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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도깨비'의 고향 퀘벡시티, 샤토 프롱트낙 호텔

울프팩 2019. 7. 8. 06:00

캐나다의 퀘벡시티는 2016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 때문에 익숙한 곳이다.

특히 퀘벡시티에서 유명한 명물이 바로 샤토 프롱트낙 호텔이다.

 

정식 명칭이 페어몬트 르 샤토 프롱트낙(Fairmont Le Chateau Frontenac)인 이 호텔은 '도깨비'에서 공유의 호텔로 나온다.

언뜻 보면 웅장하고 거대한 외관이 호텔이라기보다 고성처럼 보인다.

디아망 절벽 위에 고성처럼 우뚝 솟은 샤토 프롱트낙 호텔. 부두쪽에서 촬영.

실제로 1893년에 문을 열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이 호텔은 퀘벡시티의 상징이자 캐나다의 국립 사적지이기도 하다.

퀘벡시티의 역사와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올드 타운에서도 중심에 해당하기에, 퀘벡 사람들은 이 호텔을 '퀘벡의 심장'으로 부른다.

 

그만큼 캐나다와 퀘벡시티 사람들은 이 호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파리의 에펠탑과 견줄 정도다.

호텔 이름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1600년대 말 프랑스 총독을 지낸 루이 드 부아드(Louis de Buade de Frontenac)의 작위 명인 프롱트낙 백작에서 따왔다.

이 호텔의 건축 양식은 퀘벡시티역 건물과 다른 정부 청사 건물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롱트낙 백작의 동상은 퀘벡시티 주 의회 의사당에 가면 볼 수 있다.

원래 이 호텔은 캐나다 태평양 철도(CPR) 회사를 갖고 있던 윌리엄 고넬리우스 밴 혼(William Cornelius Van Horne)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CPR은 밴쿠버에서 몬트리올까지 이어진 철도를 운영했다.

그들은 기차와 배로 부유층을 실어 나르는 호화 여행을 통해 유럽과 유럽의 식민지인 아시아까지 연결하는 거대한 글로벌 여행 제국을 꿈꾸었고 그 일환으로 퀘벡시티에 이 호텔을 지었다.

뒤프랭 테라스에서 바라본 샤토 프롱트낙 호텔. 외관을 보수하느라 거대한 크레인이 서 있다.

CPR의 사주인 밴 혼은 평소 친분이 있던 미국 건축가 브루스 프라이스(Bruce Price)에게 호텔 설계를 맡겼다.

그는 앨버타의 밴프 스프링스 호텔도 설계했다.

 

프라이스는 프랑스과 루아르 밸리(Loire Vally)에 있는 고성들과 스코틀랜드의 바로니얼(Baronial) 양식의 성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

루아르 밸리는 수 많은 고성과 와인 농장이 몰려 있어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리는 곳이다.

양쪽으로 자동차가 드나드는 석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깃발이 걸려 있는 로비 출입구가 나온다.

16, 17세기에 유행한 스코틀랜드의 바로니얼 양식은 이 호텔을 짓던 19세기에 다시 바람이 불었다.

중세 고딕과 르네상스의 건축 요소가 섞여 있는 바로니얼 양식은 두껍고 단단한 벽체와 높은 탑, 경사가 심한 지붕이 특징이어서 성을 거대한 요새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프라이스가 설계한 이 호텔과 원추형 뿔처럼 보이는 둥근 탑과 높다랗고 경사진 청동 지붕을 갖고 있다.

원래 그가 처음 만든 설계안은 호텔 바로 옆에 있는 거버너스 공원을 향해 열려 있는 말 편자 모양이었다.

묵직한 나무 회전문을 통과하면 나오는 고풍스런 호텔 로비.

그러나 프라이스는 이 계획을 버리고 지금의 안뜰을 빙 둘러싼 사각형 모양으로 바꿨으며 1908년 요새의 날개 같은 건물들을 추가했다.

요새의 날개에 해당하는 건물들은 미국 건축가 월터 스콧 페인터의 몽 카르멜 윙을 참고했다.

 

그리고 높은 탑에는 유리 지붕을 덮었다.

호텔이 처음 개관했을 때는 가운데 우뚝 솟은 중앙 탑 건물은 없었다.

'도깨비'에서 편지를 부치던 로비 중앙 우편함. 각 층의 승강기 옆에 설치된 편지 수거함에 편지를 넣으면 1층 승강기 옆에 붙어 있는 우편함에 모인다. 지금도 편지를 부칠 수 있다.

이 건물은 몬트리올의 에드워드 앤 윌러임 S 맥스웰(edward and william s maxwell) 건축회사에서 1920년대에 지었다.

무도회장이 있는 세인트 루이스 윙 건물 역시 1920년대에 완공됐다.

 

수영장과 운동 시설, 외부 테라스 및 스튜디오 룸들이 몰려 있는 건물인 클로드 프래트 윙(Claude Pratte Wing) 건물은 1933년에 새로 개관했다.

이 건물이 거버너스 공원 쪽을 향하고 있다.

로비에 들어서서 왼쪽을 보면 '도깨비'에서 김고은과 공유가 각각 서 있던 2층 무도회장이 보인다. 저 위에도 올라가 볼 수 있다.

이처럼 계속된 증축과 개축을 거치면서 총 5개 동의 건물로 거대한 성 모양을 갖게 된 이 호텔은 600개가 넘는 객실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이 호텔은 높다란 디아망(Cap-aux-diamants) 절벽 위에 우뚝 서서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드넓은 세인트 로렌스 강을 굽어보는 외관이 아름다우면서도 압도적이다.

 

뿐만 아니라 호텔의 위치가 올드타운의 어퍼 타운과 로어 타운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서 퀘벡시티 관광의 핵심인 올드타운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또 과거 요새였고 지금도 캐나다 군대가 기지로 쓰고 있는 시타델, 과거 영불 전쟁터였던 아브라함 평원, 주 의회 의사당 등 주요 사적지들이 걸어서 5분 이내에 몰려 있다.

2층 무도회장 모습. 안쪽으로 걸어가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복도로 들어서면 이 호텔의 역사적 모습들을 담은 자료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그만큼 퀘벡시티 관광을 위해 숙박한다면 최적의 호텔인 셈이다.

덕분에 세계의 유명인들이 이 호텔에 줄줄이 숙박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이자 모나코의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 폴 매카트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로저 무어 등 저명인사들이 이 곳에 다녀갔거나 묵었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8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과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 호텔에서 퀘벡 회담을 갖고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예약 객실이 준비될 때까지 잠깐 머물렀던 방. 모서리 객실은 비탈진 성의 외관 때문에 내부에 경사가 져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1953년 '나는 고백한다'(I Confess)를 이 호텔에서 찍었다.

물론 '도깨비'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는 토론토에 본사가 있는 페어몬트 호텔 앤 리조트 그룹에서 호텔 운영을 맡고 있다.

국가 사적지인 유서깊은 호텔이어서 함부로 개조나 변경, 가구 교체를 할 수 없다.

처음 묵었던 스튜디오룸. 내부가 넓어서 좋다. 둥근 창 너머로 거버너스 공원과 옆으로 강이 보인다.

그렇지만 건물이 오래 됐기 때문에 유지 보수를 하지 않을 수 없어서 2011년과 2014년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거쳤고, 상당수 객실의 냉난방 장치, 욕실 등을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 했다.

마침 숙박했던 기간에도 2군데에서 건물 외관 보수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곳이기에 행사도 많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7월 여름축제가 벌어지는 성수기에는 600개가 넘는 객실에도 불구하고 방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니, 이를 감안해서 예약하는 것이 좋다.

보수 공사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옮겨 준 고풍스러운 골드룸. 원래 이 호텔은 조식을 주지 않는데 골드룸에 묵으면 전용 라운지인 골드룸에서 조식과 해피 밀이라는 간식을 준다.
골드룸 투숙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골드라운지. 이곳에서 체크인과 아웃이 가능하고 조식 및 해피밀을 먹을 수 있다. 평소에도 음료와 간단한 다과를 비치해 놓는다.
청색 구리 지붕과 벽돌로 쌓은 벽, 흰 색으로 테두리를 두른 창문 등이 특징.
숙박 기간 중 TV조선의 '아내의 맛' 팀에서 촬영을 왔다. 호텔 로비와 5층 등 내부를 돌아다니며 촬영.
모나코의 왕비였던 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머물때 찍었던 사진과 사용한 그릇들.
비틀즈 멤버였던 폴 메카트니도 이 곳에 묵었다. 옆의 사진은 이 곳에서 찍은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촬영 모습.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와 미드 '24'로 유명한 키퍼 서덜랜드도 이 곳에 머물렀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도깨비 (감독판) : 블루레이 : 품절임박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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