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감독의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는 눈이 즐거운 영화다.
내용이 야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18세기 조선시대 풍속을 재현한 의상과 음식, 풍경 등 갖가지 볼거리가 화사한 색감으로 수놓듯 펼쳐진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실제 고증을 거쳤고, 현재 제일모직 전무로 있는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씨의 도움을 받았다.
정구호씨는 미술감독으로 참여해 '구호' 브랜드에서 보여준 패션감각을 배우들의 의상과 각종 소품 등에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이 작품은 색이 곱다.
배우들이 입고 나온 파스텔톤의 의상부터 진한 원색까지 손대면 그대로 묻어날 듯 색이 선명하다.
DVD 타이틀에서는 극장에서 본 색이 제대로 살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블루레이는 근접한 느낌이다.
영화의 기본 내용은 조선시대 바람둥이 양반이 열녀문까지 받은 정숙한 부인을 희롱하다가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내용이다.
프랑스 육군장교였던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쓴 소설 '위험한 관계'가 원작으로, 이를 우리 식에 맞게 사극으로 고쳤다.
한류 스타로 이름을 날린 배용준이 영화 출연 첫 작품으로 골라 과감한 베드씬을 선보였고, 이미숙 전도연 등도 농익은 연기로 영화를 빛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것은 충돌의 미학이다.
서양 원작과 동양 사극, 바로크식 배경음악과 삽입곡으로 쓰인 우리 전통 창, 정숙한 여인과 음란한 남자 등 서로 상반된 요소들은 영화 속에서 맞부딪쳐 요란한 불꽃을 튀긴다.
그 충돌의 과정이 주는 다이나믹함과 색다름이 이 영화의 미학이다.
덕분에 세련되면서도 깔끔하고 고풍스런 느낌의 그윽한 차 같은 향을 풍기는 작품이 됐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중경 원경에서는 디테일이 떨어져 명료하지 못하지만, 화사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절하게 리어를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부록으로 감독과 이유진 PD 배용준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인터뷰, 미술, 음악, 삭제장면 등이 풍성하게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초반 기녀를 그리는 장면은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가 터키 왕의 시녀를 그린 '오달리스크'를 흉내낸 것으로, 당시 충남대 윤여환 교수가 그렸다. 18세기 정조 말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원작 소설이 나온 1787년과 시대적으로 비슷하다. 당시 정조의 개혁이 실패하면서 조선사회는 붕괴되며 낡은 구악이 계속 지배하는 과거로 퇴보했고, 프랑스는 귀족사회가 무너지며 새로운 지배세력이 등장했다. 패션디자이너인 정구호씨가 미술감독으로 참여하면서 영화는 더할 수 없이 화사하고 고풍스러워졌다. 이 작품이 첫 영화 출연작인 배용준은 대본을 읽고 먼저 출연하고 싶다는 제의를 했다. 연못에 배를 띄우고 노는 장면은 진도 운림산방에서 촬영. 제작진들이 보이지 않는 쪽에서 물에 들어가 배를 밀면서 촬영. 조선시대 초기와 후기에는 성적으로 문란했다고 한다. 오히려 열녀문을 세운 것도 이 같은 성적 문란을 잠재우기 위한 귀감이 필요했기 때문. 특히 시장 바닥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돈을 받던 전기수들이 사대부댁 여인들에게 출장을 다니면서 눈이 맞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재용 감독은 1988년 배낭여행 중 프랑스에서 영화 '위험한 관계'를 너무 재미있게 본 뒤 나중에 원작소설을 찾아 읽고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 작품은 감독 의도에 따라 조명을 절제했다. 특히 채도를 살리기 위해 필터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전도연 배용준 등 배우들은 촬영 전에 다도와 식사법 등 전통 예법 교육을 따로 받았다. 당시 신인이었던 이소연에게 이 작품은 영화 데뷔작이 됐다. 제법 농도짙은 정사 장면이 등장. 전도연은 당시까지 맡았던 밝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일부러 정숙한 숙부인 역을 희망했다. 숙부인의 거처로 나온 곳은 안동의 옥연정사.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맡은 바로크풍 음악도 좋았다. 숙부인이 얼음에 빠지는 장면은 기계톱으로 단단하게 얼어붙은 호수의 얼음을 미리 잘라놓고 대역이 빠지는 장면을 연기했다.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지켜보면 볼 수 있는 허를 찌르는 장면. 소실로 들어간 중인의 여식이 양반댁 마님이 되는 장면. 이 감독은 이를 통해 확인 조차 힘든 양반 족보의 혈통을 과연 자신할 수 있냐는 반문을 던졌다.
내용이 야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18세기 조선시대 풍속을 재현한 의상과 음식, 풍경 등 갖가지 볼거리가 화사한 색감으로 수놓듯 펼쳐진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실제 고증을 거쳤고, 현재 제일모직 전무로 있는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씨의 도움을 받았다.
정구호씨는 미술감독으로 참여해 '구호' 브랜드에서 보여준 패션감각을 배우들의 의상과 각종 소품 등에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이 작품은 색이 곱다.
배우들이 입고 나온 파스텔톤의 의상부터 진한 원색까지 손대면 그대로 묻어날 듯 색이 선명하다.
DVD 타이틀에서는 극장에서 본 색이 제대로 살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블루레이는 근접한 느낌이다.
영화의 기본 내용은 조선시대 바람둥이 양반이 열녀문까지 받은 정숙한 부인을 희롱하다가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내용이다.
프랑스 육군장교였던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쓴 소설 '위험한 관계'가 원작으로, 이를 우리 식에 맞게 사극으로 고쳤다.
한류 스타로 이름을 날린 배용준이 영화 출연 첫 작품으로 골라 과감한 베드씬을 선보였고, 이미숙 전도연 등도 농익은 연기로 영화를 빛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것은 충돌의 미학이다.
서양 원작과 동양 사극, 바로크식 배경음악과 삽입곡으로 쓰인 우리 전통 창, 정숙한 여인과 음란한 남자 등 서로 상반된 요소들은 영화 속에서 맞부딪쳐 요란한 불꽃을 튀긴다.
그 충돌의 과정이 주는 다이나믹함과 색다름이 이 영화의 미학이다.
덕분에 세련되면서도 깔끔하고 고풍스런 느낌의 그윽한 차 같은 향을 풍기는 작품이 됐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중경 원경에서는 디테일이 떨어져 명료하지 못하지만, 화사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절하게 리어를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부록으로 감독과 이유진 PD 배용준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인터뷰, 미술, 음악, 삭제장면 등이 풍성하게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초반 기녀를 그리는 장면은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가 터키 왕의 시녀를 그린 '오달리스크'를 흉내낸 것으로, 당시 충남대 윤여환 교수가 그렸다. 18세기 정조 말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원작 소설이 나온 1787년과 시대적으로 비슷하다. 당시 정조의 개혁이 실패하면서 조선사회는 붕괴되며 낡은 구악이 계속 지배하는 과거로 퇴보했고, 프랑스는 귀족사회가 무너지며 새로운 지배세력이 등장했다. 패션디자이너인 정구호씨가 미술감독으로 참여하면서 영화는 더할 수 없이 화사하고 고풍스러워졌다. 이 작품이 첫 영화 출연작인 배용준은 대본을 읽고 먼저 출연하고 싶다는 제의를 했다. 연못에 배를 띄우고 노는 장면은 진도 운림산방에서 촬영. 제작진들이 보이지 않는 쪽에서 물에 들어가 배를 밀면서 촬영. 조선시대 초기와 후기에는 성적으로 문란했다고 한다. 오히려 열녀문을 세운 것도 이 같은 성적 문란을 잠재우기 위한 귀감이 필요했기 때문. 특히 시장 바닥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돈을 받던 전기수들이 사대부댁 여인들에게 출장을 다니면서 눈이 맞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재용 감독은 1988년 배낭여행 중 프랑스에서 영화 '위험한 관계'를 너무 재미있게 본 뒤 나중에 원작소설을 찾아 읽고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 작품은 감독 의도에 따라 조명을 절제했다. 특히 채도를 살리기 위해 필터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전도연 배용준 등 배우들은 촬영 전에 다도와 식사법 등 전통 예법 교육을 따로 받았다. 당시 신인이었던 이소연에게 이 작품은 영화 데뷔작이 됐다. 제법 농도짙은 정사 장면이 등장. 전도연은 당시까지 맡았던 밝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일부러 정숙한 숙부인 역을 희망했다. 숙부인의 거처로 나온 곳은 안동의 옥연정사.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맡은 바로크풍 음악도 좋았다. 숙부인이 얼음에 빠지는 장면은 기계톱으로 단단하게 얼어붙은 호수의 얼음을 미리 잘라놓고 대역이 빠지는 장면을 연기했다.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지켜보면 볼 수 있는 허를 찌르는 장면. 소실로 들어간 중인의 여식이 양반댁 마님이 되는 장면. 이 감독은 이를 통해 확인 조차 힘든 양반 족보의 혈통을 과연 자신할 수 있냐는 반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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