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노킹 온 헤븐스 도어(블루레이)

울프팩 2016. 6. 27. 07:35

토마스 얀 감독의 데뷔작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1997년)는 제목이 말해 주듯 가수 밥 딜런이 부른 같은 제목의 유명한 명곡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노래는 밥 딜런이 1973년에 출연했던 서부극 '관계의 종말'(http://wolfpack.tistory.com/entry/관계의-종말)을 위해 그가 만들어 불렀다.

 

밥 딜런은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는데 그 중 이 노래가 가장 유명하다.

영화의 흥행을 떠나 노래가 크게 히트했고 여러 가수들이 다시 부르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도 밴드 젤리크가 다시 불렀다.

'관계의 종말'에서는 총을 맞고 죽어가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 위로 이 노래가 흐르며 더할 수 없이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래 제목처럼 천국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결국 최후를 암시한다.

 

우여곡절을 겪은 두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다다른 거친 바다를 바라보며 비극적 종말을 향해 다가갈 때 '관계의 종말'처럼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쾌할 정도로 흥겹다.

 

내용은 뇌종양과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두 주인공이 마지막 소원인 바다를 보기 위해 떠나는 과정을 다뤘다.

이렇게만 다루면 단순 로드무비이자 버디무비로 끝날 텐데 감독은 이 과정에 여러가지 사건들을 집어 넣었다.

 

바다로 가기 위해 훔친 차가 하필 갱단 두목의 차였고 거기에 100만 마르크라는 거금이 실렸다.

이 돈을 회수하기 위해 갱단이 추격에 나서며 '펄프픽션'이나 '델마와 루이스'처럼 뜻하지 않은 사건이 연속적으로 벌어진다.

 

하지만 얀 감독은 이 과정을 우울하게 다루지 않고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흥겹고 코믹하게 그렸다.

그래서 언뜻보면 단순 두 남자의 좌충우돌 모험을 다룬 팝콘 무비 같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의료적 판정을 받으면 공포와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가 죽음을 맞는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적극적으로 최후를 맞는 영화 속 주인공들은 죽음에 대한 판타지를 다루고 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듯 그렇게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모습은 감독의 희망사항 일 수 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당사자가 혼자서 맞는 그 과정은 더 할 수 없이 쓸쓸하다는 것은 영화는 비극적인 노래와 함께 보여준다.

 

1080p 풀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윤곽선이 예리하지 못하고 지글거림이 두드러진다.

 

특히 중경과 원경은 디테일이 부족하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사운드의 울림이 좋다.

 

후방에서 총소리가 작렬하는 등 소리의 이동성이 좋아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은 DVD 타이틀과 동일하다.

 

제작과정, 비하인드 씬, 하일라이트와 배우 및 감독 인터뷰, 뮤직비디오가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옥의 티는 '백만이 든 가방'을 '백만이 돈 가방'으로 표기한 영화 본편의 한글 자막에 보이는 오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U-stay & melina가 부르는 'I Will Survive'가 흐르는 가운데 창녀들이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얀 감독은 이 영화를 "모든 갱스터 영화와 미국 영화의 패러디"라고 말했다.

사건의 주요한 소재인 벤츠230SL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의 제작 및 주연을 맡은 틸 슈바이거의 실제 아내가 초반 기차역에서 잠깐 스쳐지나는 여인으로 카메오 출연했다.

얀 요셉 리퍼스와 틸 슈바이거가 죽음 때문에 인연을 맺게 된 두 주인공으로 나온다.

황당한 악당들을 연기한 티에리 반 베어베케와 모리츠 블라입트로이. 엉뚱하며 과격한 짓을 일삼는 이들이 웃게 만든다.

토마스 얀 감독은 독일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틈틈히 책을 썼고, 그때 만든 이야기를 가지고 이 영화를 찍었다.

토마스 얀 감독은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틸 슈바이거를 보고 다가가 말을 건 것이 인연이 돼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얀 감독은 틸 슈바이거에게 자신이 쓴 책을 한 권 선물했다. 슈바이거는 그 책을 읽은 뒤 마음에 들어 얀 감독을 다시 만났는 데 그때 이 영화의 소재를 이야기하게 됐고 둘이 함께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두 주인공이 죽음을 맞으러 가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 '관계의 종말'에서 밥 딜런의 노래가 흐르던 장면과 분위기가 유사하다. 노래의 특성 때문인 지 황갈색 필터를 쓴 영상과 노을이 비낀 하늘, 스산한 느낌 등이 닮았다.

얀 감독은 택시 운전하며 대화를 풀어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어려서 방학 때마다 바다로 가 수영도 하고 배를 탓기 때문에 바다에 가본 적이 없다는 사람들을 보면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바다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 맞춰 이야기를 쓰게 됐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토마스 얀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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