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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비포 미드나잇 (블루레이)

울프팩 2013. 12. 12. 08:17

제시와 셀린느가 돌아 왔다.
'비포 선셋' 이후 9년, '비포 선라이즈' (http://wolfpack.tistory.com/entry/비포-선라이즈-비포-선셋)이후 18년 만이다.

세월의 두께는 두 사람의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호리호리하고 가냘펐던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는 주름지고 배가 나왔으며, 결정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쌍둥이 자매가 태어났다.

그렇게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2013년)은 두 연인의 속절없는 세월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아니 영화 속 연인은 좀 더 현실적으로 돌아 왔다.

1편에서 사랑을 싹 틔우고, 2편에서 안타깝게 사랑을 보낸 그들은 3편에서 세월따라 변해버린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느덧 아이들이 뛰노는 중년이 된 그들은 왜 과거와 같은 감성을, 과거와 같은 시선과 마음을 보여주지 못하는 지 야속해 한다.

그래서 여느 부부들처럼 휴가지에서 다투고 남편은 호텔 방에 홀로 앉아 착잡한 마음을 달랜다.
그야말로 중년의 부부들이 겪을 수 있는 그 모습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았다.

따라서 영화는 꿈과 낭만을, 또는 극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영화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전편 같은 가슴 떨림과 시린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밋밋할 수도 있는 것은, 그 속에서 제시와 셀린느를 따라 함께 18년을 늙어버린 관객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18년 전 20대였다면 얼추 40대일 것이고, 그때 30대였다면 지금은 50줄에 접어들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관객을 비추는 거울이다.
배우들만 변한 것이 아니라, 그 영화를 본 나도 주름지고 감정이 무뎌졌다.

문득 제시와 다투고 호텔을 뛰쳐나와 "기차에서 가슴 설레게 한 청년은 더 이상 없다"고 중얼거리던 셀린느의 말이 떠오른다.
세월이란 그런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제시의 대사로 대신하고 싶다.
"중년이란 열두살 때보다 조금 더 어려운 것"이라고.

어쩌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게 두 연인을 바라보면서 든 생각이다.

하지만 영화의 형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너무나 수다스런 두 연인의 대화는 마치 대사로 넘쳐나는 김수현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거기에 컷도 거의 없이 롱 테이크로 한 씬을 길게 가져가니 지루해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비엔나와 파리를 훑은 전편들과 달리 풍경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굳이 그리스 남쪽까지 왜 갔나 싶을 정도로 그림도 심심한 편.
내용은 공감하지만 형식에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6 대 9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이 부드럽다.

화질이 좋지 않은 전편들의 DVD 타이틀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영롱한 피아노 소리가 듣기 좋게 울리며, 공간을 편안하게 감싸준다.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이번 작품의 무대는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남쪽에 위치한 카드라밀리 근처 칼라마타다.
세월 앞에 속절없이 늙어버린 제시(에딘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 차 뒷좌석에는 그들의 쌍둥이 자매가 앉아 있다.
극 중 소설가로 나오는 에단 호크가 초대 받아 머문 칼라마타 집은 영국의 유명 여행작가 패트릭 리 퍼머 경이 머물던 곳이다. 퍼머 경은 제 2 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 소령으로 근무하며 크레타 섬에 강하해 현지 주둔군 사령관인 나치 독일의 제 22 공수사단장 하인리히 크라이페 소장 납치작전을 주도했다.
퍼머 경은 크라이페 장군을 납치해 18일 만에 이집트로 탈출, 훈장을 받았다. 그는 2011년 죽으면서 베나키 재단을 남겼고, 재단에서 영화 제작을 후원했다. 월터 라셀리가 연기한 집주인 패트릭 역할에는 퍼머 경이 녹아 있다.
식탁에 둘러앉은 네 쌍의 커플은 두 주인공의 젊은 날과 앞으로 늙어갈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주인공들의 젊은 날을 연상케 하는 커플은 아리아네 라베드(안나 역)와 이아니스 파파도풀로스(아킬레스)가 연기.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연기 뿐 아니라 링클레이터 감독과 각본 작업도 함께 했다.
촬영은 크리스토퍼 보두리스가 맡았고, 아리 알렉사 카메라를 이용했다.
링클레이터 감독과 배우들은 극 중 나오는 호텔에 7주간 머물며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리스 가수 헤리스 알렉슈의 'Gia ena Tango'가 OST로 삽입.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 작품을 '비포 선라이즈'에 영감을 준 에이미라는 여자에게 바쳤다. 감독은 에이미와 밤새워 필라델피아를 걸으며 얘기를 나눴는데, 다시 만나지 못했다. 몇 년 뒤 알고보니 에이미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Before Midnight (비포 미드나잇) OST
Graham Reynolds
비포 미드나잇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줄리 델피 출연/에단 호크 출연
비포 미드나잇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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