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 2010년)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만든 거대하고 음울한 서사시 같은 영화다.
데니스 르헤인의 소설 '살인자들의 섬'을 각색한 이 영화는 1950년대 미국의 어느 정신병원에서 벌어진 일을 다뤘다.
섬 자체가 거대한 병원인 이 곳에서 여자 환자가 하나 사라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보안관 테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척(마크 러팔로)이 섬에 파견된다.
하지만 사건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그러던중 테디는 뜻하지 않게 환자로부터 정신병원의 비밀을 듣게 된다.
정부가 공산주의자들을 세뇌하기 위해 병원에 가두고 뇌수술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
그때부터 테디는 병원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이 줄거리에 매몰되면 안된다.
영화의 진짜 메시지는 줄거리 뒤에 숨어 있다.
정신병을 앓는 환자들의 이야기와 테디의 환상이 뒤섞여 벌어지는 일들은 여러가지 복선을 암시하며 줄거리 뒤에 숨은 진실을 하나씩 드러낸다.
결말에 이르면 파편같은 이야기들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한편의 연극으로 발전한다.
그만큼 영화의 구성과 얼개가 촘촘하게 잘 짜여진 작품이다.
하지만 현실과 환상을 쉼없이 들락날락하는 이야기는 관객을 더러 오리무중으로 빠뜨리며 헤매게 만든다.
이를 통해 스콜세지 감독은 1950년대 자행된 미국의 정신병 치료의 문제점과 음울했던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서사에 강했던 스콜세지 감독의 작품들과는 맥을 달리한다.
그 점이 어찌보면 스콜세지 감독의 팬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고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즉 흥미로운 소재이기는 하지만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이나 '성난 황소' 같은 선명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작품은 1950년대 미국 정신병 치료방법을 둘러싼 의사들의 치열한 대립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그저 어느 정신병자의 난동같은 공허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
당시 미국은 환자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고 조금만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정신병 환자들에게 무조건 뇌를 후벼파는 뇌엽전리술이라는 수술을 시행했다.
그렇게 뇌를 잘라내면 환자의 폭력적 성향은 사라지지만 더 이상 인간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다.
살아 있어도 사는게 아닌 존재가 되버리는 것.
이에 마구잡이로 행하는 뇌엽전리술에 반대하고 심리치료나 약물치료를 주장한 의사들이 있었지만 결코 그들의 목소리가 먹히지 않았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야만의 시대에 대한 고발장이다.
의미심장하며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시대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한계 때문에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너무나 답답하고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 스타일리시한 영상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테드가 보는 섬뜩한 환상들을 아름답지는 않지만 강렬한 영상으로 꾸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다양한 클래식 선율들이 흐르며 이야기에 장중함을 더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해 벤 킹슬리, 마크 러팔로, 막스 폰 시도우 등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디카프리오다.
디카프리오는 다중인격적인 테드의 여러가지 모습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특히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연기를 아주 잘 소화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기존의 마틴 스콜세지 작품들이 훌륭하고 재미있었기에 여기 견주면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무엇보다 디테일이 우수하고 콘트라스트 대비가 뚜렷해 영화보는 맛이 난다.
색감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채널을 잘 활용해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성기를 노출하는 장면들이 있지만 잘리거나 모자이크 처리없이 그대로 수록됐다.
부록은 많지 않다.
작품 뒷이야기와 제작 배경이 한글 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정신병 환자들의 폭력성을 다룬 책을 쓴 제임시 길리건 의학박사의 자문을 받아 제작됐다.
길리건 박사는 1950년대 브리지워터 정신병원장을 지냈다. 브리지워터 정신병원은 영화처럼 폭력적 성향을 지닌 정신병자 범죄자들을 수용했던 곳이다.
주인공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의 동료 수사관을 연기한 마크 러팔로.
오손 웰즈가 '시민 케인'에서 선보였던 앵글이 이 작품에도 등장한다.
주인공은 해리성 정체성 장애, 즉 다중인격의 징후를 보인다. 기억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다른 사람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제2차 세계대전때 유럽에 파병돼 나치의 다하우 유대인 수용소를 해방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곳에서 본 참상은 그에게 오래도록 트라우마로 남는다.
스타일리시한 영상은 로버트 리처드슨이 촬영. 그는 '헤이트풀 8' '장고 분노의 추격자' '휴고'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킬빌'과 '삼나무에 내리는 눈' 등을 찍었다.
길리건 박사는 주인공처럼 극도의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상상 속에 자신을 가두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장이 자살할 때 틀어놓은 LP 음악은 말러의 '피아노 4중주'다. 말러는 16세때인 1876년에 이 곡을 작곡했다. 원래 4악장을 계획했으나 1악장만 작곡했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살인을 저지른 뒤 이를 피해자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이타적 살인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 경우 환자들은 오히려 살인을 저지른 뒤 옳은 일을 했다고 여겨 편안해진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정신병 치료를 위해 논쟁이 치열했다. 무조건 뇌를 자르는 뇌엽절리술을 신봉하는 의사들과 심리 및 약물치료를 주장한 의사들이 대립했다.
제작진은 길리건 박사의 자문을 받아 지금은 사라진 브리지워터 병원 내부와 흡사한 세트를 만들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시행한 경안와뇌엽전리술은 환자의 눈쪽으로 얼음 송곳을 찔러 넣어 뇌를 휘젓는 수술이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여동생 로즈메리 케네디도 정신질환을 앓아 괴이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뇌엽절리술을 받았다.
1950년대 미국의 프리먼이라는 의사는 마구잡이로 뇌엽절리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극중에서 수술을 주장하는 막스 폰 시도우는 프리먼이라는 의사를 떠올리게 한다.
폴란드 작곡가 펜데레츠키가 1988년에 작곡한 교향곡 3번 4악장 파사칼리아가 주요한 테마로 흐른다.
수술보다는 약물과 심리치료를 강조하는 의사를 연기한 벤 킹슬리.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범죄를 저지른 뒤 메타 리얼리티라는 변형된 현실을 실제로 착각하고, 가장 안전한 장소로 여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호수 장면에서 실제로 물에 뛰어들어 아이들을 건지는 연기를 했다.
영화 속 등대는 뇌엽전리술의 상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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