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실화의 힘은 강하다.
아무리 뛰어나게 이야기를 지어내도 실화만큼 극적이지는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운명은 더 할 수 없이 가변적이며 예측불가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죽어도 좋아'를 만든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2005년)이 절절한 감동으로 관객의 가슴을 뒤흔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운명의 힘, 즉 실화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순박하기 그지없는 시골의 노총각 석중(황정민)이 촌다방에 흘러든 차 따르는 아가씨 은하(전도연)에게 첫눈에 반한다.
왜 반했는지 따질 필요는 없다.
그게 운명이니까.
화선지에 물이 스며들듯 오랜 시간 조심스럽게 피어난 두 사람의 사랑이 여인에게 닥친 에이즈라는 천형 때문에 비틀리는 것 또한 운명이다.
그 여인을 못내 놓지 못해 음독까지 마다하지 않는 남자의 순애보 역시 운명이다.
이처럼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실화를 반짝반짝 빛나게 만든 것은 황정민, 전도연의 빼어난 연기다.
여기에 절제된 박 감독의 연출은 동양화의 여백처럼 두 사람의 연기를 음미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연기와 이야기에 흠뻑 취하게 된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그저 그렇다.
중간에 화면도 약간 흔들린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보다 대사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다.
2장의 디스크로 나눠 담은 부록에 감독과 배우의 음성해설, 제작 과정 등이 들어있다.
황정민과 전도연이 함께 부른 엔딩곡 녹음장면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누락돼 아쉽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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