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감독의 '문영'(2015년)은 결손가정에서 자라는 여고생이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어머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날마다 술에 취해 거친 언사를 내뱉는 아버지와 살아가는 여고생 문영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피곤한 나날이다.
그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캠코더로 지나가는 사람을 찍는 것.
하루 종일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다가 우연히 다투는 남녀를 촬영하면서 뜻하지 않게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연상의 여인과 문영의 묘한 우정이 시작된다.
영화는 캠코더 소녀 문영이 왜 하루 종일 촬영에 몰두하는지를 밝히는 수수께끼와 연상의 여인이 안고 있는 비밀을 두 축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영화는 흥미로워 보이는 소재를 힘 있게 풀어내지 못했다.
문영의 내부에 고여있는 아픔과 상처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피상적으로만 그려서 공감하기 힘들다.
문영의 아픈 가정사와 왜 침묵의 세계에 갇히게 됐는지를 좀 더 밀도 있게 그렸더라면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됐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렇다 보니 문영의 과거사는 그의 침묵처럼 베일에 쌓여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또 다른 축인 연상의 여인과 우정은 진전될 듯 말 듯 애를 태우다가 그냥 주저앉는다.
동성애라는 금기시된 소재를 다루기 때문인지 자신 있게 내딛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바람에 김 빠진 사이다처럼 이야기가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유일하게 이 작품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김태리뿐이다.
문영을 맡은 김태리는 특별히 연기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서 충분히 빛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빈약한 서사 구조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제대로 몰입도 되지 않는 작품이 돼버렸다.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참으로 애매한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윤곽선이 깔끔한 편.
문영이 캠코더로 찍은 영상은 입자가 거친 편인데 감독이 의도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후작업을 통해 화질을 저하시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흔들리는 영상이다.
화자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들고 찍기 장면들이 심하게 흔들려 어지럽다.
음향은 DTS HD MA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김 감독과 배우 정현, 박정식의 음성해설, 김 감독의 단편 '너는 거지란다', 삭제 장면, 문영의 카메라 촬영 장면, 제작과정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래 제목은 'subway, days'였다.
김태리가 들고 나온 캠코더는 캠코더 영상 장면을 촬영한 카메라다.
감독은 문영의 학교 장면을 감독의 모교인 인천 계산여고에서 촬영.
아파트 장면은 어려서 오래 살았던 김 감독의 아파트를 이용.
김태리는 원래 오토바이를 탈 줄 모른다. 촬영을 위해 급히 연습하고 오토바이 운전 장면을 촬영. 김 감독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라는 영화에 영감을 받아 오토바이 질주 장면을 찍었다.
김 감독은 대학 선배의 집을 빌려서 연상의 여인 희수의 집으로 사용.
김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이 작품은 사실상 감독 데뷔작이다.
연상의 여인 희수를 연기한 배우 정현.
김 감독의 단편 '너는 거지란다'.
거지 여인을 연기한 지윤정. 대부분의 액션은 배우들이 즉흥 연기를 했다.
두 남녀 배우의 눈싸움 장면은 시나리오에 없던 내용이다. 두 배우가 휴식 중 노는 것을 보고 감독이 추가했다.
오히려 '문영'보다 이 작품이 더 인상적이다. 거지 여인의 판타지를 다뤘지만 어찌 보면 보통 여인의 판타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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