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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더티 해리(블루레이)

울프팩 2017. 12. 12. 18:44

'황야의 무법자'와 함께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라는 배우의 캐릭터를 만든 영화가 '더티 해리'(Dirty Harry, 1971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형사 해리 칼라한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캐릭터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지만 악당을 응징하기 위해 서슴치 않고 총을 꺼내 든다.

때로는 그 방법이 과격하고 지나쳐 경찰 내부에서 징계를 받기도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시원한 해결사다.

 

그런 점에서 보면 더티 해리는 공권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공권력의 무능과 한계를 조롱하고 뛰어넘는 역설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제작 당시 시대상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지 않나 싶다.

 

당시 베트남전에 휘말린 미국은 명분없는 전쟁으로 무수한 젊은이들이 낯선 땅에서 억울하게 죽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미국내에서 반전 여론이 치솟으며 정부는 위기에 몰렸고 공권력의 신뢰의 권위 또한 땅에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더티 해리는 덩달아 떨어진 미국인들의 자존감과 시민 의식을 높여주는 캐릭터이기도 했고 억눌린 울분을 대신해서 터뜨려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범인을 향한 그의 폭력이 정당성을 획득하며 안티 히어로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덕분에 이 시리즈는 1988년까지 무려 5편이나 제작되며 인기를 끌었다.

이를 통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냉철한 법 집행자이자 정의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고 이는 시민사회 존중이라는 미국적 가치와 연결돼 훗날 캐멀시장 당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는 돈 시겔(Don Siegel) 감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5편 모두를 감독한 것은 아니지만 효시인 첫 편을 만들며 더티 해리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일부 편집이 거친 부분도 있지만 그마저도 하드보일드 성격의 영화와 잘 어울렸다.

지금은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지만 도심의 마천루들을 위에서 부감샷으로 내려다보며 도시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부르스 서티스의 촬영도 눈에 들어온다.

 

내용은 연쇄살인을 저지르겠다고 예고한 범인을 잡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것은 1960년대 미국에서 화제가 된 조디악 연쇄살인범이었다.

 

조디악은 훗날 데이빗 핀처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지만, 서신을 보내 살인을 예고하고 어린아이들을 위협한 내용 등이 이 작품에도 반영됐다.

깜짝 반전이나 두뇌플레이가 필요한 추리극의 맛은 없지만 형사의 발품과 노력을 전제로 한 '수사반장'같은 수사물의 전형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화면 잡티와 얼룩 등이 그대로 보이고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배경음악 등이 공간 전체에 퍼지는 소리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한 소개 영상, 배우 및 제작진 인터뷰, 더티 해리가 후속 작품들에 미친 영향 등을 소개한 내용들이 들어 있는데, 모두 한글자막이 없어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범인이 사용한 저격총은 일본의 7.7밀리 아리사카 타입 02 공수부대용 라이플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Dead Right'였다.
음악은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 테마로 유명한 랄로 쉬프린이 맡았다.
로버트 미첨, 버트 랭카스터, 조지 C 스콧, 폴 뉴먼 등 쟁쟁한 배우들이 주연 제의를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주연을 맡기로 했으나 손을 다쳐 출연하지 못했다.
더티 해리의 상징이 된 스미스앤웨슨의 44구경 매그넘 권총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범인이 쫓기는 장면은 프로 미식축구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의 카자 구장에서 촬영. 특히 30.5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십자가가 보이는 장면은 샌프란시스코의 데이비슨 파크에서 찍었다.
호주 빅토리아주에서는 1972년 이 영화를 모방한 범죄가 일어났다. 두 남성이 선생과 6명의 아이들을 납치해 100만달러를 요구한 것. 범인들 중 하나는 이스트우드라고 칭했다.
극 중 연쇄살인범 스코피오는 스쿨버스 살해를 예고한 조디악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다리에서 버스 지붕위로 뛰어내리는 장면 등 모든 스턴트를 직접 연기했다.
미국에서는 이 작품이 경찰의 폭력을 미화한다는 비난을 들었으나 필리핀에서는 경찰 훈련용 교본으로 사용됐다.
총을 든 해리의 모습을 앙각으로 잡아 강하고 거대한 존재처럼 보이게 했다. 이 작품에서 그가 씹어뱃듯 내뱉는 “자, 어서 해봐(Go ahead, and make my day)”라는 도발적 대사는 권총과 함께 더티 해리의 상징이 됐다.
막판 배지를 던져버리는 장면은 게리 쿠퍼가 보안관 배지를 버리는 '하이눈'을 연상케 한다. 그런 점에서 전형적 미국식 영웅주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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