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롱라이더스

울프팩 2006. 2. 22. 10:29

월터 힐(Walter Hill) 감독의 '롱라이더스'(The Long Riders, 1980년)는 샘 페킨파 감독의 폭력미학 계보를 잇는 서부극이다.
격렬한 총격전과 죽음의 순간을 '와일드 번치'처럼 슬로 모션으로 처리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내용은 미국의 남북전쟁 직후 은행을 털고 열차를 습격해 미주리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제시 제임스(Jesse James)와 영거 형제 일당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그다지 이야기의 짜임새가 튼실하지 못하고 엉성한 편이어서 다소 맥이 빠지지만 가끔씩 나오는 총격 장면만큼은 훌륭하다.

특히 후반부 제시 제임스와 영거 형제가 은행을 털다가 습격을 받는 장면은 빠른 편집과 슬로 모션의 적절한 안배로 샘 페킨파 감독의 작품을 다시 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보다 10여분 정도 이어지는 후반 총격전 때문에 DVD를 구입했다.

'라스트맨 스탠딩' 등 월터 힐의 재기가 빛나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마음에 들만한 영화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그저 그렇다.

선명도도 떨어지며 잡티와 스크래치도 보인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을 지원해 서라운드 효과를 기대하기에 무리다.

부록도 예고편 말고는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무리를 지어 은행과 열차를 습격했던 제시 제임스 형제와 영거 형제. 극 중 제임스 형제와 영거 형제는 실제 형제배우인 키치 형제와 캐러딘 형제가 연기했다.
월터 힐 감독은 샘 페킨파 감독의 '겟어웨이' 각본을 썼다. '겟어웨이'는 악당들이 무조건 죽는 이전 할리우드 작품과 달리 악당들의 해피엔딩을 다뤄 당시 파격적 작품으로 꼽혔다.
기차의 지붕을 뛰어넘어 습격하는 장면은 편집과 촬영이 아주 시원하다.
콜 영거를 연기한 데이비드 캐러딘은 TV시리즈 '쿵후'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일상에서 볼 수 없는 느린 동작으로 진행되는 액션과 죽음의 순간은 이미지가 너무도 강렬한다. 덕분에 폭력의 잔혹한 순간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한 편의 화려한 댄스를 보는 것 같다.
촬영은 '풋루즈' '48시간' '코브라' 등을 찍은 릭 웨이트가 맡았다.
무리 지어 말을 탄 채 유리창을 돌파해 달아나는 장면은 여타 서부극에서 보기 힘들다. 이 장면 또한 슬로 모션으로 화려하게 묘사했다. 말에서 떨어진 스턴트맨은 이어지는 장면에서 말굽에 처참하게 밟히던데 살아남았는지 궁금하다.
월터 힐은 샘 페킨파처럼 인간이 정치적, 사회적 환경 때문에 극한의 폭력으로 치닫는 과정을 집요하게 묘사했다. 죽음의 순간 또한 피하거나 감추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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