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처럼 원작소설보다 더 잘만든 영화가 있는 반면, 원작소설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화도 있다.
킹 비더 감독의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1956년)는 후자에 속하는 영화다.
레프 톨스토이가 1864~1869년에 쓴 이 장편소설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때 휘말린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인생사를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만 600명이 넘는 대작인 만큼 내용이 워낙 방대해 쉽게 줄이기 힘든 작품인데 영화는 이를 약 3시간 20분 분량으로 압축했다.
그렇다보니 이야기 전개를 쫓아가기에 급급해 정작 톨스토이가 강조한 메시지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원작의 중요한 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룬 삶에 대한 자세다.
귀족의 명예를 중시해 고귀하게 사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 안드레이 공작이 전쟁을 겪으며 느낀 삶의 허무 때문에 변해가는 과정, 방탕한 삶을 즐기던 귀족인 피에르가 전쟁통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소설의 중요한 두 축이다.
그런데 영화는 이런 점들을 모두 놓치고 있다.
그저 전장에서 부상 당하고 쫓고 쫓기는 현상을 보여주기에 바빠 그들의 내면이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특히 피에르가 포로로 잡혔다가 만난 농부인 플라톤은 피에르가 변하게 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인물인데, 영화 속에서는 그저 감방 친구 정도로 축소돼 버렸다.
도대체 킹 비더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 무엇을 본 것인 지 묻고 싶을 정도다.
그렇다고 볼거리가 특별히 화려하지도 않다.
전쟁 장면도 박력이 없고, '닥터 지바고'처럼 러시아의 웅혼한 자연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귀족들의 화려한 무도회도 평범하게 묘사됐다.
그렇다보니 '로마의 휴일'의 인기를 등에 업은 오드리 헵번이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가라앉는 배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소설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소설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실망스럽고,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두서없이 펼쳐놓은 이야기 속에 메시지를 파악하기 힘든 난삽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이는 전적으로 킹 비더 감독의 밋밋한 연출력의 한계로 볼 수 밖에 없다.
1080p 풀HD의 1.78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실망스런 내용 만큼이나 화질 또한 좋지 않다.
윤곽선은 예리하지 못하며 지글거림과 각종 잡티가 나타나고 필름 손상흔적인 세로줄무늬까지 보인다.
음향은 돌비트루HD 모노를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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