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감독은 화끈한 액션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등 그의 영화들은 남자들의 호쾌한 싸움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거친 폭력 묘사에 일가견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의 영화들에 잔혹한 세부 묘사가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다만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와 잔혹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앞뒤 정황 등이 그런 연상을 하게 만든다.
'아수라'(2016년)도 그런 영화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옥도를 연상케 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권력자들이 얽혀서 처절하게 피 흘리며 지독하게 물고 뜯는 싸움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들도 지독한 싸움꾼들이다.
각종 이권에 눈이 멀어 마약 밀매 범죄까지 서슴지 않는 부패한 시장과 그에게 돈을 받고 각종 불법을 저지르는 형사,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부당한 짓도 마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권력지향적인 검사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물고 뜯는다.
특히 막판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싸움은 온통 사방에 피를 뿌리는 투견판의 처절한 개싸움을 보는 것 같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떼로 몰려서 싸우는 바람에 세세한 폭력 장면이 드러나지 않지만 바닥에 낭자한 피와 여기저기 쓰러진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잔혹하고 처절한 싸움이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이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권력과 이권을 쫓는 사람들의 추한 본능이다.
처절한 폭력은 거기서 수반되는 현상일 뿐 본질은 아니다.
마치 서열 다툼을 벌이는 수캐들의 싸움처럼 권력을 추구하는 서열화 본능과 살아남으려는 생존 본능이 피와 욕설로 표현돼 꿈틀거린다.
내용에 걸맞은 적절한 캐스팅도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시장 역에 황정민, 형사 역에 정우성, 검사 역에 곽도원 등 세 명의 배우는 잘 재단한 옷을 입은 것처럼 위악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다만 한 치의 선한 면을 찾기 힘들 만큼 악으로 꽉 들어찬 캐릭터들을 보다 보면 징글징글하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만큼 영화는 위악적인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끈적끈적한 밀도를 보여 주는데, 일부에게는 그 점이 불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용을 떠나 김성수 감독의 개성이 여실히 드러난 영화라는 점에서 반갑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어두운 장면이 많은 영화인데도 암부 디테일이 좋다.
그렇다고 하얗게 들뜨지 않고 명암대비가 확실하게 살아난다.
전체적으로 윤곽선이 깔끔하고 영화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릴 만큼 색감도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공간을 채우는 생활소음을 통해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총소리는 둔탁하게 울리며 무게 있게 들린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 감독과 제작진, 감독과 주성철 기자 및 오승욱 감독이 함께 한 해설 등 무려 3가지 음성해설이 들어 있다.
별도 수록된 부록 디스크에 캐릭터 설명과 액션 장면 연출, 자동차 추격전 연출과 삭제 장면, 제작기 영상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의 처음 시나리오 제목은 '반성'이었다고 한다. 내용도 영화와 많이 달랐다.
앞 부분 언덕만 한남동에서 찍고 뒤편은 여기저기 촬영한 동네를 합성했다. 특히 드론으로 찍은 부감 샷에서 교회를 모두 지웠다.
'파이란' 시나리오를 쓴 김해곤 감독이 깡패 두목으로 출연. 그는 '태극기 휘날리며' '달콤한 인생' 등에도 출연했다.
촬영은 이모개 촬영감독이 담당. 대부분의 장면을 18미리나 24미리 등 와이드 렌즈를 사용해 촬영.
사격장은 부산의 화물창고를 빌려 만든 세트다.
김성수 감독은 촬영 중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힘들게 촬영했다고 한다.
안산 쪽의 미개통 도로에서 촬영한 자동차 추격전 장면이 압권. 거칠게 몰아치며 충돌하는 장면은 새로울 게 없는데 여기에 비를 뿌려 촬영하면서 만들어낸 거친 질감이 일품이다. 비를 뿌리는 것은 이모개 촬영감독의 아이디어.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은 검찰 수사관들의 매질 고문 장면이다. 칼로 찌르고 총을 쏘는 것보다 둔탁한 매질 소리와 함께 수건에 번지는 핏물이 끔찍하게 보인다.
정우성이 유리컵을 씹어 뱉는 연기를 잘했다. 독기가 철철 묻어난다.
김 감독은 이모개 촬영감독에서 실제 범죄 사건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진짜처럼 찍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막판 결투 장면을 찍은 장례식장은 세트다.
황정민이 연기한 시장의 경우 캐릭터 강조를 위해 눈이 빛나도록 디지털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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