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아일랜드

울프팩 2005. 12. 23. 23:17

철학자 들뢰즈는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세상은 영화 같은 인간 세포 복제를 얘기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 연구의 진위 논란을 떠나 세포 복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곧 인간 복제가 된다.
마이클 베이(Michael Bay) 감독은 '아일랜드'(The Island, 2005년)에서 인간 복제가 이뤄지는 미래를 다루고 있다.

미래의 인류는 병이나 사고에 대비해 복제 인간을 만들어놓고 신체에 문제가 생기면 복제 인간의 장기로 대체한다.
은행에 예금하듯 복제 인간을 통해 영생을 예금하는 셈이다.

과연 사람을 복제하는 미래는 행복할까.
마이클 베이 감독은 디스토피아로 봤다.

지상낙원의 유토피아라면 사건도 없고 심심할 테니 영화를 만들기 위해 디스토피아는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영화적 구성을 떠나 그는 생명윤리 문제를 들고 나왔다.
마치 도살장의 소처럼 주인을 대신해 죽음을 기다리던 복제 인간들이 자신들의 인권을 찾아 반란을 일으킨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세상으로 뛰쳐나온 복제 인간의 앞날에 대해 영화는 얘기하지 않는다.
그 어떤 암시도 주지 않는다.

마이클 베이는 어차피 볼거리에 치중한 오락거리로 만들기 위해 인간 복제와 생명윤리를 거론한 만큼 진지하게 파고들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뒀다.

베이 감독의 의도대로 이 작품은 영화의 내용보다 요란한 볼거리로 한몫하는 작품이다.
특히 황교수의 연구를 둘러싸고 세상이 떠들썩한 요즘 여러 가지 의미를 시사한다.

그래서 그런지 보면서도 기분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초반 배경화면이 지글거리고 이중윤곽선이 보이지만 색상도 뚜렷하고 명암대비도 좋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저음이 웅장하고 묵직하며 서라운드 효과가 탁월하다.

사방에서 쏟아져 내리는 총탄 소리는 마치 영화 속 한가운데 앉아있는 듯 실감 난다.
아쉬운 것은 썰렁한 부록.

14분짜리 메이킹만 덜렁 들어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복제인간들은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간다. 오로지 지상낙원인 아일랜드에 뽑혀 날아갈 날만 꿈꾸며 살아간다. 복제인간을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
DNA 복제를 통해 제조되는 복제 인간은 양수 주머니 속에서 1년 만에 성인이 돼서 나온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 같다.
'1984' 분위기로 시작하는 영화는 중반 이후 액션물로 돌변한다. 달아난 복제인간을 추적하는 추적대 헬기는 최근 우리 국군의 차세대 헬기로 선정된 유러콥터 EC120.
'더 록'에서 보여준 현란한 자동차 액션이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를 위해 5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촬영.
추적대의 자동차가 풍비박산 나는 장면은 무려 1.4톤짜리 철판 2장에 시속 121km로 달리는 자동차를 실제로 부딪쳐 촬영했다. CG나 특수효과가 아니다.
거대한 복제인간의 도시는 미국 보잉사 공장에 만든 세트다.
SF영화답게 희한한 탈 것도 등장. 추적대가 사용하는 나르는 오토바이 블랙 와스프.
고층 빌딩에 붙어있던 회사 로고가 떨어지며 헬기와 추락하는 장면은 실제 50층 건물에서 로고를 떨어뜨려 촬영. 마이클 베이 다운 연출이다.
빌리는 값만 무려 70억 원인 슈퍼카 캐딜락 CIEN.
CIEN보다 더 비싼 것은 영화 초반과 말미에 등장하는 요트 월리파워 118. 이탈리아 부호의 소유품으로 가격이 무려 250억 원이다.
실제 인간(이완 맥그리거)과 복제 인간이 나란히 등장하는 이 장면은 모션 컨트롤 카메라로 정밀 촬영한 뒤 이어 붙인 화면이다. 그렇지만 티가 전혀 나지 않아 감쪽같다.
미국에서는 혹평 속에 실패한 이 영화가 국내에서는 개봉 당시 황우석 교수의 인기 덕분인지 무려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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