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스티브 맥퀸의 죽음은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즐겨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암이었다.
혹자는 레이싱을 즐겼던 그가 석면으로 채운 옷을 자주 입어 폐암에 걸렸다고 했고, 누구는 1950년대 미국이 핵실험을 한 사막에서 서부극을 촬영한 탓이라고 했다.
어쨌든 영원한 '빠삐용'인 그는 1980년, 한창 나이인 50세때 멕시코에서 세상을 떴다.
워낙 좋아했던 배우여서 지금도 그가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헨리 해서웨이 감독의 '네바다 스미스'(Nevada Smith, 1966년)는 그의 힘들었던 인생을 닮은 서부극이다.
주인공 맥스(스티브 맥퀸)가 부모를 잔혹하게 죽인 악당 3인조를 없애기 위해 집요한 복수를 펼치는 내용.
스티브 맥퀸은 워낙 가난해 15세때 가출해 맥스처럼 떠돌이 생활을 한다.
자잘한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을 들락거렸고, 막노동과 날품팔이로 연명하다가 해병대에 입대해 하사관으로 제대했다.
뉴욕 액터즈스튜디오에서 연기 공부를 한 뒤 배우가 된 그는 '황야의 7인' '대탈주' '불리트' '신시내티 키드' '타워링' '빠삐용' 등 대작들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네바다 스미스'는 그의 출연작 가운데 썩 훌륭한 작품은 아니지만 독특한 구조를 가진 서부극이다.
부모를 잃은 고아가 은인의 도움으로 총솜씨를 갈고 닦아 원수를 갚은 내용은 기존 서부극과 달리 중국 무협영화의 틀을 닮았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여자를 이용하기도 하고, 교묘히 함정을 파기도 하는 등 무조건 정의롭기만 한 단선적 서부극의 주인공들과 다른 면모를 보인다.
주인공 맥스가 인디언과 백인의 혼혈이라는 설정도 일반적인 서부극과 다르다.
복수의 허망함을 전하며 길을 떠나는 주인공은 마치 '세인'을 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무협지와 정통 서부극을 섞은 칵테일이다.
요란한 총격전보다 탄탄한 드라마로 승부하는 서부극으로, 무엇보다 맥퀸의 고독한 얼굴을 볼 수 있어 좋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계단 현상에 윤곽선은 뭉개지고 색감도 떨어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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