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마셰티'(Machete, 2010년)는 B급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로드리게즈 감독 특유의 광폭한 액션과 과장된 특수효과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그만큼 '데스페라도' '황혼에서 새벽까지' '플래닛 테러' '씬 시티' 등 로드리게즈 감독의 과격한 영화들을 좋아한다면 아주 즐겁게 볼 만한 작품이다.
반면 그의 작품을 본 적이 없거나 B급 영화가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더없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는 신체 절단이 예사롭지 않게 나온다.
우리의 주인공 대니 트레조가 마체테라고 부르는 정글도를 애용하는 탓에 악당들의 팔다리는 물론이고 머리를 무 자르듯 잘라 버린다.
여기에 총격전이 난무하고 생전 누드를 보여준 적 없는 제시카 알바와 린제이 로한이 뭣에 홀렸는지 모르지만 과감하게 전라 연기를 한다.
마초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선물일 수밖에 없다.
내용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단순하다.
경찰관이었던 주인공 마셰티(대니 트레조)가 마약범죄조직의 함정에 빠져 가족을 잃은 뒤 복수하는 내용.
하지만 단순한 내용 뒤에 묵직한 메시지도 있다.
악당들의 피해 대상은 주로 미국에 불법 이주한 멕시코계 노동자들이다.
미국 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싼 값에 일하다 보니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에 쉽게 빠져든다고 보고 이들을 막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허용하되 노동력의 이동을 막아 중남미 국가들을 저임금 노동력의 산실로 만들어버리는 신자본주의의 실상이 숨어 있다.
결국 기업들이 외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허상도 이와 연결돼 있다.
로드리게즈 감독은 이를 B급 무비라는 틀 속에서 과격하고 적절하게 꼬집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마냥 싸구려 저속한 영화로만 볼 수 없다.
언제나 그렇듯 로드리게즈 감독 특유의 재기와 개성이 넘쳐흐르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초반 장면은 일부러 싸구려 영화처럼 보이도록 필름 손상 흔적을 넣었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디테일이 좋고 황량한 느낌의 색감도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음량이 요란한 편이며 총소리가 둔중하게 터져 나와 액션 장면에 박력을 더 한다.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부록이 전혀 없었는데, 이번에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쌍둥이로 출연한 제시카 알바 이야기 등 삭제 장면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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