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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허드슨강의 기적(4K 블루레이)

울프팩 2020. 8. 4. 09:01

2009년 1월 15일 미국 국내선 항공사인 US에어웨이즈의 1549편 여객기는 샬럿(Charlotte)으로 가기 위해 뉴욕(New York) 라구아디아 공항(LaGuardia Airport)을 이륙한 지 얼마 안 돼서 새떼와 충돌했다.

새들은 비행기 양쪽 날개에 붙어 있는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타버렸고 순식간에 엔진이 망가지면서 비행기는 추진력을 잃었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 기장은 모두를 살리기 위해 3분 이내 조치를 취해야 했다.

급히 라구아디아 공항과 교신을 해보니 다시 회항할 경우 뉴욕 브롱크스(Bronx)에 추락해 비행기뿐 아니라 지상의 사람들과 건물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뉴욕 상공에서 벌어진 믿기지 않는 실화

기체 오른편에 뉴저지의 테터보로(Teterboro) 공항이 있었으나 마찬가지로 도착 전에 고층 건물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설렌버거 기장은 마지막 수단인 허드슨강(Hudson river) 위에 불시착을 시도했다.

 

관제탑에서는 물 위에 불시착한다는 것이 매우 위험하고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으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던 설렌버거 기장은 물 위에 비상 착수를 했고 기적처럼 비행기는 물 위에 성공적으로 착수했다.

 

승무원들은 급히 비상 탈출구를 열어 승객들을 대피시켰고, 마침 강 위를 정기적으로 오가던 여객선들과 경찰, 소방 구조대가 긴급 출동해 이들을 구조했다.

결과는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155명 전원이 모두 살아남았다.

 

언론은 이를 '허드슨강의 기적'이라고 칭송했고 순식간에 설렌버거 기장은 영웅이 됐다.

하지만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설렌버거 기장을 조사하고 청문회를 실시했다.

 

NTSB는 과연 위험천만한 허드슨 강 착수밖에 방법이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블랙박스와 강물 속으로 떨어져 나간 비행기 엔진을 건져 올려 조사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추락 기체인 에어버스사의 시뮬레이터를 통해 추락 상황을 모의로 재현해 봤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시뮬레이션 결과 굳이 강 위에 착수하지 않고 공항으로 회항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졸지에 설렌버거 기장의 영웅적인 행위가 의심을 받게 됐다.

설렌버거 기장의 영웅적 행위는 국내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무사히 비상 착수한 사실은 알려졌으나 이후 벌어진 일련의 조사과정은 자세히 보도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놀라운 실화의 사건 과정을 자세히 다룬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감독의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SULLY, 2016년)은 대단히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영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추리소설처럼 긴박하고 흥미진진하게 구성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사건 발발부터 청문회가 열리기까지 과정을 여러 번의 피드백과 교차편집을 통해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처럼 다뤘다.

즉 사건의 진실을 보는 사람들도 같이 빠져들어 수수께끼 풀듯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 과정이 무미건조하지 않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결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는 설렌버거 기장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살아온 삶을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을 통해 재구성해 보여줬다.

물론 몇 가지 에피소드들로 그를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보여준 영상들은 설렌버거 기장이 위기 상황에서도 대단히 침착하고 쉽게 흥분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그는 억울할 수도 있는 조사과정에서도 전혀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대체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실화를 충실하게 재현했지만 극적인 장치를 위해 과장한 부분도 있다.

 

그는 NTSB의 조사과정을 극적으로 부풀렸다.

아무래도 실화 내용이 미담 위주이고 갈등 요소가 없다 보니 극적 구성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 NTSB의 조사관들을 악역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NTSB 조사관들은 설렌버거 기장을 몰아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에어버스사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고 순간의 35초 지연 시간을 설정해 다시 시뮬레이션할 것을 제안한 것도 NTSB였다.

 

영화에서는 이 내용도 설렌버거 기장의 제안으로 바뀌었다.

극적 재미를 위해 일부러 갈등 구조를 유발하기 위한 설정이지만, 설렌버거 기장은 이 점이 불편했던지 NTSB 조사관들의 이름을 모두 가명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그렇다고 이런 점이 대세의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의도대로 오히려 실화보다 더한 긴장감과 재미를 줬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스트우드 감독의 오랜 관록에서 온 노련한 연출과 감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설렌버거 기장을 연기한 톰 행크스(Tom Hanks)의 연기 또한 뛰어났다.

 

톰 행크스, 우리 시대 평범한 영웅의 모습 연기

그는 차분한 연기로 설렌버거 기장을 제대로 소화했다.

그가 보여준 연기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에서 맡았던 밀러 대위를 연상케 한다.

 

설렌버거 기장이나 밀러 대위 모두 자신을 던져 타인을 구하는 행위에 대해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영웅적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아 감정과잉으로 치닫지 않는다.

 

그래서 최후의 순간까지 누구보다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그럼에도 설렌버거 기장이나 밀러 대위가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행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위기의 순간에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위안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시대 평범한 사람들의 영웅상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아니 이 실화에서 돋보이는 점은 구조 시간이다.

물 속으로 점점 가라앉는 비행기 날개 위에 모여 있는 155명의 사람들을 구해내는데 걸린 시간은 단 24분이었다.

 

뉴욕 정기여객선과 경찰 구조대 등 300명이 빠른 시간내 투입돼 영하 20도의 날씨 속에서도 긴급 구조 작전을 펼쳐서 한 명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다.

이 대목은 세월호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귀중한 시간을 우왕좌왕하며 낭비한 우리 정부 및 해경과 달리 이들은 빠른 시간내 신속하게 움직였다.

구조에 나선 사람들이 없었다면 설렌버거 기장의 영웅적 행동도 빛이 바랬을 것이다.

 

그래서 설렌버거 기장은 청문회장에서 그렇게 말했다.

"내가 아닌 우리가 한 것"이라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교훈과 재미를 동시에 주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사건이어서 다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생각을 바꿔줄 만한 작품이다.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전체적으로 샤프니스가 뛰어나고 디테일이 우수하다.

다만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보다 색감이 전체적으로 밝은 편이다.

 

아마 HDR 지원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화이트 피크가 높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차분한 색감을 좋아한다면 오히려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이 나을 수 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폭발적인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요란한 비행기 엔진 소리가 후방에서 전방으로 넘어가는 것을 들어보면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실제 인물들 인터뷰, 설리 기장 소개, 제작 배경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US에어웨이즈 1549편은 뉴욕 라구아디아 공항 이륙후 큰 무리의 캐나다 거위들과 부딪쳤다. 날개폭이 1.8미터 가량된 이 새들은 비행기 엔진에 빨려들어갔다. 기장에 따르면 엔진에서 "새가 타는 냄새가 났다"고 한다.
2009년 사고 당시 58세였던 설렌버거 기장은 42년 동안 2만시간 비행한 베테랑이었다.
항공기 비상 계획은 3만피트 상공에서 일어난 사고를 가정해 작성됐다. 사고 당시 비행기는 3천피트 상공이었고 3분 이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추락할 상황이었다.
텍사스에서 태어난 설렌버거 기장은 어려서 공군기지 근처에서 살아 5세때부터 조종사를 꿈꿨다. 치과의사인 아버지 환자 중에 농약살포 비행기 전문가가 있어서 그에게 16세때 처음으로 비행기 조종을 배웠다.
설렌버거 기장은 공사에 진학, 졸업때 비행항공술 우수생도로 뽑힐 만큼 조종을 잘했다.
1996년 11월23일 에티오피아 항공 961편은 바다에 불시착하려다가 수면과 충돌한 기체가 옆으로 구르며 폭발해 전원 사망했다.
파일럿이기도 한 배우 해리슨 포드가 제작자인 프랭크 마셜에게 전화해서 영화의 원작인 책 '설리'를 권하고 영화로 만들라고 추천했다.
제작진은 폴스레이크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수조에 에어버스 A320 기체를 띄워놓고 주위에 블루스크린을 둘러 친 다음 촬영했다.
설렌버거 기장을 연기한 톰 행크스와 부기장 제프 스카일스 역의 아론 에크하트는 버진 애틀란틱의 시뮬레이터에서 여객기 조종을 몇 시간씩 여러 차례 연습했다.
NTSB에서 사고를 인지할 때까지 걸리는 지연시간 35초를 설정하도록 한 뒤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15회 회항 중 8번만 성공했다.
이 영화는 아이맥스용인 아리 알렉사65 카메라로 상영시간의 95%를 찍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아이맥스 촬영에 만족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이 영화도 아이맥스로 찍자고 제안했다.
사고 기체는 에어버스 A320-214이다. 극 중 엑스트라로 나온 페리선 선장과 잠수사, 응급대원들은 실제 사고 당시 구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21세때 군 복무 중 해군 비행기에 탔다가 기상 악화로 캘리포니아주 포인트 레이즈에 불시착한 경험이 있다.
설렌버거 기장은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했으나 되지 않아 두 딸을 입양했다. 기장과 가족들은 사고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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