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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몰타의 임디나

울프팩 2018. 8. 26. 16:32

몰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임디나(Mdina)이다.

몰타섬 깊숙이 중앙부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고대도시는 오래전 몰타의 수도였다.


섬 중심부 언덕 위에 있어서 한눈에 섬을 내려다보며 침입해 오는 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기원전 700년경 페니키아인들이 이 곳에 처음 요새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제국 시대에 성곽이 건설됐고 아랍의 지배를 받을 때 지금의 도시 이름이 붙었다.

16세기 섬에 상륙한 성 요한 기사단은 이 곳의 군사적, 지리적 이점을 알아보았고 성곽을 보강해 지금의 성곽 도시로 만들었다.

[임디나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성 요한 기사단이 이 곳에 뿌리를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귀족들의 정착지가 됐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라밧이 서민들의 생활도시였다면 이 곳은 귀족들의 통치 도시인 셈이다.


그 영향인지 몰라도 임디나는 무척이나 고요하다.

인적 없는 조용한 골목 사이로 햇빛만 비칠 뿐 그 어떤 움직임도 없다.

[임디나의 대표적 유적지인 성 바울 성당.]


오가는 것은 오로지 관광객들 뿐이다.

그래서 이 곳은 침묵의 도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침묵의 도시라는 별명은 1970년 새로 제정된 수도인 발레타하고도 관련이 있다.

발레타가 새 수도가 되면서 임디나에 살던 사람들이 많이 거처를 옮겼다.

[성 바울 성당 앞 작은 광장. 성당 정면 양쪽으로 대포가 버티고 서 있다.]


임디나까지 가는 방법은 버스나 차를 빌려서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숙소인 힐튼호텔이 있던 세인트 줄리안에서 임디나까지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제멋대로인 버스 시간 때문에 시간 맞춰 움직이기가 힘들다.

그나마 와주면 다행이다.

[성 바울 대성당의 내부.]


라밧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작은 공원을 끼고 5분 정도 걸으면 임디나 성이 보인다.

임디나 성으로 들어가려면 문과 연결된 돌다리를 건너야 한다.


오래전 중세시대에는 다리 아래 물이 흐르는 해자가 있었고 들어 올릴 수 있는 다리인 도개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항시 고정된 돌다리로 바뀌었다.

[임디나 성문 위에 3개의 조각상이 있다. 가운데 조각상이 바로 사도 바울이다.]


도시는 크지 않다.

천천히 걸어서 반나절이면 충분히 볼 수 있다.


다리를 지나 문으로 들어서서 돌아보면 문 위에 3개의 조각상이 보인다.

가운데 조각상이 바로 몰타에 머물며 기독교를 전파한 사도 바울이다.


사도 바울의 왼손은 항상 뱀이 물고 있다.

독사에게 물리고도 신의 보살핌으로 아무 일 없었던 그의 일화를 기리는 의미다.

[성 바울 대성당의 높은 돔 내부.]


성문을 지나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작은 광장이 나오고 광장 안쪽에 성당이 서 있다.

바로 사도 바울의 포교를 기념해 축성한 성 바울 대성당이다.


원래 성 바울 대성당은 1690년 지진으로 무너진 뒤 1702년에 다시 만들었다.

성당에 들어가려면 오른쪽 옆으로 돌아가서 따로 떨어져 있는 건물로 다가가 입장권을 사야 한다.

[성당 박물관 2층에서 마침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성당 내부는 꽤 높지만 발레타의 성 요한 대성당만큼 화려하지는 않다.

바닥이 성 요한 대성당처럼 다양한 모자이크로 덮인 점이 특이하다.


성 요한 대성당의 바닥이 성 요한 기사단원들을 기리는 업적으로 치장된 반면 이 곳은 지하 묘지에 잠들어 있는 성직자들의 업적을 기리는 대리석판으로 바닥을 꾸몄다는 점이 다르다.

[임디나의 명소인 카페 폰타넬라.]


참고로 바닥의 대리석판을 보면 양 옆으로 술 문양을 디자인해 놓았다.

술의 개수가 많을수록 업적이 많은 성직자이다.


성당 옆쪽에 위치한 박물관 건물로 들어가면 성당에 보관돼 있던 다양한 용품들이 전시돼 있다.

마침 2층에서 중세시대 유명 화가였던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 전시회를 하고 있어 둘러봤다.

[카페 폰타넬라를 지나 성벽을 따라 걸으면 작은 광장이 나온다.]


성당을 나와 도시 안쪽으로 발을 옮기면 양쪽으로 촘촘하게 갈라진 골목들이 반긴다.

임디나 관광의 묘미는 바로 이 골목길에 있다.


발레타처럼 화려한 발코니로 장식한 골목은 아니지만 소박하며 작으면서도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임디나 골목의 특징이다.

마치 우리 서울의 북촌처럼 옛것의 정취와 시간을 잊은 고요함이 머물고 있는 길이다.

[성벽 위에서 바라본 카페 폰타넬라.]


골목 사이사이 자리 잡은 라임스톤의 집들은 연노랑 벽들이 동일하지만 제각각 칠한 문과 다양한 디자인의 문패로 차별화한다.

어떤 집들은 소담한 부겐빌레아가 온 벽을 뒤덮으며 늘어져 있고, 어떤 집들은 이름 모를 꽃들이 한편에 소복하게 피어 있다.


골목마다 다른 것은 문과 문패뿐만이 아니다.

어둠을 밝히는 등도 제각각이다.

[카페 폰타넬라 근처의 성벽에 올라서면 이렇게 몰타섬을 조망할 수 있다.]


같은 골목이지만 다양한 디자인의 등불을 통해 단조로울 수 있는 도시 미관에 새로움을 더한다.

골목들을 구경하며 임디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유명한 카페 폰타넬라가 나온다.


이 곳은 몰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카페다.

그만큼 전망이 좋다.

[성곽 앞 작은 광장에서 바라본 임디나.]


이 집에서 유명한 것은 초콜릿 케이크다.

초콜릿만 먹어도 달콤한데 여기에 오렌지잼, 레몬 등을 곁들인 케이크를 판다.


가격은 대략 3유로 정도 한다.

디저트 음식뿐 아니라 차와 음료, 식사도 함께 판매한다.

[과거 어느 귀족의 집이었을 붉은 문의 집.]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자리가 없는 만큼 관광객이 몰릴 경우 한참 기다려야 한다.

카페 폰타넬라의 전망이 궁금하다면 굳이 카페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


카페를 나와 옆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전망대를 겸하는 성벽이 나온다.

이 곳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면 어느 정도 카페 폰타넬라에서 조망하는 몰타섬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밤이면 골목을 밝히는 등불은 가지각색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


특히 이 성곽 앞 작은 광장이 꽤 예쁘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그 옆에 놓인 장난감 같은 붉은색 미니버스가 운치를 더한다.


그래서 이 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광장을 지나 내려가면 오른손 쪽에 문과 창틀을 붉게 칠한 집이 나온다.

[마치 벽화처럼 온 벽을 연자주빛 꽃이 뒤덮고 있는 이 집 또한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사진을 찍는 명소다.]


오래전 어느 귀족의 집이었을 이 곳에 지금도 주민이 산다.

오버 투어리즘의 영향인지, 사람이 살고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문이 영어로 붙어 있다.


때로는 곧게 뻗고, 때로는 휘어 들어가며 빛과 그림자의 조화를 보여주는 골목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깜짝 놀랄만한 집이 나온다.

보라색에 가까운 연자주빛 꽃이 벽화처럼 온 벽을 뒤덮고 있는 집이다.

[어느 골목에 위치한 이 집도 벽을 타고 내려오는 꽃을 배경 삼아 세로로 사진을 찍으면 작품이 된다.]


창문 앞에 벤치까지 놓여 있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빠짐없이 사진을 찍는다.

그만큼 이 집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괴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며 구경하다 보면 반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비교적 넓은 길에는 상점들이 몰려 있는데, 임디나는 유리 세공이 유명하다.

[임디나의 기념품점.]


그래서 베니스처럼 유리로 만든 장식품을 파는 집들이 몇 집 보인다.

또 몰타 어디를 가든 빼놓을 수 없는 성 요한 기사단 장식품을 파는 기념품점들도 여럿 보인다.


발레타에서 파는 기념품들을 임디나에서도 파는데 발레타보다 약간 비싼 편이다.

따라서 굳이 이 곳에서만 파는 물건이 아니라면 발레타에서 사는 것이 유리하다.

[침묵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골목들이 너무나 조용하다.]


임디나에서 유명한 음식점은 바커스 레스토랑과 메디나 레스토랑이 있다.

바커스 레스토랑은 몰타의 전통 음식인 토끼 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꽤 운치 있는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바커스 레스토랑은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 장소로 유명하다.

[임디나 성곽을 따라 휘어진 해자. 의외로 넓다. 해자를 따라 걷다 보면 성곽이 꽤 두꺼운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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