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가 성공하려면 볼거리와 함께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천재지변이나 요란한 사고가 주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으로 시선을 붙잡는다면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사연과 위기상황에서 드러내는 내면의 모습을 통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물론 두 가지 중에 더 중요한 것은 캐릭터다.
재난 상황은 오히려 뉴스 화면이 더 자극적일 수 있다.
9.11 때 무너지는 쌍둥이 빌딩은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충격적이고 압도적인 그림이었다.
결국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이야기로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재난 영화는 어찌 보면 휴먼 드라마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로슨 마샬 터버 감독의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 2018년)는 실패한 재난 영화다.
성공적인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극 중 배역들은 전혀 새롭지 않고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아닌 게 아니라 기존 영화들과 여러 가지 설정이 겹친다.
특히 가족과 함께 초고층 빌딩에 갇힌 주인공이 가족을 구하기 위해 테러범들과 대결하는 설정은 '다이 하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여기에 테러범들이 불을 질러 화마에 휩싸인 초고층 빌딩이라는 재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불길은 재난 영화의 외투에 해당할 뿐 본질은 주인공과 테러범의 1 대 다중 결투다.
차이가 있다면 드웨인 존슨이 연기한 주인공이 외다리라는 점이다.
감독은 완벽하지 않은 주인공을 통해 고난의 상황을 더 가중시키려고 했지만 정작 존슨이 연기하는 액션을 보면 과연 외다리 장애인이 맞나 싶을 만큼 요란하다.
오히려 주인공의 장애가 무색할 만큼 보통 사람이라면 혼자 해결하기 힘든 상황들을 초인적 능력으로 처리한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의 장애는 전쟁 영웅의 훈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장식일 뿐이다.
그렇다고 재난 상황이 극적이지도 않다.
건물 높이만 240층으로 치솟아 기존 화재 영화에 비해 더 높아졌을 뿐 화재 상황이 특별히 더 색다른 것도 없다.
화재 때문에 발생한 위기 상황이 주는 긴장감도 '타워링'이나 '분노의 역류' 등 기존에 잘 만든 재난영화들에 훨씬 못 미친다.
화재 진압마저도 화면이 멈춘 컴퓨터를 껐다가 켰더니 다시 작동하더라는 식으로 컨트롤 패널 역할을 하는 태블릿 리부팅으로 해결한다.
마치 극적인 순간에 신의 개입으로 모든 것이 일시에 해결되는 고대 그리스 연극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보는 듯하다.
결국 '다이 하드'와 '타워링' 등 여러 재난 영화의 기시감이 잡탕처럼 버무려진 상황에 캐릭터마저 매력적이지 못한 재난 영화가 돼 버렸다.
국내 출시된 이 작품의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4K와 3D, 일반 블루레이 등 총 3장의 디스크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 타이틀은 4K 디스크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오포 203 플레이어에서 4K 타이틀을 재생하면 29분 14초~30분 사이, 1시간 1분 57초~1시간 2분 30초 사이의 두 부분에서 영상이 깨진다.
화면이 심각하게 깨지면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지 않아 강제로 해당 장면을 건너뛰어야 한다.
해당 플레이어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일 수 있지만 플레이어의 특성을 타는 것 또한 디스크 불량으로 봐야 할 듯싶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의 화질은 좋다.
윤곽선이 예리하고 색감이 선명한 편.
물론 컴퓨터 그래픽을 과도하게 쓴 장면은 깨끗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화질이 우수한 편이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의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요란하다.
리어 채널이 웅장하게 들리고 저음도 힘 있고 묵직하다.
부록으로 로슨 터버 감독의 음성해설, 삭제 장면과 제작과정, NG컷, 확장 인트로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 영상은 모두 HD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화재가 일어나는 240층 높이의 고층 건물 펄은 ILM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영화 속 배경은 홍콩이지만 제작비 때문에 실제 촬영을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했다.
여성 테러리스트를 연기한 헤나 쿤링은 호주계 태국인이다.
어려서부터 재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터버 감독은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했다.
드웨인 존슨이 매달리는 거대한 크레인은 ILM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장애인이라고 못할 것은 없겠지만 비장애인 못지않은 점프 실력을 보면 왜 굳이 장애인 설정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부서진 건물에 매달리는 연기는 대역이 했다.
이제는 재난의 생중계가 일상화됐다. 감독은 "완벽한 존재나 천하무적만큼 지루한 것이 없어서 주인공을 장애인으로 설정했다"라고 하는데 그의 활약을 보면 슈퍼맨에 가깝다.
끊어진 다리를 건너뛰는 장면은 '분노의 역류'와 앵글이 비슷하다. 이 장면은 9미터 높이의 세트에서 촬영. 주인공의 부인으로 나온 니브 캠벨은 발레리나였다.
감독은 '센트럴 인텔리전스' 영화를 편집하다가 이 작품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감독은 실베스터 스탤론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특히 '클리프 행어'가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산악구조요원이 여인 구조에 실패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이 장면은 클리프행어와 닮았다.
감독도 '다이 하드'와 닮은 점을 인정해 이 작품을 "다이하드를 향한 러브레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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