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Attila Marcel, 2013년)은 '일루셔니스트' '벨빌의 세 쌍둥이' 등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든 실뱅 쇼메 감독의 실사 영화다.
내용은 쌍둥이 이모와 함께 살아가는 피아니스트인 주인공이 어느날 신비한 여인인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 베일에 쌓여 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다뤘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지극히 회화적이다.
애니메이션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답게 구도와 색감 등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인물과 소품의 배치 등이 화면을 가득 채운 미장센은 프레임 하나 하나가 그림이 된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씬 뿐만 아니라 소품, 또는 풍경만 찍은 장면도 대각선 구도를 이루거나 마름모꼴로 배치해 공간 속에서 균형을 이룬다.
그래서 영상 속 여백 조차도 공간을 가득 채우며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한다.
마치 빈 공간이 허전하게 빈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 때로는 화사하고 때로는 부드럽고 은은하게 퍼지는 색감 또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하다.
특히 다채로운 색감으로 가득한 주인공의 회상 장면은 '아멜리에'를 연상케 한다.
그만큼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시각적 요소만으로 승부하는 작품은 아니다.
주인공의 회상 장면은 뮤지컬처럼 노래와 춤을 곁들여 형식의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남녀 관계를 한 편의 레슬링으로 표현한 장면이 기발하다.
주인공을 말 없는 피아니스트로 설정해 판토마임의 요소를 곁들인 점도 흥미롭다.
오히려 피아노 음악이 그의 심중을 대신 전하는 대사 같다.
아스파라거스 차 한 잔과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통해 과거로 기억 여행을 한다는 설정도 이채롭다.
쇼메 감독은 이를 통해 사람들의 기억이 달콤하거나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쇼메 감독은 자신의 애니메이션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아련함이 섞여 있는 꿈처럼 연출했다.
한마디로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동화같은 내용의 조화가 적절하게 이뤄진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필름 질감이 잘 살아 있는 화질이다.
부드럽고 편안한 색감들이 잘 표현됐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적당하다.
전체적으로 배경음악이 편안하게 공간을 감싼다.
부록으로 이상용 평론가의 음성해설, 감독 인터뷰, 관객들이 뽑은 OST 베스트와 특별영상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이 가운데 감독 인터뷰는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제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입고 있는 가죽 점퍼 등 뒤에 박아 넣은 글자인 '아틸라 마르셀'이다. 감독은 제목을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 '벨빌의 세 쌍둥이'에 수록된 노래 중 하나에서 따왔다.
작품 속에서 빵과 과자는 주인공에게 중요한 소도구다. 파리의 빵집들은 간판이 대체로 통일돼 있다. 법으로 검은색 바탕에 황금색 글자로 표시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쌍둥이 이모가 운영하는 댄스 교습소는 사람들이 원하는 요즘 춤을 가르치지 않고 전통적인 미누엣을 고집한다. 이모들의 성격을 나타내는 듯하다.
쇼메 감독은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를 만들며 인연을 맺은 기획자들과 차기작을 구상하던 중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
주인공이 생일 선물로 받은 희한한 기계는 손가락의 힘을 강화하는 장치다.
쇼메 감독은 빛을 잘 살렸다. 적절하게 반사되는 빛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은은하게 투과되는 빛이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주인공은 아스파라거스 차를 마시고 잠에 빠져 과거의 기억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영화와 달리 아스파라거스는 환각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주연 배우인 귀욤 고익스는 아버지와 아들 1인 2역을 했다. 그는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출연했다.
마들렌 빵은 아버지와 아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장치 역할을 한다.
쇼메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엄마가 아기를 보며 부르는 노래 'Ni I'un I'Autre'를 비롯해 'Attila Marcel' 등 여러 곡을 직접 작곡했다.
프랑스 북부의 트루빌 해변에서 촬영한 장면.
트루빌은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젊은 시절 휴가를 보낸 곳이다.
피아노와 중국 전통 악기 얼후의 합주도 인상적이다.
앤 르 니가 마담 프루스트 역을 연기. 그는 '언터처블 1%의 우정'에도 출연했다.
쇼메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든 감독답게 색의 조화와 배합을 잘 활용한다.
남녀의 관계를 한 편의 레슬링으로 표현한 장면이 기발했다.
이 작품은 현재와 과거,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며 주인공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 작품은 아버지가 되는 폴의 성장기를 다뤘다. 이는 곧 자신의 존재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영화는 처음과 끝이 그랜드캐년이라는 같은 공간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수미쌍관식 구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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