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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몰타의 라밧

울프팩 2018. 8. 20. 00:00

몰타의 라밧(Rabat)은 임디나와 한 몸으로 붙어 있는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도시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을 만큼 가깝다.


라밧과 임디나는 몰타섬의 거의 중앙부에 위치해 있다.

숙소였던 세인트 줄리안의 힐튼호텔에서 가려면 시내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린다.


거리로는 그렇게 멀지 않지만 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일단 임디나행 버스가 여간해서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


버스 시간표에 적혀 있는 시간을 보고 미리 나가 기다렸는데 버스가 예정 시간보다 거의 1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그렇다고 버스가 언제 올 지 모르니 중간에 자리를 뜰 수도 없다.

[임디나와 라밧은 발레타처럼 좁은 골목 사이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는 작은 마을이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은 속절없이 땡볕 아래 서서 땀을 흘리며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그마저도 운이 좋으면 탈 수 있고, 만약 이전 정류장에서 사람을 가득 태웠으면 더 이상 승객을 태우지 않고 지나칠 수도 있다.


그만큼 몰타에서는 대중교통을 믿으면 안된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1시간을 기다려서 임디나행 버스를 탔다.

[라밧의 골목길 여러군데서 본 노인과 아이가 손잡고 걸어가는 그림의 표지판. 아마도 노약자 보호가 아닐까 싶다.]


차창 밖 풍경을 보는 듯 조는 듯하며 다시 1시간을 넘게 달려 임디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왼편으로 꺾어지면 바라 라밧이다.


라밧은 기독교인들에게 중요한 장소다.

기독교를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사도 바울이 3개월간 머물며 기독교를 전파한 장소가 바로 라밧이다.

[라밧 역시 다양한 발코니와 가지각색의 문, 그리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울은 중동 지방에서 기독교를 전파하다가 잡혀 로마로 압송됐는데, 그 와중에 배가 난파돼 몰타에 떠밀려 오게 됐다.

몰타에 상륙한 바울은 라밧에 굴을 파고 은거하며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했다고 한다.


그만큼 기독교에서는 이 곳 역시 성지로 꼽는 장소다.

라밧은 아랍어로 외곽이라는 뜻.

[라밧에서 돈 내고 볼 만한 관광지 중 한 곳인 까사 베르나르드.]


임디나의 바깥쪽에 있어서 그런 지명이 붙었다.

라밧은 임디나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건물들이 소박한 편이다.


여기에는 까닭이 있다.

기사단이 머물렀던 임디나는 귀족들이 주로 모여살아 규모가 큰 편인 반면 라밧은 서민들의 거주지였다.

[까사 베르나르드의 1층 로비. 돈을 내고 들어가면 입심 좋은 할머니가 나와 구석구석 안내하며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


그렇다보니 건물의 외양이나 마을의 규모가 임디나에 비하면 소박하고 작은 편이다.

도시의 외양 또한 임디나가 성곽을 두른 성채도시라면 라밧은 그냥 사방이 뚫린 마을이다.


라밧에서 볼 만한 곳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가볼 만한 곳이 기독교인들의 지하 공동 묘지, 즉 카타콤이다.

성 바울 대성당 뒤편으로 돌아가면 카타콤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나온다.

[까사 베르나르드의 식당. 갖가지 그릇들은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돈을 내고 들어가 계단을 내려가면 카타콤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약 10미터 길이의 카타콤에는 기독교인들의 무덤과 함께 성 바울이 머물렀던 터도 있다.


카타콤에는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해 숨어든 기독교인들이 100명 정도 머물렀다고 한다.

지상에 붙어 있는 박물관에 들어가면 카타콤에서 발견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까사 베르나르드의 2층 거실. 금속으로 만든 거대한 거울이 달린 벽난로가 인상적이다.]


박물관에는 카타콤에서 발견된 유물과 함께 성 요한 기사단의 물품들도 보관돼 있다.

기사단원들이 입었던 옷과 그들의 용품 등이다.


카타콤으로 가는 길에 라밧에서 유명한 파루찬 제과점이 있다.

이곳은 몰타의 꿀과 누가 등을 이용해 만든 우리네 엿 같은 먹거리를 판다.

[라밧에서 유명한 파루찬 제과점. 누가를 이용한 몰타의 전통 엿 등을 판다.]


이 집은 국내 TV 프로그램에도 소개돼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시식용 먹거리도 있으니 먹어보고 사면 된다.


누가나 갈색의 엿 같은 음식은 먹어보면 아주 달다.

그만큼 한꺼번에 많이 먹기는 부담스러운 음식이다.

[라밧의 성 바울 성당. 성당의 오른쪽 길로 들어가면 카타콤 입구가 나온다.]


라밧 마을을 빠져 나오다 보면 까사 베르나르드라는 곳이 나온다.

이 곳에 머물렀던 귀족의 집을 돈 받고 개방하는 관광지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할머니가 나와 영어로 집안 곳곳을 다니며 세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그런지 이것저것 물건의 사용법도 보여주는데,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어 들을 만 하다.

[사도 바울이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진 지하 동굴. 카타콤 내부에 있다.]


할머니는 이 집 주인은 아니고 집 주인이 기용한 일종의 직원이다.

까사 베르나르드 역시 2층에 툭 튀어 나온 몰타식 발코니가 있다.


몰타식 발코니는 특이하게 바닥에 구멍이 하나 뚫려 있다.

할머니 설명에 따르면 여기를 마개 같은 것으로 막아 놓았는데 물 같은 것을 흘려버리는 용도라고 한다.

[라밧의 카타콤 내부. 천장이 그다지 높지 않다. 볕이 들지 않아 그런지 내부는 서늘하다.]


까사 베르나르드 주변에 라밧에서 유명한 음식점이 두 군데 있다.

까사 베르나르드를 정면으로 마주 본 상태에서 왼쪽에 있는 하얀 입구에 붉은 문이 달린 곳은 토끼고기가 유명한 식당이다.


이 식당 맞은 편에 작은 호텔이 있는데 이 호텔 1층에도 식당이 있다.

이 곳 또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카타콤 박물관에 있는 성 요한 기사단의 물품들. 기사단원들의 그림과 함께 의복이 걸려 있다.]


라밧을 빠져 나오면 바로 발레타나 세인트 줄리안 등으로 향하는 버스들이 서는 정류장이 나온다.

이 정류장을 지나쳐 공원쪽으로 걸어가면 임디나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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