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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어둠의 표적(Straw dogs)

울프팩 2005. 4. 21. 20:46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의 유명작 'Straw dogs'(1971년)가 국내에는 '어둠의 표적'이라는 희한한 제목의 DVD 타이틀과 비디오테이프로 나왔다.
이 작품은 사회가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는 페킨파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미국에서 아내의 고향 영국으로 이사를 온 수학자 데이비드(더스틴 호프만 Dustin Hoffman)는 이방인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낯선 시선에 당혹스러워한다.
조용한 성격의 학자답게 그들과 잘 지내보려 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급기야 그는 마을 청년들의 꼬임에 속아 사냥을 나갔다가 사냥터에 혼자 남게 되고, 그 사이 데이비드의 집을 찾아간 청년들은 데이비드의 아내 에이미(수잔 조지 Susan George)를 윤간한다.
이를 모르는 데이비드는 교통사고를 당한 정신지체 청년을 집에 데려와 보호하다가 마을 사람들의 습격을 받는다.


마을 사람들은 정신지체 청년이 동네 처녀를 추행한 것으로 오해한다.
데이비드는 마을 사람들의 광포한 행동에 급기야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키며 폭력으로 대응한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조용하게 진행되다가 데이비드가 분노를 분출하는 후반부에 이르러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비록 페킨파의 전작에 비해 강도 높은 폭력은 아니지만 유약한 학자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저항이어서 상대적으로 강렬하게 다가온다.

변함없이 폭력장면은 페킨파의 특징인 슬로 모션으로 처리돼 잔혹함을 증폭시킨다.
특히 에이미를 강간하는 장면의 교차편집과 슬로 모션 처리는 폭력의 잔혹성과 함께 거부감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캐논박스판 DVD 타이틀은 미국 DVD의 명가 크라이테리온판을 리핑한 것이어서 화질이 볼 만하다.
오히려 국내 정식출시된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보다 훨씬 좋은 편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한다.
음성해설이 부록으로 들어 있으나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평온해 보이는 마을을 부감샷으로 비추며 시작한 영화는 마치 해부하듯 긴장감이 감도는 마을의 모습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묘지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범상치 않다.
조용한 연구를 위해 아내 에이미의 영국 시골마을로 이사 온 수학자 데이비드 부부.
마을에서 떨어진 그들의 집은 트렌치 농장으로 불린다. 이 작품은 고든 윌리엄스의 소설 '트렌치 농장의 포위'를 토대로 제작됐다.
데이비드를 백안시하는 마을 청년들. 이중에 오래전 에이미를 짝사랑했던 청년도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인물은 에이미. 그는 노브라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등 도발적 행동을 하고 강간을 당하면서도 청년에게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 때문에 샘 페킨파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어떤 평론가는 윤간을 당한 후 폭력을 두려워하면서도 굴종하는 에이미의 모습 때문에 이 작품을 파시스트적 영화라고 평했다.
깨진 안경에 테이프를 붙이고 반격에 나선 데이비드의 저항은 잔혹하면서 집요하다.
데이비드가 선택한 폭력의 도구는 펄펄 끓는 기름, 구리철사, 지렛대 등 생활 속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중에서 압권은 사람을 죽이는 거대한 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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