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은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가 발견했다.
퇴행성 뇌질환인 이 병은 서서히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기억을 잘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언어 능력을 상실하고 급기야 판단력이 떨어져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보통 65세 이후에 발병하는데 더러 40대 미만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리속의 지우개'라는 영화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젊은 여성 이야기를 다뤘다.
젊은 나이에 걸리면 병의 진행속도가 빠르다.
발병 원인은 간단하게 말해 뇌 기능을 저하시키는 단백질이 과도하게 생성되면 그렇다는데, 유전적 요인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가족 중에 이 병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발병 확률이 높다.
문제는 아직까지 치료방법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약물과 운동요법 등으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환자도 괴롭고 힘들지만 가족들의 어려움이 크다.
간병도 어렵고 더러 환자 중에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 환자와 가족 모두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형편이 닿으면 요양병원에 보내 돌보게 한다.
이그나시오 페레라스 감독이 만든 '노인들'(Wrinkles , 2011년)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노인들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병에 걸린 환자가 겪는 고통과 공포를 노인의 입장에서 아주 잘 다뤘다.
보노라면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기억과 세상이 서서히 지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감정 과잉으로 치닫지도 않는다.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노인들의 행동이 더러는 유머러스하고 더러는 안타까운 에피소드들로 이어진다.
정작 감정을 흔드는 것은 그림이다.
유럽 만화 특유의 간결한 그림체와 수채화처럼 번지는 색감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오히려 그래서 실사 영상보다 더 감정이입이 잘 된다.
영화가 끝날 무렵 한 줄의 자막이 흐른다.
'오늘과 내일의 모든 노인들에게 바친다.'
작품 속 이야기가 남이 아닌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이중윤곽선이 보이기는 하지만 괜찮은 편이다.
더러 한글 자막에 보이는 오자가 흠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비하인드 씬이 수록됐다.
비하인드 씬은 간단한 제작과정을 음성 없이 그림 만으로 보여준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빛을 참 잘 썼다. 창이나 문을 통해 스며드는 빛이 따뜻한 느낌을 준다.
색도 많이 쓰지 않았다. 몇 가지 기본 색만으로 쓸쓸함과 외로움, 두려움, 안타까움과 슬픔 등을 잘 표현했다.
점점 바래는 색감은 노인의 사라지는 기억을 연상케 한다.
남은 가족들이 하나씩 노인의 짐을 정리한다. 노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그렇게 세상에서 잊혀진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음악도 괜찮다. 음악은 스페인의 여성 작곡가 나니 가르시아가 맡았다.
1955년생인 나니 가르시아는 이 작품에서 피아노 연주도 맡았다.
원작은 파코 로카가 그린 동명 만화다.
버려진 담배꽁초처럼 영화 속에는 노인의 쓸쓸함을 상징하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친구가 된 두 노인은 그늘 속에서 볕이 좋은 세상으로 일탈을 꿈꾸지만 결코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마치 알츠하이머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암시 같다.
그렇게 세상은 행복하고 따뜻했던 어렸을 때 추억이 머문 곳으로 노인의 머리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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