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매트릭스(4K 블루레이)

울프팩 2019. 9. 12. 16:19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돼서 놀았다는 호접몽은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이는 곧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으로 이어진다.

 

물아일체를 이야기한 장자의 호접몽이 현대에 와서 디지털 복제로 다시 태어난 것이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인 셈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현실과 동일한 복제를 통해 사실과 복제의 세계를 구별할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래리와 앤디 워쇼스키 형제는 장 보드리야르의 책을 읽고 시뮬레이션 세계에 빠져들었고 이를 영화화한 것이 바로 '매트릭스'(The Matrix, 1999년)다.

20년전에 나온 이 영화는 현실과 디지털이 혼재된 하이퍼 리얼리티의 세계를 다루며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영화가 다룬 2199년의 미래는 인류가 인공지능(AI)이 창조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인류는 가상현실을 실제 공간이라고 믿고 AI가 주입한 기억을 자신의 인생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인간의 탄생마저도 출산이 아닌 공장에서 제품을 대량 생산하듯 AI의 배양을 통해 일어난다.

가상의 세계를 자각한 사람들은 결국 AI에 맞서 반기를 들고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싸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다룬 '터미네이터'처럼 인류와 AI로 대표되는 기계 문명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터미네이터처럼 선악 대결식의 단순 구조가 아닌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복잡한 세계를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마치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을 관객에게 설명하기 위해 작정하고 달려든 것처럼 정교한 세계관을 갖춘 이 작품은 그만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오죽했으면 워쇼스키 형제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대본을 여러 번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자 만화처럼 정교한 스토리보드를 그려서 보여줬다고 한다.

 

사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해 못할게 뭐 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 복잡다단한 영상을 글로 썼다고 생각하면 그림이 언뜻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워쇼스키 형제는 작품관을 공유하기 위해 키아누 리브스 등 배우들에게 장 보드리야르의 책을 읽으라고 주문했다.

 

키아누 리브스는 다행히 출연 전에 장 보드리야르의 책을 읽었기 때문에 워쇼스키 형제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가 뛰어난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기계문명의 폭주를 철학적으로 풀어낸 작품관과 더불어 이를 탁월한 영상으로 만들어낸 시각 효과에 있다.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한 디지털 시각효과는 말할 것도 없고 120대의 스틸 카메라를 이용해 피사체를 360도 정지 화면으로 잡아낸 스틸 모션, 또는 플로 모션으로 부르는 기법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경이롭다.

이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플로 모션은 훗날 각종 광고 영상과 영화 등에서 잇따라 활용했다.

 

워쇼스키 형제는 장자의 철학뿐 아니라 홍콩 누아르 및 무술 영화, 저패니메이션 등 동양 문화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다.

이 작품에도 그들의 그런 기호가 영상에 그대로 반영됐다.

 

주인공 일행과 AI 캐릭터들이 벌이는 격투 장면은 배우만 서양 사람일 뿐 영락없는 홍콩 무술영화다.

이를 위해 원화평이 무술 감독을 맡아 4개월간 배우들에게 액션을 가르쳤다.

 

여기에 플로 모션을 동원한 이색 촬영 기법이 더해져서 흔한 액션 영화와 달리 감각적이면서 독특한 분위기의 스타일리시한 작품으로 거듭났다.

그것이 이 작품을 범상한 일반 액션영화와 달리 팬들을 환호하게 만든 매력 포인트다.

 

현실과 가상공간을 뒤집는 이야기를 통해 새삼 기술과 문명의 발전을 뒤돌아 보게 만든 워쇼스키 형제는 그런 점에서 가치 전복을 시도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 셈이다.

그들의 가치 전복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 자신들의 성 정체성까지 바꾸는 파격으로 이어졌다.

 

이후 그들은 성전환 수술을 통해 릴리와 라나 워쇼스키 자매로 거듭났다.

국내 출시된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부록 디스크 등 총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우수하다.

초록빛이 도는 깊은 블랙과 생생한 색감, 칼 같은 윤곽선은 과거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보다 월등 좋다.

 

그만큼 디테일도 발군이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 또한 웅장하고 요란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각종 효과음이 사방 채널을 가득 메우며 비처럼 쏟아진다.

부록으로 음성 해설과 액션, 세트, 의상, 시각효과, 편집, 음향, 음악 등을 망라하는 제작과정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워쇼스키 형제는 이 작품에서 120대의 스틸 카메라를 원형으로 배치해서 촬영한 다음 피사체를 360도 전방위로 정지한 것처럼 잡아낸 플로모션 기법을 처음 선보였다.
키아누 리브스는 AI가 창조한 가상세계인 매트릭스를 파괴하고 인류를 구원하는 전사 네오를 연기. 
매트릭스는 AI가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세계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가짜다.
키아누 리브스는 배양액 속에서 생산되는 인간을 연기하기 위해 머리와 눈썹을 모두 밀었다.
워쇼스키 형제는 쿵후 영화와 저패니메이션, 필립 K 딕의 소설, 오우삼 영화를 좋아한다.
워쇼스키 형제는 키아누 리브스에게 보드리야르의 책과 케빈 켈리의 '아웃 오브 컨트롤', 진화심리학, 시스템 로봇 관련 서적을 읽으라고 요구했다.
사람들이 정지된 공원 영상은 수백명의 쌍둥이를 동원해 촬영.
한자와 디지털코드들이 뒤섞인 초록색 부호들이 세로로 흐르는 영상은 매트릭스의 상징이 됐다.
워쇼스키 형제는 처음부터 이 작품을 3부작으로 기획했다.
현실세계에서 가상공간으로 빠져드는 관문인 액토체어는 1920년대 구식 치과 의자를 구해서 만들었다.
'하드보일드'와 '빅보이'라는 만화를 그린 제프 대로우가 이 작품의 스토리보드 및 개념도를 그렸다.
건물 로비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5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촬영.
제프 대로우가 그린 그림을 토대로 각종 세트를 만들었다.
유명한 총알을 피하는 장면도 플로모션 기법으로 촬영.
헬기는 실물 크기로 만든 모형이다.
헬기가 등장하는 장면은 시드니에서 촬영. 창밖에 배경 그림을 이용해 시드니인 줄 모르게 만들었다.
시각 효과는 미국 매닉스와 호주의 애니멀로직, 디필름에서 담당. 매닉스는 괴물들과 총격 장면, 애니멀로직은 복도 장면과 폭발하는 AI 요원, 디필름은 헬기가 건물에 충돌하는 장면을 맡았다.
워쇼스키 형제는 배우들이 직접 쿵후를 배워서 액션 장면을 찍기를 원해 배우들이 4개월 동안 원화평에게 무술 훈련을 받았다.
키아누 리브스는 촬영 당시 목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어서 보호대를 한 채로 쿵후 훈련을 받았다. 훈련 기간에 그는 척추 수술까지 해서 발차기를 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복잡한 이야기를 탁월한 시각효과로 가렸다. 촬영은 빌 포프가 담당.

 
 
매트릭스 트릴로지 (3disc) : 블루레이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매트릭스 트릴로지 (9Disc 4K UHD 블루레이 콜렉션)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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