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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북 (블루레이)

울프팩 2019. 6. 8. 18:39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흑인 노예들이 해방됐지만 여전히 흑인과 백인을 차별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짐 크로 법이다.

 

짐 크로 법은 남북전쟁 이후 남부 11개 주에서 시행한 흑인 차별법이다.

남부의 공공시설, 즉 학교 극장 상점 및 공공 화장실과 대중교통 등에서 백인과 흑인을 분리해 대우하는 것을 인정하는 법이다.

 

남부 일부 지역에서 흑인은 해가 진 뒤 외출조차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이 법이 적용돼 해군 등에서 일정 보직을 흑인이 맡을 수 없었다.

 

미국 음악 코미디쇼인 민스트럴 쇼에서 백인 코미디언이 흑인 분장을 한 채 바보 연기를 한 캐릭터 이름을 딴 이 법은 놀랍게도 연방법원에서 흑백을 분리했으나 평등한 법이라고 합헌 판결을 받았다.

그 결과 1965년까지 공공연하게 남부에서 이 법이 시행됐고 일부 북부에서도 이에 따른 흑백 분리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다가 유명한 로자 파크스 사건 이후 흑인 민권 운동이 시작되면서 1964년 연방 민권법이 제정된 뒤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로자 파크스 사건은 흑인 여성 파크스가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기사의 요구를 거절한 뒤 벌어진 일련의 흑인 민권 운동을 말한다.

 

피터 패럴리 감독의 '그린 북'(Green Book, 2018년)은 1960년대 만연했던 흑백 인종 차별을 다루고 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당시 유명했던 흑인 피아니스트 도널드 월브리지 셜리와 그의 백인 운전기사였던 토니 발레롱가의 우정을 로드 무비 형식으로 풀어냈다.

 

처음에는 흑인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했던 토니(비고 모텐슨)가 셜리(마허샬라 알리)의 남부 연주여행을 동행하면서 서서히 인종차별의 문제점을 자각하게 된다.

1929년 플로리다주 펜사콜라에서 성공회 신부인 아버지와 교사였던 자메이카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돈 셜리는 2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천재적인 실력으로 9세 때 레닌그라드 음악원에 입학했다.

 

이후 그는 18세 때 보스턴 팝스 심포니와 협연으로 데뷔했으며 1955년부터 많은 음반을 내 미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러시아 출신 유명 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는 셜리의 피아노 실력에 대해 "신의 경지에 이른 기교를 가졌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그런 셜리도 인종 차별이 심한 미국에서 클래식 연주자로 성공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피아노를 한때 포기했다.

그래서 그는 시카고 대학에 진학해 심리학을 공부한 뒤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나라 말을 구사할 만큼 언어에도 재능을 보였던 그는 학업에서도 뛰어났다.

하지만 음악을 그만둘 수 없었던 셜리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다.

 

클래식에 당시 유행했던 재즈와 팝 음악을 섞어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만들었다.

여기에 그는 첼로와 베이스를 끼워 넣은 트리오를 창안해 1972년까지 돈 셜리 트리오로 활동했다.

 

이후 오른손에 건염이 발생해 활동이 줄긴 했지만 2013년 84세로 사망할 때까지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며 음반을 냈다.

뉴욕의 브롱크스에서 나고 자란 발레롱가는 어릴 때부터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며 주먹 쓰는 법을 익혔다.

 

코파카바나 클럽에서 12년간 일한 그는 당대 인기 가수였던 프랭크 시나트라, 토니 베넷, 바비 달린과 마피아 두목들하고 친했다.

비록 초등학교도 채 마치지 못했지만 워낙 입담이 좋아서 '떠벌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사람들을 잘 설득시켰다.

 

패럴리 감독은 이처럼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연주 여행을 통해 차차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은 곧 인종 차별의 실상과 문제점에 눈을 뜨는 과정이기도 하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 불과 몇십 년 전까지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이 같은 숙소에 묵을 수 없고 술집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인종 차별이 심각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오죽했으면 흑인들이 미국에서 폭행을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흑인들을 위한 숙소, 상점, 화장실 등을 소개한 '그린 북'이라는 책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영화 제목은 바로 발레롱가가 셜리를 위해 그린북을 들고 미국 남부를 여행하는데서 비롯됐다.

그렇다 보니 셜리가 고난의 행군이나 다름없는 남부 연주 여행을 고집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비록 초대한 곳에서는 그를 환대했지만 그렇다고 법이나 사람들의 관습까지 뛰어넘은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최정상급 연주자로 셜리를 환영했으나 화장실 등을 따로 쓰기를 요구하고 심지어 같은 장소에서 밥 먹는 것조차 거부한다.

 

셜리는 이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뛰어난 연주로 백인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셜리 만의 투쟁 방식이다.

 

발레롱가도 처음에 이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주먹보다 품위를 유지하며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점차 왜 중요한 지 깨닫게 된다.

이는 곧 관객이 두 사람의 우정 뒤에 숨은 인간 평등의 정신을 체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만큼 패럴리 감독이 설득력 있게 구성을 잘했고 극적 과장 없이 잔잔하게 연출을 잘했다.

배역에 딱 들어맞는 배우들 또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버디 무비이자 로드 무비 형식을 띈 만큼 남부 풍경을 보여주는 영상이 시원하고 더불어 훌륭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제91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마허샬라 알리가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 각본과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을 수상했다.

 

물론 영화에 대해 논란도 있다.

일단 돈 셜리 측 유족들이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으며, 백인이 흑인을 보호하는 내용 또한 여전히 백인 우월주의적 시각이 배어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주면서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잘 만든 영화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극적 구성만큼은 탁월한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색감이 화사하고 윤곽선이 깔끔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확실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사운드도 웅장하고 요란한 편.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실존 인물 소개, 그린북 설명, 감독 인터뷰와 배우들 인터뷰, 관객평과 유병재가 진행하는 GV현장 영상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 영상 HD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인 닉 발레롱가가 각본 작업을 하고 제작에도 참여했다.
돈 셜리는 카네기홀 위에 있는 고급 아파트에서 살았다.
닉 발레롱가는 아버지 뿐 아니라 셜리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셜리는 발레롱가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준 뒤 죽을때까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
토니 발레롱가를 연기한 비고 모텐슨은 연기를 위해 체중을 20kg 가까이 불렸다.
영화 제목인 그린북은 흑인 운전자를 위한 여행 안내서다. 뉴욕의 집배원 빅터 휴고 그린이 만든 이 책은 흑인들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흑인들을 위한 숙소, 상점, 병원 등을 소개했다.
유일하게 흑인들을 반겼던 에쏘 주유소에서만 그린북을 팔았다. 휴고 그린이 1960년 사망한 뒤 부인 알마가 1966년까지 그린북을 출간했다. 이후 1964년 민권법 제정 뒤 66년에 발행이 중단됐다.
발레롱가와 셜리는 2013년에 3개월 차이로 죽었다. 사망 당시 토니는 82세, 셜리는 84세였다.
셜리는 스타인웨이&선 피아노만 고집했다. 극 중 셜리의 피아노 연주곡을 대신 연주한 크리스 보워스 역시 스타인웨이 피아노만 연주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셜리와 발레롱가가 8주간 다닌 미국 남부의 연주 여행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대부분은 뉴올리언즈와 슈리브포트 북동부에서 촬영.
마허샬라 알리는 크리스 보워스에게 피아노를 배우며 연습했다.
셜리가 타고 다닌 차는 당시 부자의 상징이었던 캐딜락 세단 드빌이다. 이 차는 8기통 엔진에 배기량이 6300cc다.
훌륭한 영상은 숀 포터가 촬영.
마허샬라 알리는 돈 셜리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배역을 연구했다.
돈 셜리는 한 번 결혼했으나 이혼한 뒤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그는 동성애자로 추측되 스스로 밝힌 적이 없다.
제작진은 사실적 표현을 위해 당시 세트와 소품, 실제 셜리가 사용한 스타인웨이 피아노까지 공수해 촬영.
돈 셜리의 동생 모리스는 셜리가 발레롱가를 친구가 아닌 운전사로면 여겼다고 주장했다. 모리스는 셜리가 자동차 문을 열어주지 않고 가방도 들어주지 않는 등 예의를 갖추지 않은 토니를 연주여행 후 해고했다고 밝혔다.
셜리의 동생 모리스는 영화에서 셜리가 동생과 사이가 안좋은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셜리는 9세때 사망한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들을 잘 챙기며 키우다시피 했다고 주장했다.
피터 패럴리 감독은 동생 바비 패럴리와 함께 형제 감독으로 유명. '덤 앤 더머 1,2'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등 코미디물을 주로 연출하고 각본을 썼다.
엔딩 타이틀에 나오는 돈 셜리의 실제 모습. 옆의 음반 재킷이 극 중 발레롱가의 대사 속에 나오는 '지옥의 오르페'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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