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2주간 다녀온 인도 출장과 관련해 소름끼치는 기억이 하나 있다.
당시 주인도 한국대사는 국빈 대접을 받으며 방문한 한국 기자단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때 들려준 충격적인 이야기가 바로 인도의 심각한 인신매매 실태였다.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는 여성들의 경우 매매춘, 남성들의 경우 장기 적출용으로 이뤄진단다.
대사는 실제로 인도 방문 몇 달 전 한국에서 고시 합격한 대학생이 인도에 배낭여행을 갔다가 장기를 적출당한 시체로 발견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한국에서는 대서특필될 일이지만 인도는 워낙 사고가 많다보니 시체가 발견되도 기사 한 줄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있다.
김홍선 감독의 '공모자들'(2012년)은 바로 무시무시한 장기밀매자들에 대한 영화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 위에서 본인도 모르게 납치돼 장기가 적출되는 이야기는 내용만 들어도 무시무시하다.
이를 김 감독은 1년 여에 걸친 꼼꼼한 취재와 긴장감 넘치는 영상을 통해 훌륭한 스릴러로 만들어 냈다.
뛰어난 스토리,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으로 똘똘 뭉친 이 작품은 지난해 본 영화 중에 손에 꼽을 만한 수작이다.
특히 김 감독은 이 작품에서 조직적인 장기 밀매 범죄를 강조한다.
실제로 장기 밀매 범죄는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올해 2월26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인도인이 포함된 인도 원정 장기 밀매 조직 8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중국 공안에서 장기 밀매를 강하게 단속하자 인도로 옮겨 장기 적출과 이식을 벌였다.
이들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가족에 한해서 장기 이식을 허용해 주는 인도의 법을 악용해 장기 매도자와 이식환자를 가족처럼 꾸며 이식수술을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에서 장기 이식 대기기간이 2008년 330일에서 2011년 392.4일로 길어지다보니 불법 장기 이식이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도 보험사 직원, 병원 관계자, 사채업자, 밀수꾼이 낀 커다란 범죄의 그림자를 지목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아귀가 들어맞는 꼼꼼한 스토리와 임창정의 놀라운 변신이다.
그동안 양아치 연기의 달인으로 코믹극에 강점을 보였던 임창정이 어둡고 진지한 역할에 도전해 훌륭하게 소화했다.
새삼 임창정을 다시 보게 만들 만큼 그의 연기 변신은 성공적이다.
더불어 윤남주 촬영감독의 빼어난 핸드헬드 촬영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들고 찍었는데, 핸드헬드 촬영의 고질적 단점인 어지러운 느낌이 거의 없어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막판 전체적 그림으로 아귀가 들어맞는 퍼즐같은 구성도 훌륭했고 헛된 희망을 불어넣는 작위적 결말로 끝맺음하지 않은 점도 좋았다.
다만 러브라인이 약해서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헌신적인 이유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잘 만든 스릴러 소설처럼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올린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조화를 이룬 수작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최신작 답게 약간 탈색된 듯한 색감과 디테일이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다만 메뉴의 비명 소리 등은 쓸데없이 음량이 너무 크다.
부록으로 김홍선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미공개 엔딩,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풍경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김홍선 감독은 2009년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신부가 납치돼 장기적출을 당한 사건을 토대로 이 작품을 구상했다. 실제로 운항 중인 배에 매달려 촬영한 장면. 이 장면에서 와이어가 끊어져 배우가 다치기도 했다. 조직범죄의 희생자가 된 여성을 연기한 정지윤은 미대 출신이어서 극중 나오는 삽화들을 직접 그렸다. 악역인 양아치 사채업자를 맡은 신승환도 연기를 잘했다. 그의 단발머리는 김 감독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을 흉내내 지시한 것. 장기적출을 담당한 의사를 연기한 오달수가 병원에서 정사를 벌이는 장면은 김포병원서 헤어누드로 촬영했으나 영화에서는 삭제했다. 이 장면은 김 감독이 '아메리칸사이코'를 오마주했다. 해가 지는 장면은 김 감독이 캐논 5D 마크3로 직접 찍었다. 바다 위를 떠가는 여객선, 그것도 흔적을 쉽게 지울 수 있는 사우나실에서 장기 적출이 벌어진다는 설정도 기발하다. 사우나실은 실제 여객선의 사우나실이 협소해 실제보다 5배 크기로 만든 세트다. 중국 장면은 산둥 반도 동쪽 끝에 위치한 웨이하이에서 촬영. 황해와 접해 있는 이 곳은 3면이 바다다. 김 감독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인 따이공들의 모습을 배에서 몰래 찍다가 카메라를 빼앗기고 촬영 영상을 모두 삭제 당하는 등 위험한 순간을 겪기도 했다. 수술용 메스를 들고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진짜 칼과 가짜 칼을 섞어서 사용. 장기를 적출하는 중국 병원으로 나온 곳은 한국의 예전 보훈병원이다. 병원이전으로 철거하기 전 이 곳에서 마지막 촬영을 했다. 아내를 잃은 최다니엘과 임창정이 맞닥뜨리는 장면은 웨이하이 시장에서 촬영. 배우들은 실제 피부 위에 실리콘 피부를 붙이고 상처 등을 표현하는 프로스테릭 분장을 했다. 조직 범죄의 억울한 희생양이 되는 여성 역할을 연기한 조윤희. 김 감독은 장기 밀매 브로커들을 직접 인터뷰 하는 등 취재에 공을 들였다. 확실히 팩트가 뒷받침되니 대본이 탄탄하다.
당시 주인도 한국대사는 국빈 대접을 받으며 방문한 한국 기자단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때 들려준 충격적인 이야기가 바로 인도의 심각한 인신매매 실태였다.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는 여성들의 경우 매매춘, 남성들의 경우 장기 적출용으로 이뤄진단다.
대사는 실제로 인도 방문 몇 달 전 한국에서 고시 합격한 대학생이 인도에 배낭여행을 갔다가 장기를 적출당한 시체로 발견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한국에서는 대서특필될 일이지만 인도는 워낙 사고가 많다보니 시체가 발견되도 기사 한 줄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있다.
김홍선 감독의 '공모자들'(2012년)은 바로 무시무시한 장기밀매자들에 대한 영화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 위에서 본인도 모르게 납치돼 장기가 적출되는 이야기는 내용만 들어도 무시무시하다.
이를 김 감독은 1년 여에 걸친 꼼꼼한 취재와 긴장감 넘치는 영상을 통해 훌륭한 스릴러로 만들어 냈다.
뛰어난 스토리,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으로 똘똘 뭉친 이 작품은 지난해 본 영화 중에 손에 꼽을 만한 수작이다.
특히 김 감독은 이 작품에서 조직적인 장기 밀매 범죄를 강조한다.
실제로 장기 밀매 범죄는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올해 2월26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인도인이 포함된 인도 원정 장기 밀매 조직 8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중국 공안에서 장기 밀매를 강하게 단속하자 인도로 옮겨 장기 적출과 이식을 벌였다.
이들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가족에 한해서 장기 이식을 허용해 주는 인도의 법을 악용해 장기 매도자와 이식환자를 가족처럼 꾸며 이식수술을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에서 장기 이식 대기기간이 2008년 330일에서 2011년 392.4일로 길어지다보니 불법 장기 이식이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도 보험사 직원, 병원 관계자, 사채업자, 밀수꾼이 낀 커다란 범죄의 그림자를 지목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아귀가 들어맞는 꼼꼼한 스토리와 임창정의 놀라운 변신이다.
그동안 양아치 연기의 달인으로 코믹극에 강점을 보였던 임창정이 어둡고 진지한 역할에 도전해 훌륭하게 소화했다.
새삼 임창정을 다시 보게 만들 만큼 그의 연기 변신은 성공적이다.
더불어 윤남주 촬영감독의 빼어난 핸드헬드 촬영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들고 찍었는데, 핸드헬드 촬영의 고질적 단점인 어지러운 느낌이 거의 없어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막판 전체적 그림으로 아귀가 들어맞는 퍼즐같은 구성도 훌륭했고 헛된 희망을 불어넣는 작위적 결말로 끝맺음하지 않은 점도 좋았다.
다만 러브라인이 약해서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헌신적인 이유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잘 만든 스릴러 소설처럼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올린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조화를 이룬 수작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최신작 답게 약간 탈색된 듯한 색감과 디테일이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다만 메뉴의 비명 소리 등은 쓸데없이 음량이 너무 크다.
부록으로 김홍선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미공개 엔딩,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풍경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김홍선 감독은 2009년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신부가 납치돼 장기적출을 당한 사건을 토대로 이 작품을 구상했다. 실제로 운항 중인 배에 매달려 촬영한 장면. 이 장면에서 와이어가 끊어져 배우가 다치기도 했다. 조직범죄의 희생자가 된 여성을 연기한 정지윤은 미대 출신이어서 극중 나오는 삽화들을 직접 그렸다. 악역인 양아치 사채업자를 맡은 신승환도 연기를 잘했다. 그의 단발머리는 김 감독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을 흉내내 지시한 것. 장기적출을 담당한 의사를 연기한 오달수가 병원에서 정사를 벌이는 장면은 김포병원서 헤어누드로 촬영했으나 영화에서는 삭제했다. 이 장면은 김 감독이 '아메리칸사이코'를 오마주했다. 해가 지는 장면은 김 감독이 캐논 5D 마크3로 직접 찍었다. 바다 위를 떠가는 여객선, 그것도 흔적을 쉽게 지울 수 있는 사우나실에서 장기 적출이 벌어진다는 설정도 기발하다. 사우나실은 실제 여객선의 사우나실이 협소해 실제보다 5배 크기로 만든 세트다. 중국 장면은 산둥 반도 동쪽 끝에 위치한 웨이하이에서 촬영. 황해와 접해 있는 이 곳은 3면이 바다다. 김 감독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인 따이공들의 모습을 배에서 몰래 찍다가 카메라를 빼앗기고 촬영 영상을 모두 삭제 당하는 등 위험한 순간을 겪기도 했다. 수술용 메스를 들고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진짜 칼과 가짜 칼을 섞어서 사용. 장기를 적출하는 중국 병원으로 나온 곳은 한국의 예전 보훈병원이다. 병원이전으로 철거하기 전 이 곳에서 마지막 촬영을 했다. 아내를 잃은 최다니엘과 임창정이 맞닥뜨리는 장면은 웨이하이 시장에서 촬영. 배우들은 실제 피부 위에 실리콘 피부를 붙이고 상처 등을 표현하는 프로스테릭 분장을 했다. 조직 범죄의 억울한 희생양이 되는 여성 역할을 연기한 조윤희. 김 감독은 장기 밀매 브로커들을 직접 인터뷰 하는 등 취재에 공을 들였다. 확실히 팩트가 뒷받침되니 대본이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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