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국지'의 절정이 적벽대전이라면 대부 시리즈에서는 '대부 '(Mario Puzo's The Godfather Part II, 1974년)가 정점을 찍는다.
속편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이 작품은 묘한 영화다.
2부라는 제목을 붙인 최초 할리우드 영화인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전작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알 파치노(Al Pacino)가 연기한 마이클 콜레오네가 권력을 탄탄하게 굳히는 과정을 다뤘다.
하지만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영화는 크게 점프해서 마이클의 아버지, 즉 '대부 1'에서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가 연기한 돈 콜레오네의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이렇게 되면 이 작품은 대부 1 이전의 시대를 다루는 프리퀄이 되는 셈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오가며 아버지의 젊은 시절과 아들의 당찬 현재를 보여준다.
프리퀄이면서 속편인 이중의 성격을 갖는 셈이다.
코폴라 감독은 왜 이런 독특한 구조를 선택했을까.
아버지의 젊은 날과 아들의 현재가 끊임없이 대비되는 영상을 통해 감독이 얘기하고자 한 것은 절대 권력의 고독이다.
아버지는 초라한 뒷골목 건달에 불과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며 권력의 기반을 다진다.
반면 아들은 화려한 권력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이루지만 주변 사람들, 심지어 가족마저 떠나간다.
과연 아들이 손에 쥔 것은 무엇인가.
감독과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절대 권력의 허황된 그늘 아래서 이탈리아인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끈끈한 가족애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사라진다.
결국 다 이룬 듯하면서 모든 것을 잃은 사내, 그것이 이 작품이 보여준 대부의 본질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영화 속에서 가장 소름 끼치는 대사.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죽이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마이클은 형을 죽인다.
그의 말마따나 인류 역사가 숱하게 가르쳐 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니 어찌 그를 유별난 악당이라고 탓할 수 있겠는가.
배우들의 연기와 고든 윌리스 촬영감독의 깊이 있는 영상, 니노 로타의 애잔한 음악은 변함없이 훌륭하다.
특히 알 파치노는 물론이고 돈 콜레오네의 젊은 날을 맡은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가 뛰어난 연기로 말론 브란도의 공백을 잊을 만큼 깔끔하게 메워줬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최신 할리우드 영화처럼 뛰어나지는 않지만 무난한 화질을 보여준다.
일단 중경과 원경에서 윤곽선이 명료하지 않으며 시실리 장면 등 과거 회상 부분의 야외 장면은 노출 부족으로 약간 뿌연 느낌이 든다.
그래도 블루레이보다는 콘트라스트의 대비는 좀 더 명확해졌지만, 전체 화질이 4K의 월등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며 1편보다 떨어진다.
아무래도 블루레이 타이틀 역시 4K 리마스터링 소스를 사용했기 때문에 체감할 만큼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가 잘 돼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천둥과 빗소리가 리어 채널에서 울리고 공연장의 음악소리는 사방 채널을 가득 채운다.
아쉬운 것은 본편 한글 자막에 오자다.
유대인을 계속 유태인으로 표기했는데 번역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이 한글 자막과 함께 일반 블루레이에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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