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블루레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万引き家族, 2018년)은 가족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내용은 연금을 받는 어느 할머니를 중심으로 뭉친 희한한 도둑놈 가족 이야기다.

 

구성원들은 모두 피를 나눈 사람들이 아니다.

각자 사연을 지닌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도둑질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겉모습만 보면 더할 수 없이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이다.

비록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좀도둑질을 하고 성인업소에서 일을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친가족 이상의 끈끈한 정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 어느날 이들은 뜻하지 않게 합류한 여자아이 때문에 졸지에 유괴범으로 몰릴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오히려 학대하고 방치하는 친부모보다 낯선 이들에게 따뜻함을 느낀다.

 

여자아이에게는 친부모에게 돌아가는 것이 거꾸로 학대이자 폭력이다.

하지만 그런 속내를 알 리 없는 정부 기관에서는 이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여자아이를 다시 친부모에게 돌려보내려고 한다.

 

과연 어떤게 옳은 일인가.

법대로, 원칙대로 하는 것이 옳은가.

 

그러면 여자아이는 행복해지는가.

가족은 꼭 피를 나눈 사람들로만 구성돼야 하는가.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답은 "낳아준다고 부모가 아니야"라는 대사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 대사같은 일들을 우리는 언론 보도에서 숱하게 봤다.

그렇기에 그 대사가 주는 울림이 더 크게 와 닿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잔잔한 이야기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능력이 있다.

좁디좁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대비되는 서정적인 와이드한 앵글의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영화는 웅장한 메시지를 전한다.

 

비단 그런 감동은 나만 받은 게 아닌 모양이다.

이 작품은 2018년 제71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 종려상을 받았다.

 

훌륭한 영화, 좋은 작품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수작이다.

더불어 각자의 역할을 맛깔스럽게 표현한 배우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키키 키린의 연기력이 훌륭하다.

 

연기를 보는 게 아니라 실제 어느 가족의 일상을 엿보는 것처럼 연기들이 자연스럽다.

특히 오물오물 대사를 말하면서 곰살맞은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준 고인이 된 배우 키키 키린에게 새삼 경의를 표한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서정적인 영상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색감을 잘 살렸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좀 문제가 있다.

서라운드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은 둘째치고 대사의 음량이 너무 작다.

 

부록으로 한글 자막을 지원하는 제작과정이 들어 있다.

부록 역시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과 편집까지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아역 배우들에게 사전에 대본을 주지 않는다. 대본을 미리 주면 감정까지 연습해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래서 촬영 당일에 구두로 대사를 알려주고 아이들이 대충 외우면 촬영한다.

손녀딸에 해당하는 가족 구성원은 풍속업소에서 일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가족 구성이다.

벽장에서 사는 아이 모습은 방이 모자라 실제로 벽장에서 살았던 감독의 어린 시절이 반영됐다.

이 작품은 부모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계속 연금을 받아 살아가던 일본 어느 가족의 실제 사건을 토대로 했다.

안도 사쿠라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가 맡은 노부요 역은 원래 대본에서 40대 여성이었다. 감독이 안도에게 배역을 맡기면서 연령을 그에 맞춰 낮췄다.

음악은 '메종 드 히미코' '은하철도의 밤' 등에서 음악을 맡은 호소노 하루오미가 맡았다.

촬영은 '소라닌'을 찍은 콘도 류토가 맡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대배우인 키키 키린은 2018년 9월16일, 75세 나이로 숨졌다. 2004년 발병한 유방암이 전신에 퍼져 10년 이상 투병했다. 남편인 록 음악가 우치다 유야와 수십년간 별거했다.

해변 장면은 치바현 이스마시 해수욕장에서 여름에 촬영.

집 장면은 도쿄 북부의 오래된 민가에서 외관을 찍고 실내 밤 장면은 다이에이 스튜디오에 똑같이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이 작품에서 안도 사쿠라의 연기를 보고 "앞으로 영화의 우는 장면은 안도 사쿠라의 연기를 흉내냈다고 생각하라"고 말할 정도로 극찬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어느 가족 : 초회한정 (1Disc)   어느가족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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