행을 터는 악당이면서도 결코 밉지 않은 주인공들이 등장해 웃음과 안타까움, 통쾌함을 선사한다. 버디물이자, 안티 히어로물이면서 서부극판 느와르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비슷하다. 두 작품 모두 반전과 평화를 외치던 히피 정신이 미국 사회를 휘젓던 무렵에 제작됐다. 그만큼 영화에는 반항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그런지 학창시절 TV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경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황금콤비가 빚어내는 완벽한 연기, BJ 토머스의 더 할 수 없이 흥겨운 주제가 등..

플라이 (SE)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플라이'(The Fly, 1986년)는 '투명인간'같은 공상과학(SF) 영화면서 더 할 수 없이 끔찍한 공포영화이자 가슴 아픈 사랑영화다. 이 작품은 플레이보이지에 게재된 조지 란젤란의 단편소설을 영화로 만든 1958년 작품을 리메이크했지만, 오히려 원작 영화를 능가하는 수작으로 거듭났다. 내용은 공간이동 기계를 발명한 과학자가 직접 생체 실험을 하다가 그만 전송기에 끼어든 파리와 합성되면서 점점 기괴한 괴물로 변해가는 이야기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여기에 과학자와 여기자의 엇갈린 사랑을 곁들여 끔찍하면서도 슬픈 내용으로 풀어냈다. 이 작품이 뛰어난 것은 지금봐도 끔찍한 분장과 기괴한 스토리, 그 속에 곁들여진 질병과 죽음에 대한 절묘한 은유다. 특히 과학자가 괴물로 변해가는 ..

울트라 바이올렛 (무삭제 확장판)

'이퀄리브리엄'으로 화려한 스타일리쉬 액션을 선보였던 커트 위머 감독이 두 번째로 들고 나온 작품이 '울트라 바이올렛'(Ultraviolet, 2006년)이다. 이번 작품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화려한 스타일리쉬 액션을 보여준다. 대신, 화려한 액션의 주인공이 여자로 바뀌었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가 울트라 바이올렛 역을 맡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액션을 선보인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전작처럼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흡혈병에 걸린 돌연변이들과 인간의 싸움을 그린 내용으로, 언뜻보면 '블레이드'나 '엑스맨'을 연상케 한다. 내용보다는 눈을 어지럽게 만드는 스타일리쉬 액션과 산뜻한 색상이 돋보이는 영상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그만큼..

오만과 편견

눈으로 읽는 영상소설인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 2005년)은 참으로 아름다운 영화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조 라이트 감독은 제인 오스틴의 원작 소설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상으로 바꿔놓았다. 18세기 영국의 하트포드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자매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연애를 하면서 빚을 수 있는 남녀와 오만한 모습과 편견들을 다뤘다. 이국적인 배경과 동떨어진 시대를 다루다보니 서로 얽히고 설키는 복잡한 감정 묘사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해도 수려하게 펼쳐지는 경관과 서정적인 영상 만큼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일부러 튀거나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차분하면서도 은은한 영상들은 한 폭의 풍경화같다. 여기에 다리오 마리아넬리가 담당한 음악도 그림과 잘 어우러져 감성을 자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