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로마의 야경

울프팩 2016. 7. 9. 17:55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를 제대로 보려면 한 달도 모자르다는 말이 있다.

워낙 유적과 문화유산이 많기 때문이다.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한 이래 로마제국과 교황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던 중세를 거쳐 현대까지 약 2,80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로마를 레이어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땅을 파면 고대 로마제국과 중세, 르네상스 시기를 거쳐 근대의 역사가 층층이 유물로 녹아 있다는 뜻이다.

그 바람에 로마는 지하철을 뚫기 힘들다고 한다.

 

지금도 로마의 지하철은 무솔리니 시절에 뚫은 2개 노선 뿐이다.

그만큼 로마는 매력적인 도시다.

 

[로마를 찾은 첫 날 밤, 하필 유로2016 이탈리아와 독일의 8강전이 벌어졌다. 모든 상점들마다 축구 중계하는 TV를 켜놓아 사람들로 붐볐다. 다혈질인 이탈리아 사람들은 요란하게 응원하며 축구를 보는데 이날은 공교롭게 1 대 1로 팽팽히 맞서다가 승부차기 끝에 이탈리아가 졌다. 그 바람에 밤새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름에 찾는다면 최악의 도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기온이 섭씨 40도를 가볍게 넘는 7,8월에 로마를 방문하면 폭염과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올해는 엘니뇨로 인한 이상 기후 때문에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아야 정상인 5,6월에도 사흘 간격으로 비가 와서 예년과 달리 기온이 뚝 떨어졌다는데도 7월 초 날씨가 선선하면 섭씨 31도이고 보통 33, 34도를 오르 내렸다.

특히 오후 12시~3시 사이에 햇살은 바늘끝처럼 따갑다 못해 피부를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

 

[트레비 분수도 더위를 식히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의 무대가 된 이 곳은 다음날부터 출입이 통제됐다. 이곳 관리를 후원하는 명품업체 펜디에서 아예 통째로 전세를 내서 CF를 찍고 패션쇼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늘에 들어가면 선선하니 견딜만 하지만 선글라스와 모자가 없으면 눈이 부시고 머리가 익을 것 같아서 돌아다니기 힘들다.

오죽하면 로마 사람들은 아예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한 달씩 휴가를 떠난다.

 

식당이나 상점들도 일주일씩 문 닫는 것은 예사이고 아예 한 달 내내 휴가를 떠나는 곳들도 많다.

그러니 여름에 로마를 찾는다면 시간과 체력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펜디 측에서 4일(현지시간)부터 울타리를 쳐놓아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했다.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아 트레비분수에서 패션쇼를 벌인 펜디는 2013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분수 복원에 31억원을 지원했다. 이번 패션쇼에는 한예슬, 티파니도 초대 받아 참석했다.]

 

인내와 끈기를 최대한 발휘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 해 줄 든든한 체력이 필요하다.

대부분 볼거리들이 차를 타기에 애매한 거리에 산재해 있어서 대부분 걸어야 하는데 폭염을 무릅쓰고 걸으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

 

거기에 볼거리는 왜 그리 많은 지 한 달 내내 로마에 머문다면 모를까, 모두 보려면 일주일 여정도 빠듯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낮에 워낙 덥다보니 주로 야간 손님들을 노려서 밤 늦게까지 하는 식당들이 많고 상점들도 오후 7시30분이나 8시까지 하는 곳들이 많다.

 

[사람들로 붐비는 판테온 주변.]

 

스페인 광장, 나보나 광장, 트라스테베레처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밤 늦게까지 길거리 공연도 많이 벌어져 흥겨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다만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은 소매치기, 도둑들도 열심히 활동한다고 하니 소지품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

 

[나보나 광장에서 공연을 벌이는 가짜 마이클 잭슨은 춤 솜씨가 기가 막혔다. 특히 저 울퉁불퉁한 돌바닥위에서 미끄러지듯 구사하는 문 워크는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든다.]

[유명 커피전문점 상트 에스타치오. 원두커피를 봉지로 파는 곳인데, 즉석에서 커피를 주문해 마실 수도 있고 원두를 갈아 놓은 가루커피를 살 수도 있다.]

[판테온 광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로마의 3대 아이스크림 전문점 중 하나인 지올리티다. 올드브릿지, 파씨와 더불어 3대 아이스크림점으로 꼽히는 이 곳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올리티 매장 모습. 줄을 서서 돈을 먼저 낸 뒤 영수증을 가지고 가서 아이스크림을 고르면 된다. 길게 줄 서 있는게 무색할 만큼 마구잡이로 사람들이 끼어들어 주문을 하니 요령껏 사야 한다. 콘이나 컵 중에 고르면 된다. 종류가 많은데 수박, 망고, 파스타치오 등을 많이 먹는다.]

[테베레 강 주변에 위치한 길거리 음료수점. 로마 시내 곳곳에서 이런 모양의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점을 볼 수 있다. 테베레 강 주변에 노점은 초록색 중심의 디자인이 녹음이 우거진 나무와 잘 어울렸다.]

[테베레 강 주변은 파리의 세느 강변과 비슷하다. 파리 노점상과 비슷한 구조의 노점상들이 강 주변에 줄지어 서 있다. 파리처럼 주로 책, 그림, 사진 등을 많이 판다.]

[테베레 강 주변에서 본 길거리 서점.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점을 겸하고 있는 곳인데 희한하게도 외부에 책을 꽂아 놓았다.]

[해가 지면 테베레 강변에 야시장이 들어선다. 야시장들이 일제히 불을 켜면 물 위에 등불 그림자가 어우러져 풍광이 그림처럼 예쁘다.]

[테베레 강은 로마 거리처럼 깨끗하지 않다. 환경에 신경을 쓴다고는 하지만 탁한 물빛은 한 눈에 보기에도 더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시장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우리도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트라스테베레 지구의 중심인 산타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광장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 3세기에 건축된 이 곳은 1138년에 재건됐다. 건물 정면 상단에서 번쩍거리는 금빛 모자이크가 인상적인데, 12세기에 만든 이 모자이크는 아기 예수에게 젖을 먹이는 성모 마리아와 등불을 든 10명의 처녀들이다.]

달콤한 인생(1disc)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감독;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배우
로마 걷기여행
존 포트,레이첼 피어시 공저/정현진 역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