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밤의 해변에서 혼자(블루레이)

울프팩 2017. 10. 5. 17:50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년)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한 여배우 김민희와 감독의 스캔들 때문에 더 관심을 끌었다.

김민희가 연기한 주인공 영희는 공교롭게 현실처럼 유부남인 감독과 불륜의 사랑을 나누는 사이다.


그렇다보니 영화 내용과 현실이 겹치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이를 의식하고 만들었는 지 모르겠지만 극 중 여주인공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겠다는 다짐이 마치 힘든 현실에 대한 인정과 수용을 내포하는 듯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점 때문에 이 작품이 욕을 먹기도 하지만 스캔들과 작품을 굳이 연결시켜 보지 않으면 작품 속 여주인공의 힘든 사랑이 올곧게 부각된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스캔들 때문에 유럽으로 떠난 여주인공이 자신을 추스르는 내용이고 2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향한 다짐을 하는 내용이다.

바닷가 모래 위에 누워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이나 술잔을 앞에 놓고 꺼이 꺼이 울음을 터뜨리는 감독(문성근)의 모습 속에 현실이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라는 극 중 감독의 고백은 상대가 아닌 마치 관중을 향해 터뜨리는 독백같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단연 김민희다.


스캔들의 주인공이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을 다잡는 연기가 참으로 진솔하게 보인다.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러우면서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김민희가 이 작품으로 우리 여배우로는 처음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진솔한 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삼 김민희라는 배우가 다시 보이는 작품이다.


홍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줌을 활용한 촬영과 거의 오즈 야스지로의 다다미샷처럼 홍 감독의 상징이 된 인물들의 바스트샷 등이 변함없이 등장한다.

여럿이든 둘이든 상관없이 인물들이 대화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식사 또는 술을 먹는 장면을 옆에서 카메라를 고정한 채 촬영한 장면이 어김없이 나온다.


특이하게도 1부와 2부를 박홍열, 김홍구 등 서로 다른 촬영감독이 찍었는데 그 차이가 거의 없다.

그만큼 홍 감독의 색깔이 강한 것일 수도 있고 두 촬영감독의 스타일이 제자와 스승 관계인 만큼 비슷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더불어 홍 감독의 이상하고도 기이한 영화스타일 또한 달라지지 않았다.

황당하게 들릴 만큼 이상한 말들을 주고받는 인물들의 대사와 다소 판타지적인 장면들이 등장해 실소를 자아낸다.


관객들의 눈에는 숙소 창 밖에서 열심히 유리창을 닦는 사람이 보이는데도 정작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무시한 채 술을 마신다.

참으로 기이하면서도 특이한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영화적 관심과 재미를 끄는 요소가 됐다.

그만큼 이 작품은 홍 감독의 색깔이 확연히 살아 있는 작품이며 배우 김민희의 존재를 뚜렷이 부각시킨 영화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색감이 자연스럽고 윤곽선이 깔끔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사운드가 전방에 집중돼 있다.

장르 특성상 서라운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영화다.


부록으로 정한석, 남다은 평론가의 해설과 예고편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1부의 무대는 독일 함부르크다.

뒷모습을 보인 채 걸어가는 남자가 1부를 촬영한 박홍열 촬영감독이다. 머리에 쓴 검은색 비니는 김민희가 빌려줬다고 한다.

참으로 느닷없던 장면. 여주인공은 산책하던 도 중 길 위에서 속죄하듯 큰 절을 한다.

함부르크 서점 주인으로 등장해 피아노를 연주한 독일 남성은 실제 서점 주인이다.

김민희가 영화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2부의 촬영 장소는 강릉 예술극장인 신영이다. 지금은 좌석을 교체했다.

실제 강릉의 봉봉방앗간이라는 카페에서 촬영.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블루레이 타이틀로 출시된 이 작품과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이라는 홍감독의 두 작품에 모두 접이식 자전거가 등장한다. 색깔도 비슷한 노란색 계열이다.

휘트먼이 쓴 같은 제목의 시에서 영화 제목을 따왔다.

홍감독의 파격과 일탈을 볼 수 있는 장면. 여주인공은 갑자기 여선배와 키스를 나눈다.

강릉의 씨스포빌 리조트에서 찍은 장면. 창 밖에서 유리를 닦는 남자는 박홍열 촬영감독이다.

2부를 찍은 사람들은 1부 촬영을 몰라서 영화가 너무 짧은게 아닌가 걱정했다고 한다.

박홍열 촬영감독에 따르면 홍감독의 촬영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다른 작품을 찍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한다. 투자사나 배급사쪽에서 그의 기용을 거절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극 중 영화감독을 연기한 문성근.

홍 감독은 자전적 요소를 섞기는 했지만 전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극 중 인물들의 대사를 들어보면 두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한다는 느낌이 든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밤의 해변에서 혼자 (1Disc)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페 소사이어티(블루레이)  (0) 2017.10.12
태양의 노래(블루레이)  (2) 2017.10.09
위 아 엑스(블루레이)  (2) 2017.10.01
붉은 거북 (블루레이)  (0) 2017.09.24
엽문 (블루레이)  (5) 2017.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