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감독의 '카페 소사이어티'(Cafe Society, 2016년)는 선택에 관한 영화다.
그런데 주인공의 선택이 아닌 운명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삶을 다뤘다.
우디 앨런은 "사람들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내리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의 선택보다는 타인의 결정에 따라 삶이 좌우된다.
뉴욕 토박이인 주인공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는 삶의 변화를 주고 싶어서 화려한 할리우드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유명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는 삼촌(스티브 카렐)에게 일을 배우던 바비는 아름다운 여인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에 따라 뉴욕으로 돌아오게 된 보비는 그곳에서 형의 클럽일을 돕는다.
클럽 매니저 일을 하며 새롭게 자신의 사교적 능력을 발견하게 된 보비는 클럽을 순식간에 뉴욕 명사들의 중심지로 바꿔 놓는다.
그때부터 보비의 삶이 화려하게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선택보다는 운명에 초점을 맞췄다.
정작 주인공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결정이 미치는 환경의 변화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보비의 삶을 바꾼 것은 사랑하는 여인 보니의 결정이었고, 보비의 변신에는 깡패인 형의 영향이 주효했다.
결국 형의 선택이 최종적으로 보비의 위치를 달라지게 만들었다.
영화의 재미는 이처럼 중요한 순간에 일어나는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운명의 변화를 쫓아가는데서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운명론적인 작품에 가깝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처럼 역경에 굴하지 않고 도전정신을 발휘해 운명을 극복하라고 힘을 주지 않는 점이다.
'백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다'는 속담처럼 사랑하는 연인에게도 끝없이 도전해 사랑을 쟁취하기보다는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원하는 방향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이를 담담히 받아들인다.
오히려 이를 인정하고 방향을 트는데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어쩌면 이런 방식이 우디 앨런 영화의 특징일 수 있으며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 사는 연합체인 미국적 사고방식의 특징일 수도 있다.
타인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으면 문화와 풍습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사는 연합체 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결과가 때로는 안타깝고 허무하고 씁쓸하면서도 묘한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곧 역설적이게도 미국적이면서 동양적이다.
우디 앨런이 80대 노인이 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결국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니던가, 굳이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새옹지마의 자세로 길게 보라는 관조적 메시지가 보인다.
예전 '코튼클럽'처럼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주는 재미와 함께 비토리오 스토라로 촬영감독이 찍은 영상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찍은 와이드 앵글숏이나 부감숏은 장면 하나하나가 그림엽서다.
그의 영상은 혼잡하고 복잡한 삶의 전쟁터인 뉴욕을 낭만적인 도시로 바꿔 놓았다.
확실히 거장의 이름값을 하는 영상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깔끔한 윤곽선과 생생한 색감이 블루레이의 진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진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소리를 통해 1930년대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부록은 예고편만 들어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등장하는 할리우드 스타의 집 장면은 돌로리스 델 리오라는 할리우드 배우가 소유했던 집에서 찍었다.
유명 영화들의 시사회는 물론 아카데미시상식이 열리기도 했던 로스앤젤레스의 차이니즈 시어터. 이 앞에 유명 스타들의 손도장이 찍힌 보도블럭이 깔려 있다.
촬영은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담당. 그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지옥의 묵시록' '마지막 사랑' '마지막 황제' '탱고' 등 영상으로 이름높은 명작들을 촬영한 거장이다.
비토리오 스토라로는 주인공이 꿈을 품고 찾아간 LA 장면들을 채도를 높여 따뜻하게 찍었고 반면 주인공의 고향인 뉴욕 브롱크스 장면은 채도를 떨어뜨려 흑백영화처럼 어둡고 스산하게 묘사했다.
이처럼 채도를 다르게 찍은 영상은 추운 겨울이 있는 뉴욕과 대부분 따뜻한 날씨를 유지하는 캘리포니아 기후를 저절로 떠올리게 만든다.
음악은 빈스 지오다노가 이끄는 빅밴드인 나이트호크스 오케스트라가 담당했다.
비토리오 스토라로는 풍경 뿐 아니라 인물샷에서도 와이드스크린의 묘미를 잘 살렸다. 양 끝단에 배치한 인물들을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해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묘한 관계를 나타냈다.
그림엽서 같은 뉴욕 장면. 영화 속 내레이션은 우디 앨런이 맡았다.
내레이션이 흐르는 장면에서는 스테디캠을 사용해 전지적 작가시점처럼 거리감을 유지했다.
앙각을 통해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들로 둘러싸인 뉴욕의 분위기를 잘 묘사했다.
주인공의 삼촌 역할을 맡은 스티브 카렐(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여주인공 보니 역할의 크리스틴 스튜어트(오른쪽에서 세번째).
주인공을 연기한 제시 아이젠버그는 우디 앨런처름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우디 앨런 감독과 비토리오 스토라로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촬영을 했다.
1930년대 시대 분위기를 잘 살린 의상은 수지 벤징거가 담당. 그는 '블루 재스민' 등 우디 앨런의 다른 영화에서도 의상을 맡았다.
제목인 카페 소사이어티는 20세기 초반 런단, 파리, 뉴욕 등에서 유행한 명사들의 사교 클럽을 의미한다.
뉴욕의 사교클럽 장면은 맨하튼의 스튜디오에 세트를 만들어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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