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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피엔자, 몬탈치노, 반뇨 비노니

울프팩 2016. 7. 14. 20:40

피엔자와 몬탈치노, 반뇨 비노니는 너른 평원이 떠오르는 북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들이다.

로마에서 그리 멀지 않아 자동차를 갖고 있다면 하루에 세 군데 모두 돌아볼 수 있다.

 

1. 피엔자(Pienza)

 

도시를 가로지르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피엔자는 도시라기 보다 아주 작은 마을에 가깝다.

이 곳은 지난해 jTBC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프로그램에서 집중적으로 다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462년에 완성된 피엔자의 대성당. 성당 꼭대기에 베르나르도 로셀리노에게 도시 설계를 의뢰한 교황 피우스2세의 문장이 둥근 원안에 들어 있다. 피우스2세는 도시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그냥 작고 아기자기한 마을인 피엔자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 곳은 처음으로 사람이 설계해 만든 계획 도시다.

 

15세기 중엽, 새로 선출된 교황 피우스2세(pio II)는 당시 건축가였던 베르나르도 로셀리노를 불러서 고향 마을인 코르시냐노를 훌륭한 도시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로셀리노는 당시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아 완벽하게 균형 잡힌 이상적인 도시를 설계했다.

 

[피콜로미니 궁 앞에 설치된 우물에서 바라본 꼬뮤날레 궁. 특이하게 우물 양 옆으로 코린트식 기둥이 서 있다.]

 

르네상스의 이상적인 도시는 좌우 대칭이 맞아 균형을 이루며 어디서 봐도 안정감을 주는 깔끔하게 질서가 잡힌 도시다.

이를 회화에 비유하면 자연스럽게 원근법이 살아 있는 그림이다.

 

이렇게 완성된 최초의 계획 도시인 피엔자는 이후 설계된 르네상스 도시들의 모범이 된다.

이 점을 높이 인정받은 이 도시는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통째로 등재됐다.

 

[한 치즈상점에서는 양젖으로 만든 치즈를 팔고 있다. 먹어보니 고소하면서도 짜지 않아 좋았다.]

 

르네상스 시대 많은 건축가들은 피엔자를 건축의 표본으로 삼았다.

대표적인 것이 미켈란절로가 설계한 로마의 캄피돌리오 광장이다.

 

캄피돌리오 광장의 세 건물은 세나토리오 궁전을 중심으로 양쪽에 건물들이 나란히 서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계단을 향해 사다리꼴처럼 벌어져 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원근법 때문이다.

 

그래야 멀리서 봤을 때 원근법 때문에 세 건물이 직각을 이뤄 대칭적인 균형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원근법 효과를 먼저 적용한 것이 바로 피엔자의 피우스 2세 광장이다.

 

대성당을 중심으로 피콜로미니 궁, 베스코빌레 궁이 양 쪽에 사다리꼴처럼 살짝 벌려서 있으며 맞은편에 꼬뮤날레 궁이 버티고 서 있다.

광장 바닥에는 원근법에 따라 벌어진 각도를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도록 사각형의 격자 무늬가 있다.

 

더불어 특이한 것은 경사면을 올라가야 하는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도시인데도 바닥이 평평하다는 점이다.

완벽한 도시를 위해 일부러 경사면을 메우고 수평처리를 한 것이다.

 

빗물 등을 배수하려면 도시 바닥을 약간 경사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일부러 무시했다고 한다.

광장을 중심으로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 길이 곧게 뻗어 있고, 이 길을 중심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거리쪽 상점들은 주로 식당과 카페, 갤러리 그리고 농축산 가공식품을 파는 곳들이다.

특히 오래 곰삭힌 치즈들과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들을 팔고 있으며 들어가서 시식해 볼 수도 있다.

 

2. 몬탈치노(Montalcino)

 

[몬탈치노 성에서 내려다본 도시 풍경. 둘러보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작다.]

 

몬탈치노는 와인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도시다.

이 곳에서 나오는 브루넬로 와인은 피에몬테 지방의 바롤로, 바르바레스코와 함께 이탈리아의 3대 와인으로 꼽힌다.

 

이 곳 와인이 유명한 이유는 이곳에서 재배되는 산죠베제 포도 품종을 이용해 2년 정도 숙성시킨 뒤 병에 넣어 다시 4개월을 숙성하고 나서 포도를 수확한 지 5년째 되는 해 1월에 와인을 내놓도록 법으로 까다롭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렇게 생산한 와인에 대해 3가지 등급의 인증을 부여 한다.

 

[콜롬비니 가문이 소유한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 와이너리의 포도밭. 콜롬비니 가문은 약 300헥타르 규모의 포도밭을 갖고 있다고 한다.]

 

DOCG는 정부에서 품질을 보증한다는 뜻이며 DOC는 해당 지역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경우, IGT는 특정 품종이 일정 비율 이상 섞인 경우를 말한다.

당연히 DOCG 등급이 가장 좋으며 가격도 비싸다.

 

원래 몬탈치노는 가죽을 무두질해서 신발과 안장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1260년 전투에서 패해 시에나 산하의 도시가 됐고 1555년 시에나가 메디치 가문의 피렌체에게 패한 뒤 토스카나 대공국으로 편입됐다.

 

[도시를 구경하다보면 만날 수 있는 와인 포스터 전시공간. 매년 우수 포스터를 선정해 벽에 붙여 놓는다.]

 

몬탈치노 역시 피엔자보다 약간 큰 소도시다.

언덕 위 성을 중심으로 발달한 이 도시는 와인 상점들과 와이너리들이 많다.

 

그 중에 잠깐 들려 구경한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fattoria dei barbi)는 1352년부터 몬탈치노에 포도원을 갖고 있던 콜롬비니 가문의 와이너리다.

이들은 1790년부터 바르비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했는데, 이 와인들은 애호가들 사이에 유명하다.

 

[4마리의 카나리아 로고로 유명한 바르비 와이너리가 생산한 와인들. 와이너리에 전시 중인 이 와인들을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더러 연도가 비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포도 품질이 좋지 않아 와인을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 반뇨 비노니(bagno vignoni)

 

반뇨 비노니는 로마 제국 시대부터 널리 알려진 온천 마을이다.

지금도 온천이 솟아나 사람들이 휴양차 많이 온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발도르차 자연공원 한 복판에 위치한 이 곳은 교황 피우스 2세를 비롯헤 유명 예술가들이 휴양이나 병 치료를 위해 자주 찾았다고 한다.

마을 한 복판에 온천수를 담아 놓은 커다란 수조가 인상적이며, 로마 제국 시대 온천 유적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반뇨 비노니 마을 한복판에 위치한 거대한 온천 수조. 16세기에 건설됐다.]

 

마을 호텔에 투숙하거나 별도의 요금을 내면 온천욕을 할 수 있다.

굳이 온천욕을 하지 않더라도 유적지에 가면 로마 시대에 만든 온천 시설에 발을 담그고 족욕 정도 즐길 수 있다.

 

이 곳은 둘러 보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아주 작다.

아이스크림집과 예쁜 서점 정도가 볼거리.

 

[반뇨 비노니를 찾은 사람들이 로마 시대 조성된 온천시설에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이용료는 없다. 참고로 반뇨는 목욕탕이라는 뜻.]

 

영화광이라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노스탤지어'를 빼놓을 수 없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1983년에 이곳에서 영화를 찍었다.

 

또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카를로 베르도네 감독도 자신이 주연하고 연출한 영화 'Al lup al lupo'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반뇨 비노니를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소위 '막시무스의 집'.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나온 집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촬영 장소는 아니고 영화 속 집과 유사해 보여서 그렇게 알려졌다. 일종의 호텔인 이 곳은 입구까지 높다란 사이프러스 나무가 줄지어 선 길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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